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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형과 원팀!" 강원아이들 '꿀잼'세팍타크로에 입덕하다[靑運:청스한]

전영지 기자

입력 2021-11-04 15:10

수정 2021-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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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형과 원팀!" 강원아이들 '꿀잼'세팍타크로에 입덕하다


지난달 30일 오후 강원도 횡성군 송호대 체육관 A코트, 1m55 네트를 사이에 두고 한치 양보 없는 '세팍타크로' 한판 승부가 펼쳐졌다.



대한세팍타크로협회가 주관한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 남자부 경기엔 횡성에서 전지훈련중이던 청소년 국가대표팀이 깜짝 가세했다. 대한체육회가 2019년부터 개최해온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은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원팀으로 경기를 치르는 특별한 형식의 대회다. 10월 전국체전을 마치고 전훈중이던 청소년 국대들이 대회 소식에 반색했다. '체전 우승, 준우승' 에이스들이 세팍타크로가 처음인 강원도 학생들과 원팀으로 뭉쳤다. 즐거운 무한도전에 나섰다.

'4인제' 쿼드 이벤트로 4팀이 나선 남자부 경기, 4명의 국대가 각팀 한 명씩 포진했다. 21점제로 듀스는 24점까지 적용되고 25점을 선취하는 팀이 승리하는 1세트 단판승부. 남춘천중 소년들과 '국대' 장준혁(17·일산 저동고)이 발을 맞춘 '춘천아이들'과 '국대' 안도형이 가세한 '조둘한'의 대결은 흥미진진했다. 21-21 듀스 이후 내리 3점을 내주며 21-24, 패색이 짙던 '춘천아이들'이 무시무시한 뒷심으로 순식간에 24-24까지 따라붙었다. 마지막 한 점 승부, 상대의 서브를 여유롭게 컨트롤한 준혁이가 네트 앞 '춘천아이들'을 향해 킬패스를 건넸다. 전광석화같은 연속 헤더 공격을 '조둘한'이 받아내지 못했다. "와!" 25대24,짜릿한 역전드라마에 '춘천아이들'이 환호했다.

▶전국체전 어벤저스, 청소년 국대들이 왔다!

승리 후 상기된 표정의 '춘천아이들'은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준혁이는 "친구들이 잘해줘서 재미있게 했어요. 21-24서 이길 줄 몰랐는데…. 이겨서 너무 기쁩니다"며 활짝 웃었다. 남춘천중 3학년 친구들인 신우식(15), 박상영(15), 이 율(15)은 "세팍타크로는 이번이 처음인데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준혁이는 반전 승리를 이끈 MVP로 '서브가 좋았던 동생' 율이를 뽑아올렸다. '국대형'의 폭풍 칭찬에 소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질 줄 알았는데 국가대표 형이 잘 이끌어주셨어요"라며 '에이스 형님'에게 공을 돌렸다. 준혁이가 "선수끼리 할 때는 내 것만 하면 되지만 이 친구들과 할 때는 팀을 이끌어야 하고 안정적으로 해야 해서 어려웠어요"라고 고충을 털어놓자 우식이는 "국가대표는 확실히 달랐어요. 완전 자랑스러워요. 헤딩도 멋있고, 마지막 패스도 진짜 안정적이었어요"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매 포인트마다 세팍타크로의 특유의 파이팅도 인상 깊었다. 득점 때도, 실점 때도 한결같이 손을 맞잡고 동그란 원을 그린 후 서로를 격려했다. 준혁이는 "점수를 따거나 잃을 때마다 서로를 칭찬하고 부족한 플레이를 짚어주고 작전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죠. 서로 파이팅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춘천아이들'은 "실수하고 탓하지 않고 손을 맞잡고 격려해주니까 절로 힘이 되고 위로가 됐어요"라며 웃었다.

