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사격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의 예선 탈락,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10점 과녁을 뚫는 집중력의 화신이자, 진정한 승부사였다. 2008 베이징 금빛 총성을 시작으로 2012 런던, 2016 리우까지 3번의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만 6개(금4은2)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사수.
이런 진종오가 이변을 허용했다. 진종오는 24일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예선에서 576점으로 15위에 그쳐 8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그답지 않은 실수가 잦았다. 1시리즈 세 번째 발, 4시리즈 9번째발에서 8점에 그쳤다. 6시리즈에선 8번째발까지 모두 10점 과녁에 꽂아넣으며 또다시 대역전 드라마를 쓸 것처럼 보였지만, 9번째발에서 8점을 맞추는데 그치면서 결국 결선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앞선 올림픽에서 10m 공기권총은 진종오의 주 종목이 아니었다. 50m 공기권총에 주력하면서 10m에 병행 출전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올림픽 어젠다 변경으로 종목별 메달 숫자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주종목인 50m 공기권총이 사라졌다. 진종오가 런던에서 10m와 50m를 석권한 것이나, 최근 수 년간 10m 출전에 집중하면서 익숙한 감은 물론 있다. 그러나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던 50m 무대와 다른 10m에서의 긴장감은 아무래도 클 수밖에 없었다.
진종오는 이번 대회 메달 획득으로 '신궁' 김수녕을 넘어 한국 올림피언 역사상 최다 메달 획득의 새 역사를 쓰고자 했다. 주종목이 사라지는 변수 속에서도 10m에 집중해 기어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첫날 결선행에 실패하면서 부담감은 한층 더 커지게 됐다.
기회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진종오는 27일 추가은(20·IBK기업은행)과 짝을 이뤄 혼성 10m 공기권총에 출전한다. 남은 기간 진종오가 예선 탈락의 충격을 딛고 멘탈을 회복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어쩌면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기회에서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