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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세계최강 양궁' 만든 정몽구-정의선 현대차 그룹의 완·벽 지원. 37년 그들의 양궁사랑은 유별났다

류동혁 기자

입력 2021-08-01 10:47

수정 2021-08-0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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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강 양궁' 만든 정몽구-정의선 현대차 그룹의 완·벽 지원. 37년…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 경기가 30일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안산이 결승전에서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옐레나 오시포바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다. 관중석에서 정의선 대한양궁협회회장이 응원을 하고 있다. 도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7.30/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AFP 통신은 최근 '현대차그룹이 약 30년 동안 총 4000만달러(약 460억원)를 투자했다'고 전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37년 양궁사랑'으로 쏟아부은 '통 큰 투자'에 관한 보도다. 하지만 사실 그 이상이다.



현대차그룹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실제로는 500억원이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기본적 비용만 산정한 것이다. 세밀한 대회 준비 및 시스템, 설비 투자 등을 모두 고려하면 거액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그렇다면 3년 후 파리올림픽 준비, 또 다른 새로운 비전 등에 얼마만큼의 투자가 더 이어질까. 현대차그룹에서는 절대 '돈'에 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올림픽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거액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사실은 확실하다.

물론, 정몽구-정의선 회장 부자의 양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투자 금액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스포츠단체 수장의 진정한 종목 사랑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1984년 LA올림픽이 시작이었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 명예회장은 LA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에서 극적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뒤 결심을 했다. 이듬해 대한양궁협회장이 취임했고, 현대정공 여자 양궁단, 현대제철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세계최강 한국 양궁 '전설'의 시작이었다.

치밀했다. 그리고 멀리 봤다. 체육단체 최초로 스포츠과학화를 추진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추기 위해 한국 선수의 체형에 맞는 경쟁력 있는 국산 활 개발을 독려했다. 집무실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 바쁜 시간을 쪼개 해외제품과 국산제품의 비교품평회까지 가졌다. 결국 국산 활의 품질은 세계 수준으로 도약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과학기자재를 도입했다. 선수들의 연습량, 성적의 전산화 프로그램도 정 명예회장의 지시로 개발됐다. 투자 비용이 얼마나 들든 상관없었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초등대회부터 성인대회까지 투명한 경쟁과정을 정립했다. 많은 체육 단체들이 비리로 '제 살 갉아먹기'를 했지만, 양궁협회는 그런 일이 없었다. '과정은 공정했고, 결과는 경쟁력 극대화의 달콤한 산물'이었다.

정 명예회장의 양궁사랑에 관한 '에피소드'는 너무 많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토너먼트 형태의 새로운 경기 방식이 도입됐다. 이에 정 명예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없는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훈련, 즉 시끄러운 곳을 찾아 훈련을 하는 게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사물놀이 공연장', '초등학교 운동장' 등 소음이 많은 곳에서 훈련을 했고, '야구장 훈련'으로까지 이어졌다.

'세심한 준비'는 기본이었다. 1991년 폴란드세계선수권대회 물 때문에 고생한 대표팀을 위해 스위스에서 물을 공수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열성적 중국팬들의 응원에 대비, 약 9000여명의 응원단을 결성했다.

2005년 정의선 회장이 양궁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정 회장은 2008년 양궁 장기적 발전을 위해 '한국양궁활성화 방안'을 만들었다. 꿈나무의 체계적 육성과 대중화가 핵심이다. 유소년대표-청소년 대표(중학교)-후보 선수(고교)-대표 상비군-국가대표에 이르는 물샐 틈 없는 체계가 잡혔다. 도쿄올림픽에서 챔피언에 오른 김제덕(17·경북일고) 안 산(20·광주여대) 등이 이 시스템을 통해 탄생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전종목 석권,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4개의 성과는 정 회장의 장기적 안목이 빛을 발한 대표적 사례였다.

정 회장의 양궁사랑 역시 정 명예회장 버금간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경기장과 숙소가 1시간 이상 떨어져 있다는 말에 경기장 인근 호텔을 '긴급 수배'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선수단 안전을 고려해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고, 방탄차를 제공했다. 국제대회마다 한식 도시락은 기본적으로 챙겼다. 올림픽 '직관'은 기본이었다.

이번에도 미국 출장을 마친 뒤 곧바로 도쿄로 이동했다. 현장에서 대표팀과 함께 움직였다. 여자개인전을 앞둔 안 산에게는 따뜻한 격려 전화를 했다. 개인전 직후 아쉬워하던 강채영 김우진에게 곧바로 다가가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도쿄올림픽 준비는 철저했다. 리우올림픽이 끝난 직후 '도쿄 플랜'을 짠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이 직접 챙겼다는 후문. 양궁협회는 1억5000만원(TV 중계 등 비용을 합치면 더 많은 돈이 들었다)이 든 '리얼 도쿄'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유메노시마 양궁장을 진천선수촌에 그대로 옮겨놨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심리적 동요를 최소화하려는 준비. 2019년 도쿄대회 양궁 테스트 이벤트 대회 현장을 직접 찾아 시설을 본 뒤 이같은 결정을 했다. 실제로 본 무대에 나선 선수들은 "시각적으로 잘 적응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2020년 1월에는 도쿄와 유사한 기후인 미얀마 양곤에서 적응 전지훈련을 했다. 갑작스러운 지진에 대비한 '지진 체험 훈련'도 정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스포츠 과학화'는 이번 도쿄올림픽 준비의 '정점'을 찍었다. 현대차 기술팀에서 양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고정밀 슈팅 머신 ▶점수 자동 기록 장치 ▶심박수 탐지 기능 ▶3D 프린트 이용한 선수 맞춤형 그립 ▶딥 러닝 버전 인공지능 코치 등 5대 분야 기술 지원을 했다. 실제 양궁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스포츠 과학화의 끝판왕'이었다.

한편, 정 회장은 1일 귀국해 양궁 국가대표팀의 성과에 대해 "선수들과 감독님들이 모두 잘해 주셔서 양궁인들 모두가 함께 이뤄낸 것"이라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이번 올림픽에서)화살의 편차없이 좋은 화살을 골라 쓸 수 있는 고정밀 슈팅머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포상계획은) 올림픽이 다 끝난 이후 다른 체육 단체들과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최강, 그 이상의 한국 양궁 클래스는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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