이날 준혁이와 함께 각팀 에이스로 뛴 '청소년 국대' 박건호(18·김천 중앙고), 남은혁(18·김천 중앙고), 안도형(18·일산 저동고) 역시 뿌듯함을 전했다. 주장 건호는 "전지훈련중 코치님께서 이 대회를 귀띔해주셔서 자원했어요. 우리 세팍타크로가 인기를 얻기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도형이는 "세팍타크로를 안배운 아이들인데 잘해서 신기했죠. 경기룰, 파이팅하는 법 등을 알려주면서 재미있게 경기했어요"라고 했다. 성인 국가대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인생목표인 이들에게 세팍타크로의 매력을 묻자 "킥이 진짜 멋있다"고 소개했다. 동호인 친구들을 향한 '꿀팁'은 한없이 정직했다. "일단 즐겨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해요. 컨트롤, 반복 훈련이 제일 중요하죠."

▶횡성 토박이들 "고등학교 시절 잊지 못할 추억"

이날 '춘천아이들' 옆 B코트에선 '개구쟁이 횡성토박이들'의 여자부 경기가 펼쳐졌다. '세팍타크로 선수' 이수민(17·횡성여고)과 동갑내기 김태연, 배지윤, 이세인으로 구성된 이 팀은 수민이가 횡성에서 함께 나고 자란 같은 학교 절친 3명을 영입, 급조(?)한 팀이다. 에이스 수민이가 공격, 수비를 척척 해내는 뒤에서 친구들이 몸을 던졌다. 태연이는 "무슨 대회인지 몰랐는데 수민이가 설명해줘서 나오게 됐어요"라고 출전 동기를 밝혔다. "세팍타크로 '세'자도 몰라도 된다고 해서…"라는 지윤이의 솔직한 답엔 웃음이 터졌다. 수민이는 "친구들도 재미있을 것 같아 꼭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 하는 거니까 승패보다 즐기면서 하자고 했어요. (친구들에게)헤딩 기술도 가르쳐줬어요"라며 생긋 웃었다. "친구들이 즐겁게 해줘서 고마웠어요"라는 진심에 친구들은 "함께 뛰면서 '선수' 수민이를 더 잘 이해하게 됐죠"라고 했다. "발에 맞추기도 어렵고, 공도 딱딱하고…. 수민이가 발 아프다고 했는데 해보니 이해가 됐어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민이는 "처음엔 다가서기 힘든 종목이지만 발에 맞춰보고 공을 넘겨보면 정말 재미있는 운동이에요.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땐 비인기종목이지만 이 친구들과 다같이 보면서 즐겼으면 좋겠어요"라며 눈을 빛냈다.

'개구쟁이 횡성 토박이'들은 이날 1승2패로 4팀중 3위를 했지만 성적은 중요치 않았다. 수민이가 "평생 추억이 될 것같아. 나중에 생각하면 좀 웃길 것같다"고 하자 지윤이가 "고등학교 시절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정말 좋았어"라고 화답했다.

김민경 대한체육회 청소년체육부 대리는 "2019년 시도별 청소년한마당대회, 지난해 종목별 대회를 시작한 후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한팀으로 참가하는 새로운 형식의 대회에 현장의 호응이 무척 뜨겁다"고 귀띔했다.

'1985년생 최연소 종목 단체장'인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역시 선수-학생이 하나 돼 세팍타크로를 즐기는 모습에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학생선수와 일반학생들이 어우러져서 세팍타크로를 즐기는 걸 보니 세팍타크로의 미래가 밝다는 희망을 느꼈다"며 미소 지었다. 취임 후 횡성 송호대, 광주 송원대에 세팍타크로팀을 창단하며 발로 뛰는 '젊은 수장'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오 회장은 "세팍타크로는 과격하지 않으면서도 선수들간 협동, 단결, 예절을 가르쳐주는 교육적으로도 매우 좋은 스포츠"라면서 "세팍타크로가 대한민국 모든 선수, 학생들에게 더욱더 널리 알려져 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에 국민 여러분들의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횡성(강원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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