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체조 사상 최초로 올림픽 도마 결승 무대에 오른 기특한 딸을 향해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원조 도마의 신' 여홍철 경희대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여홍철 2세, '도마공주' 여서정(19·수원시청)은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예선 도마 종목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800점, 전체 5위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차 시기에서 난도 5.8점 쿠에르보 기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수행점수 9.200점, 15.000점을 기록했다. 2차 시기 난도 5.4의 유리첸코 기술에서도 수행점수 9.2점 고득점으로 14.600점을 찍었다. '미국 체조여제' 시몬 바일스가 15.183점, 전체 1위. 세계적인 체조 스타들 사이에 대한민국 여서정이 우뚝 섰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 여자체조가 사상 첫 종목별 결승행의 역사를 썼다. 무엇보다 이날 여서정의 기술은 도약, 착지 모든 과정이 깔끔하고 완벽했다.
'부전여전', '모전여전' 체조인 가족이지만 집에서 체조나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금기다. 여 교수는 "집과 가족은 훈련에 지친 딸에게 쉼터가 돼야 한다. 그래서 체조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정이가 급할 때 스스로 물어본다. 그럴 때나 이야기를 좀 해주는 편이지 물어보기 전에 먼저 이야기하진 않는다"며 웃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는 긴장됐는지 2~3일 전부터 카톡 메시지가 자주 오더라. 딱 보면 안다"고 했다. 급할 때 찾는 '아빠 찬스'다. 여 교수는 '올림픽 선배'로서 올림픽이 처음인 딸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 "아빠도 긴장했어. 올림픽 세 번 나갔는데 마지막 나갈 때까지 긴장했어. 당연한거야. 원래 다 그래, 다 긴장해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여 교수는 "선수는 준비만 잘 돼 있다면 기분 좋은 긴장감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