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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천재,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의 주문 "지금처럼 재미있게"

김가을 기자

입력 2021-11-28 12:54

수정 2021-11-2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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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천재,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의 주문 "지금처럼 재미있게"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음… 그냥 지금처럼 재미있게 하는거요."



'스포츠클라이밍 천재' 서채현(18·신정고)에게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의 얼굴은 늦가을 햇살 만큼이나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2003년생 서채현에게 스포츠클라이밍은 인생 그 자체다. 서채현의 아버지는 서종국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감독이다. 어머니는 스포츠 클라이머 전소영 씨다. 서채현은 부모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스포츠클라이밍과 인연을 맺었다.

"언제부터 스포츠클라이밍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냥 어릴 때부터 계속 했어요. 부모님이 꼴찌를 하고 와도 '잘했다'고 해주셨어요. 계속 재미있게 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클라이밍을 즐긴 서채현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2019년 시니어 무대 데뷔와 동시에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시리즈 리드(6분 동안 15m 높이 암벽을 최대한 높이 올라가는 종목)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1년 세계선수권대회 리드 우승자기도 하다. 서채현은 '리드여제'로 자리 잡았다.

부모님도 예상하지 못한 폭풍성장이다. 서채현의 어머니는 "채현이가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채현이의 체형을 봤을 때 선수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죠. 다만, 채현이는 정말 클라이밍을 좋아했어요. 실내외 구분하지 않고 암벽 오르는 것을 즐겼거든요. 등반을 끝낸 뒤에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걸 보고 놀랐죠. 난이도 높은 암장에서는 '어라, 이거 봐라. 쫄깃쫄깃하네' 이러면서 경기를 하고요"라고 설명했다.

서채현에게는 매 경기, 매 대회가 도전이다. 지난 8월 치른 도쿄올림픽을 통해 그는 또 하나의 도전 과제를 얻었다. 서채현은 도쿄올림픽에서 전체 2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볼더링(암벽에 있는 3가지 인공 구조물을 각 4분 안에 적은 시도로 통과해야 하는 종목)에서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서채현은 경기 뒤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면서 3년 뒤 파리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서채현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걸음씩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는 "올림픽 때 볼더링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아쉬워서 울었어요. 숙소 돌아가면서는 경기 때 페이스 조절을 하지 못했던 것 때문에 또 울었어요. 파리올림픽에서는 리드와 볼더링 두 종목을 묶어서 평가하잖아요. 제게는 볼더링이 관건이죠. 현재는 볼더링을 더 잘하기 위해 그 종목에 맞춰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있어요"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물론 파리로 가는 3년은 결코 짧지 않다. 서채현은 긴 호흡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당장은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아버지 서종국 씨가 대표팀 총감독으로 합류한 것이다. 서 씨는 "내가 감독으로 가면 아무래도 채현이가 많이 든든할 것"이라며 웃었다. 서채현은 "맞아요. 아버지에게 계속 배웠던 만큼, 함께하면 든든할 것 같아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채현은 스포츠클라이밍을 위해 대학 진학도 미뤘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서채현은 실업팀 합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는 새 도전을 앞두고 해외 전지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서채현은 "방학 때 해외 전지훈련을 계획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보다 월드컵에서 쓰는 홀드가 더 많아요. 어려운 난이도까지 많이 있어서 훈련하기 좋아요. 내년 1월에는 아이스클라이밍 대회도 나갈 생각이에요. 전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재미있게, 싫증내지 않고 스포츠클라이밍을 하고 싶어요. 아, 다치지 않고요"라며 활짝 웃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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