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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 현장]몰락한 '태권황제' 이대훈, 패자부활전에서도 좌절. '노 메달'로 올림픽 아듀

김가을 기자

입력 2021-07-25 20:21

수정 2021-07-25 21:43

몰락한 '태권황제' 이대훈, 패자부활전에서도 좌절. '노 메달'로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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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 자타공인 '태권 황제'로 군림했던 이대훈(29)이 몰락했다. 금메달은 커녕, '노 메달'로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퇴장했다. 부활의 기회마저도 날려버린 채 초라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대훈은 25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홀A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자오슈아이에게 15대17로 지고 말았다. 이날 두 번째 패배였다. 첫 패배는 '불운'이라고 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하루에 중첩된 두 번의 패배가 의미하는 건 '실력'이다. 이대훈은 더 이상 '태권 황제'가 아니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한국 태권도는 '태권 종주국'의 명예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당초 이대훈은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자타공인 '태권도 황제'이자 세계랭킹 1위였기 때문. 이대훈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금메달로 마치며 '아름다운 라스트댄스'를 보여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첫 판부터 스텝이 꼬였다. '올림픽 불운' 징크스는 너무나 끈질기고 악독했다. 세계랭킹 1위로 시드를 받은 이대훈은 16강 첫 판에서 울루그벡 라시토프(우즈베키스탄)를 만나 연장 승부 끝에 19대21로 패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 연장전에서 골든 포인트를 내주고 패배가 확정된 순간, 이대훈은 헤드기어를 벗어 던지며 울분을 토했다. 충격적인 패배 앞에서 '태권 황제'는 순간적으로 평정심을 잃었다.

그러나 '올림픽의 신'은 그런 이대훈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태권 황제'가 커리어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쓸쓸하게 '노 메달'로 퇴장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같다. 어렵게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생겼다. 라시토프가 이후 승승장구, 결승까지 오른 덕분에 이대훈에게 '패자부활전' 기회가 생긴 것. 결승 진출자에게 진 선수들에게 입상 기회를 주는 제도. 라시토프에게 진 선수들끼리 싸우는 방식이다. 약 2시간 동안 총 3명을 꺾으면 동메달을 얻을 수 있었다. 이대훈은 다시 헤드기어를 썼다.

첫 상대인 세이두 포파나(말리)를 11대9로 제압한 이대훈은 미르하셈 호세이니(이란)도 30대21로 물리치며 동메달 결정전까지 올랐다. 이대훈보다 팔다리가 긴 자오슈아이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1회전에서 3-4로 이대훈이 밀렸다. 2회전은 7-7 동점. 이대훈이 10-11로 뒤진 상태에서 마지막 3회전이 시작됐다. 10초 만에 이대훈이 몸통 주먹 공격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1분38초에 자오슈아이의 발 공격이 이대훈의 몸에 적중, 13-11이 됐다. 이어 13-12로 앞선 자오슈아이가 30여초를 남기고 회전 공격으로 몸통을 적중해 4점을 얻었다. 결정타였다. 이대훈은 다급하게 몰아쳤다. 하지만 감점 2점을 끌어내는 데 그치며 타임아웃. 이대훈은 고개를 떨궜다. 그의 올림픽은 너무나 초라하고 비참하게 끝났다.

지바(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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