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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리포트]'왕관 지킨 男 사브르' 런던에서 파리로 향하는 도쿄의 金

김가을 기자

입력 2021-07-29 02:15

수정 2021-07-29 07:27

'왕관 지킨 男 사브르' 런던에서 파리로 향하는 도쿄의 金
지바(일본)=연합뉴스

[지바(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런던의 형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도 없었을 것이다."



28일. 대한민국 펜싱이 또 하나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김정환(38)-구본길(32)-오상욱(25)-김준호(27)로 구성된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홀B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잡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올림픽 2연속 우승입니다. 2016년 리우에서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한 한국은 9년 만에 열린 경기에서 왕좌를 지켰습니다.

런던에 이어 도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구본길. 그는 가장 먼저 원우영과 오은석의 이름을 꺼냈습니다. 9년 전 런던에서 '금빛 찌르기'를 합작했던 선수들이죠.

"'2012년과 2021년 멤버 중 누가 더 강한가'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런던 멤버는 정말 노련하고 전술적으로 강했다. 그때는 모든 나라들이 다 잘했다. 루마니아, 러시아 등이 세대교체를 했다. 우리는 원우영 오은석 형이 오상욱과 김준호가 올라올 때까지 버텨줬다. 선수를 키우는데 시간이 걸린다. 현재의 팀이 있는 것 자체가 형들 덕분이다. 원우영 형이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그 형들이 없었다면 지금도 없다."

금메달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공을 들여야 합니다. 좋은 선수를 만드는 것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죠. 단순히 기술만 기르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경험도 쌓아야 힘이 배가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경험이라는 것도 내가 쌓고 싶다고 쌓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후배들이 꾸준히 국제무대를 밟을 수 있도록 선배들이 앞에서 끌어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번 대회 '맏형'은 선배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올림픽은 압박감이 다르다. 세 번째 출전인데도 올림픽은 설레고, 두렵고, 감동이 있다. 눈물 없이는 이룰 수 없다. 후배들이 이번에 경기를 뛰면서 많이 느꼈을 것이다. 후배들은 나보다 더 잘한다. 나는 파리올림픽에 갈 수 없겠지만,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나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후배들이 나오기를 바란다."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남은 3년.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도쿄에서 파리를 바라봐야 합니다.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은 이번 대회를 통해 그 누구보다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개인전 8강에서 충격패를 했다. 하지만 아픔을 딛고 단체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번 금메달은) 내 개인에 대한 것도 있지만, 우리 펜싱 사브르에서 긍정적인 또 하나의 출발이 될 것이다.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 형과 나 모두 각자 자리에서 제 몫을 하면서 나중에도 좋은 성적을 낼 거다. 다음 목표는 '지키기'다. 일단 국가대표에 계속 발탁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2연속 금메달. 한국 남자 사브르의 시선은 벌써 3년 뒤 파리로 향해 있습니다.

지바(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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