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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생이 코리아오픈 준우승?" '스쿼시 몬스터'나주영이 청스한에 떴다[靑運:청소년운동]

전영지 기자

입력 2021-11-18 16:52

수정 2021-11-2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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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생이 코리아오픈 준우승?" '스쿼시 몬스터'나주영이 청스한에 …


"지금 대한민국 스쿼시계에서 최고 '핫'한 선수죠!"



충남 아산 설화중 3학년 '나주영(15·천안스쿼시클럽)'의 이름 세 글자를 꺼내기가 무섭게 강호석 스쿼시 국가대표 감독이 폭풍칭찬을 쏟아냈다.

'2006년생 청소년 국대' 나주영은 지난달 29일 김천스쿼시장에서 열린 제14회 영산컵 코리아오픈 스쿼시챔피언십에서 내로라하는 국가대표, 대학, 실업 형님들을 줄줄이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서 국가대표 유재진(부산시체육회)에게 석패했지만, 대한스쿼시연맹 등록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오픈대회에서 중학생의 준우승은 사상 초유의 '대박' 사건이었다. 엘리트 선수 출신 이태규 대한스쿼시연맹 대리는 "스쿼시에서 중학생의 준우승은 확률상 한일월드컵 4강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빗댔다. 그 어려운 일을 가뿐히 해낸 '괴물 중학생' 나주영을 다시 만난 건 지난 14일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스쿼시연맹이 주관한 '2021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이하 청스한)' 무대였다.

▶'중학생 스쿼시 괴물' 나주영과 아이들의 원팀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은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원팀'을 이뤄 함께 출전, 우정과 추억을 쌓는 대회다. 대한스쿼시연맹은 대회 취지에 적극 공감, 올해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선수와 학생의 격차를 줄이고,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서브 타깃, 릴레이 드라이브, VR스쿼시 등 경기와 체험을 겸한 단체종목을 고안해냈다. 선수 1명에 비선수 2명, 3인 1조로 참가해 3종목 합산 점수로, 종합순위를 가리는 대회에 13~14일 이틀간 전국 초중고 총 30개팀 9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중학생 에이스' 나주영은 설화중 후배 정하랑(13), 순천남산중 박태영(13) 등 동생들과 'SC천안'팀으로 출전했다. 나주영은 아버지 나민우 청소년대표팀 코치, 학생선수인 동생 나우영 등 가족 모두가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 "선수가 아닌 일반학생들과 어울리는 한마당이라고 해서 재미있을 것같아 참가하게 됐다"며 웃었다. 하랑이는 올해 6월 스쿼시를 처음 시작했다. 태영이는 라켓을 잡은 지 두 달 된 초심자. 10점, 20점, 30점 점수판에 서브를 명중시켜야 하는 첫 종목, '에이스 형' 나주영의 '30점' 불꽃 서브에 이어 동생 태영이가 30점을 연거푸 맞혀내자 형 나주영이 기쁨의 하이파이브로 축하를 건넸다. 총 590점, 710점으로 200~400점대를 기록한 상대팀들을 압도했다. 스쿼시머신의 볼을 맞혀 백핸드, 포핸드드라이브를 날리는 릴레이드라이브, 나주영은 백핸드를 유독 힘들어하는 동생들에게 기본 자세, 그립과 요령을 자상하게 가르쳤다. 동네오빠의 원포인트 레슨에 아이들도 귀를 쫑긋 세웠다. 하랑이는 "선수오빠와 실전에 나오는 건 아주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이라고 평했다. "오빠에게 백핸드도 배우고, 서브도 배웠는데 확실히 달라요. 너무 잘 치고 멋있어요. 저도 겨울방학 때 더 열심히 배울 거예요"라며 활짝 웃었다. 태영이도 수줍은 출전 소감을 전했다. "대회는 처음인데 잘 치는 선수 형과 함께 해서 든든하고 재미있었어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같아요." 나주영은 "나도 어릴 때부터 형들과 패턴 훈련, 게임을 한 것이 실력이 느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함께 운동하면서 가르쳐주면 이 아이들도 금세 늘지 않을까요?"라며 싱긋 웃었다.

▶나눔의 청스한 "국대 형 보면서 꿈 키워요"

이날 스쿼시 '청스한'은 나눔의 한마당이었다. 나주영이 어린 후배들에게 필살기를 전수했듯 대회 현장에서 국가대표 이민우(19·충북체육회)와 국대 상비군 박승민(19·한체대)의 시범경기도 열렸다. 나주영은 국대 선배들의 환상적인 드라이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형들은 확실히 피니시 기술이 다양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날 청주에서 대표팀 전지훈련을 마친 강호석 감독과 국가대표 선수들은 '청스한' 소식을 듣고 김천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충북상고 전교 1-2등을 휩쓸었던 동갑내기 절친은 항저우아시안게임 메달을 목표삼고 있다. 이민우는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나도 저 나이 때 국대 형들이 게임 뛰는 걸 보고 너무 멋있어서 반해서 스쿼시를 시작했다"고 했다. 박승민은 "어릴 때 형들 경기를 보면서 나중에 나도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학생들 앞에서 시범경기를 하게 돼 영광이었다"는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강 감독은 "스쿼시 종목을 알릴 수 있다는 말에 선수들이 기꺼이 달려왔다. 선수와 학생이 서로 괴리되지 않고,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는 무대"라며 '청스한'의 팬을 자청했다. "아이들도 화가 많은 사회다. 거침없이 볼을 팡팡 때리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날아오르는 공을 공간에 받아치면서 인지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몸으로 하는 체스' 스쿼시는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활동, 신체능력을 키우는 최고의 스포츠"라는 예찬론도 빼놓지 않았다.

대회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재기발랄 'MZ세대' 실무자들의 눈빛이 통했다. 이용성 대한체육회 청소년체육부 주무는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청스한'에 대한 현장 호응이 뜨겁다. 스쿼시는 올해 처음인데도 릴레이 드라이브. VR스쿼시등 다채로운 체험 형식으로 모두가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구성이 인상 깊었다"고 평했다.

꼼꼼하게 대회를 기획한 이태규 대한스쿼시연맹 대리는 "선수 출신이다 보니 누구보다 큰 애정을 갖고 대회를 준비했다. 학생선수들은 운동만 하다보니 교우관계가 한계가 있고, 일반학생은 스쿼시를 쉽게 접하기 어렵다. '청스한'을 통해 친구관계도 좋아지고, 저변 확대도 됐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엘리트 대회는 승패로 인해 누군가는 속상한 경우도 많은데, '청스한'은 실수해도 즐겁고 모두가 행복하다"며 흐뭇해 했다. "코로나로 인해 연거푸 일정이 연기되며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생도 선수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고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내년에도 반드시 '청스한'을 개최하고 싶다. 이 어린 친구들에게 스쿼시를 접할 기회를 주기 위해 한발 더 뛰겠다"는 각오가 결연했다. 선수와 학생, 나눔과 배움, 진심과 열정이 있는 스쿼시 '청스한' 현장에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희망을 봤다. 김천(경북)=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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