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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 올림픽 첫 결승행, 아버지 여홍철"우리딸 사랑한다! 믿는다!"[도쿄올림픽]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7-26 17:57

수정 2021-07-2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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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 올림픽 첫 결승행, 아버지 여홍철"우리딸 사랑한다! 믿는다!"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우리 딸, 사랑한다! 믿는다!"



대한민국 여자체조 사상 최초로 올림픽 도마 결승 무대에 오른 기특한 딸을 향해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원조 도마의 신' 여홍철 경희대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여홍철 2세, '도마공주' 여서정(19·수원시청)은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예선 도마 종목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800점, 전체 5위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차 시기에서 난도 5.8점 쿠에르보 기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수행점수 9.200점, 15.000점을 기록했다. 2차 시기 난도 5.4의 유리첸코 기술에서도 수행점수 9.2점 고득점으로 14.600점을 찍었다. '미국 체조여제' 시몬 바일스가 15.183점, 전체 1위. 세계적인 체조 스타들 사이에 대한민국 여서정이 우뚝 섰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 여자체조가 사상 첫 종목별 결승행의 역사를 썼다. 무엇보다 이날 여서정의 기술은 도약, 착지 모든 과정이 깔끔하고 완벽했다.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 1994년 히로시마-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도마 2연패에 빛나는 '레전드' 아버지 여홍철 교수도 "잘하더라. 너무 깔끔하게 잘해줬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여자체조 단체전 동메달리스트 출신 어머니 김채은 전 여자체조대표팀 코치도 "1988년에 개인종합에서 박지숙 선배가 결승에 진출한 적은 있지만 종목별 결승 진출은 처음이다. 한국 여자체조를 업그레이드시켜준 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부전여전', '모전여전' 체조인 가족이지만 집에서 체조나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금기다. 여 교수는 "집과 가족은 훈련에 지친 딸에게 쉼터가 돼야 한다. 그래서 체조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정이가 급할 때 스스로 물어본다. 그럴 때나 이야기를 좀 해주는 편이지 물어보기 전에 먼저 이야기하진 않는다"며 웃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는 긴장됐는지 2~3일 전부터 카톡 메시지가 자주 오더라. 딱 보면 안다"고 했다. 급할 때 찾는 '아빠 찬스'다. 여 교수는 '올림픽 선배'로서 올림픽이 처음인 딸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 "아빠도 긴장했어. 올림픽 세 번 나갔는데 마지막 나갈 때까지 긴장했어. 당연한거야. 원래 다 그래, 다 긴장해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여 교수는 "선수는 준비만 잘 돼 있다면 기분 좋은 긴장감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올림픽을 직접 뛸 때와 딸의 올림픽 연기를 지켜볼 때 어느 것이 더 떨리냐는 우문에 여 교수는 "똑같이 떨린다. 그런데 종류가 다른 긴장감"이라고 답했다. "미묘하게 희한하게 다른 긴장감이다. 딸의 연기를 지켜보는 마음을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웃었다. "내가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때 내 이름을 건 '여1, 여2' 기술을 갖고 나간 것처럼 딸도 도쿄올림픽에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서정' 기술을 준비해 나갔다. 이정식 감독님께서 잘 이끌어주실 것"이라며 결선 무대에 기대감을 전했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당당히 결선 무대에 오른 당찬 막내딸에게 레전드 아버지가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랑한다" 오직 한 마디뿐이다. "그냥 '우리 딸, 사랑한다! 믿는다'고만 써주세요"라고 했다. "올림픽같은 큰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도 어떤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긴장하면 다 잊어먹는다. 결국 스스로 이겨내고, 스스로 해내는 것이다. 나는 우리 딸을 믿는다. 서정아, 믿는다. 사랑한다. 자랑스럽다고만 써주세요"라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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