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도쿄올림픽]'아킬레스건 파열X에이스 부담 이긴 銅' 펜싱여제 김지연,눈물의 투혼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7-31 19:44

수정 2021-08-01 06:00

more
'아킬레스건 파열X에이스 부담 이긴 銅' 펜싱여제 김지연,눈물의 투혼
연합뉴스

"할 수 있다! 화이팅!"



마지막이 될지 모를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사브르 에이스' 김지연(33·서울시청·세계랭킹 8위)은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할 수 있다'를 되뇌었다.

지난해 2월 18일 아킬레스건 완전 파열로 수술대에 오른 후 눈물을 펑펑 쏟으며 눈물 젖은 햄버거를 우걱우걱 씹으면서도 그녀는 혼잣말로 "할 수 있다! 화이팅!"를 외쳤다.

남편인 배우 겸 게임캐스터 이동진이 아내에게 헌정하기 위해 직접 담아낸 김지연의 부상, 재활, 부활의 기록 영상은 실로 눈물겹다. 도쿄올림픽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왼발목 아킬레스건이 완전파열됐다. 재활기간 1년,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는 말은 '사형선고'였다. 수술을 마치고 나온 아내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소리내 꺼이꺼이 통곡한다. 그러나 '여자 펜싱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은 강인했다. 수술 이튿날부터 침상에 밴드를 묶고 재활 운동을 시작했다. 이동진은 "우리는 올림픽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하다가 다시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면 그때 포기하자고 했다"고 돌아봤다. "재활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의사 선생님께서 수술 부위도 일부러 두껍게 꿰매주셨다. 아내가 구두를 신으면 왼쪽 발목이 훨씬 두껍다. 육안으로도 확연히 구분될 정도"라고 했다.

도쿄올림픽의 연기, 개최의 불확실성 속에도 혹독한 재활은 계속됐다.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까지 딴 남편의 헌신적인 외조 속에 김지연은 폭풍재활을 이어갔다. 8월, 수술 후 6개월만에 다시 선 대통령배 펜싱선수권에서 그녀는 개인전-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기적처럼 다시 정상에 섰다.

아킬레스건이 또 끊어진대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도쿄올림픽, 김지연은 이를 악물었다. 개인전에서 모두 탈락한 후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김지연, 윤지수(28·세계랭킹 14위), 최수연(31·세계랭킹 26위), 서지연(28·세계랭킹 28위·이상 안산시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팀워크는 자타공인 역대 최강이었다. 올림픽 3회 출전에 빛나는 톱랭커 김지연이 확실한 중심을 잡았다. 윤지수, 최수연, 서지연 등 실력파 후배들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2017년 라이프치히세계선수권 2위, 2018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2019년 우시세계선수권에서 잇달아 3위에 올랐고, 올시즌 지난 3월 부다페스트월드컵에서도 3위에 올랐다. 2016~2017시즌 이후 최근 5년간 월드컵 대회에서 2위 4번, 3위 5번을 기록했다. 김지연은 지난 5년간 동고동락한 이 후배들과 반드시 올림픽 메달을 함께 따내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래서 마지막 주자, 에이스의 책임감, 부담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톱랭커 2명을 보유한 헝가리와의 혈투를 45대40으로 이겨내고 한국 사브르 사상 첫 올림픽 4강을 확정지은 후 김지연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메달의 8부 능선을 넘었음을 직감했다.

31일 '세계랭킹 2위'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 서로를 위하는 팀워크는 대역전 드라마로 이어졌다. 동료들이 흔들릴 때면 윤지수가 분전했다. 15-25로 밀리던 스코어를 6바우트 윤지수가 26-30, 4점차로 줄여냈고, 7바우트 서지연이 35-33으로 뒤집었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9바우트 김지연이 로셀라 그레고리오를 5-4로 물리치며 45대42, 승리를 완성했다. 모두가 자신의 몫을 하며, 서로룰 위해 함께 만든 승리였다. 아킬레스건 파열도, 에이스의 부담감도 모두 이겨낸 '펜싱여제' 김지연이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내린다. 김지연의 간절함에 하늘이 여자 사브르 단체전 사상 첫 동메달로 응답했다.

'도쿄 땅에 태극기를'를 슬로건 삼고 지난 5년 앞만 보고 달려온 펜싱코리아는 개인전에서 남자 사브르 김정환의 동메달, 단체전에서 남자 사브르 금메달, 여자 에페 은메달, 남자 에페 동메달, 여자 사브르 동메달을 획득했다. 금1, 은1, 동3, 단체전에 출전한 4종목 선수 전원이 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하게 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