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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 현장]"아내, 보고 있나!" 은퇴→韓 펜싱 새 역사, 김정환 "증명하고 싶었다"

김가을 기자

입력 2021-07-25 02:30

수정 2021-07-2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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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보고 있나!" 은퇴→韓 펜싱 새 역사, 김정환 "증명하고 싶었다…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대표 김정환이 24일 지바 마쿠하리메세 B홀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따고 환호하고 있다. 지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7.24/

[지바(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아내, 보고 있나?"



'사브르 대표팀의 맏형' 김정환(38)이 한국 펜싱의 역사를 새로 작성했다. 그는 24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홀B에서 열린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와의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결정전에서 15대11 승리를 거머쥐었다. 2012년 런던 단체전 금메달, 2016년 리우 개인전 동메달에 이어 올림픽 3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펜싱 선수가 올림픽에서 3개의 메달을 기록한 것은 처음. 개인전에서 연속해서 메달을 목에 건 것도 최초다.

경기 뒤 김정환은 "한국 펜싱에서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아보고 싶었다. 올림픽은 내게 행운의 무대다. 올림픽에서 운이 있는 편이다. 빈손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개인전에서 메달을 딸 줄은 몰랐다. 훌륭한 지도자, 선수들 덕분이다. 그들에게 배운 덕분에 지금의 '베테랑 김정환'이 된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1983년생. 김정환은 2005년 태극마크를 처음 단 후 한국 남자 사브르의 중심으로 우뚝섰다. 그는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았다. 화려하게 꽃을 피운 순간. 김정환은 내려와야 할 때임을 알았다. 그는 2018~2019시즌 국가대표 선발 요건을 갖추고도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부상 치료와 학업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사실은 은퇴를 고민하고 있었다.

대표팀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김정환. 태극마크를 내려놓기에는 기량이 너무 출중했다. 김정환은 국가대표 선발에 반영되는 각종 국내 대회에서 입상하며 존재감을 빛냈다. 그는 2019년 9월 대표팀에 복귀해 도쿄를 향해 달렸다. 코로나19 탓에 대회가 1년 연기되는 일도 있었지만, 김정환은 묵묵히 달렸다. 그리고 도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동메달을 목에 건 김정환은 "국가대표에서 잠시 떨어져 있을 때 소개팅으로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나를 '한때 검 좀 휘둘렀던 사람'으로만 알았다. 내가 경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매일 집에서 잠옷 바람에 TV를 보고 하니 '이제 일반인 다 됐다'고 놀렸다. 하지만 내 속 한구석에는 '나 아직 할 수 있는데'라는 마음이 있었다. 보여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김정환은 지난해 9월 항공사 승무원인 변정은씨와 1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이어 "선수촌에 있을 때였다. 장인어른께서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주셨다. 내게 '네가 잘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안다. 그러니 다치지만 말고 오라'고 하셨다. 그 말에 자극을 받았다. 불타올랐다. 입증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끝은 아니다. 김정환은 28일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 출격한다.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 김정환은 "개인전은 보너스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다. (개인전을 치르며) 선수들의 멘털이 조금 흔들렸을 것이다. 맏형이자 주장으로서 잘 맞추겠다. 국민들께 한국 펜싱이 '어벤저스'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이번에는 국민들게 증명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바(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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