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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3회전의 승부사'의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인교돈은 '훈장'을 따냈다

이원만 기자

입력 2021-07-27 21:29

 '3회전의 승부사'의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인교돈은 '훈장'을 따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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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한창 기량에 물이 오르던 무렵, 인교돈(29·한국가스공사)의 별명은 '3회전의 승부사'였다. 매번 1, 2회전에는 상대를 탐색하면서 팽팽한 접전을 펼치거나 뒤지고 있다가 마지막 3회전이 되면 전광석화처럼 상대를 몰아부친 끝에 화끈하게 전세를 뒤집어버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플레이 스타일이 결국 오늘의 결과를 암시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인내와 기다림으로 맨 마지막 순간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인교돈이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에서 염원하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벌어진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80㎏ 초과급 동메달결정전에서 트라코비치(슬로베니아)를 5대4로 제압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 만큼 값진 동메달이었다. 상대의 거친 추격을 끝까지 막아냈다.

이날 경기만큼은 이전까지 인교돈의 스타일과 조금 달랐다. 초반에 낸 득점이 승리의 바탕이 됐다. 1라운드에서 헤드킥으로 3점을 낸 게 주효했다. 이후 위기가 있었다. 왼쪽 허벅지 부분을 찍히며 큰 데미지를 입었다. 쉽게 일어서지 못하다 겨우 똑바로 섰다. 그러나 이후 트라코비치의 헤드킥 시도에 관한 비디오 판독을 하면서 시간이 지체된 게 인교돈의 회복을 도왔다. 다시 힘을 낸 인교돈은 상대와 팽팽히 접전을 펼치다 1점차로 이겼다.

그는 '암을 극복한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실력이 정점을 향해 치닫던 20대 초반, 악성 림프종이 발병했다. 용인대 졸업반 때인 2014년이다. 당시 현 소속팀인 한국가스공사와 계약을 앞둔 상황. 인교돈은 팀에 자신의 발병 사실을 솔직히 전했다. 계약이 안되는 줄 알았는데, 한국가스공사 박종만 감독이 그런 인교돈을 받아줬다. 인교돈은 용인대 기숙사에 머물며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수술도 여러 번 받았지만, 항암치료가 가장 어려웠다. 러닝머신에서 1분을 뛰면 구토가 바로 올라와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런 고통의 시간을 묵묵히 참고 이겨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섰다. 1, 2회전에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3회전에 멋진 역전극을 펼치던 스타일처럼. 2019년 8월 완치 판정을 받은 인교돈은 결국 서른이 다 돼서야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 여기서 메달을 따냈다. 인교돈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멋진 '역전승'을 완성했다는 훈장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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