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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허무하게 놓친 장 준의 'No.1 금 약속', 상실감 이기고 銅빛 피날레 날렸다

이원만 기자

입력 2021-07-24 01:31

수정 2021-07-2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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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게 놓친 장 준의 'No.1 금 약속', 상실감 이기고 銅빛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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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을 따내겠습니다."



굳은 약속을 했었다. 국민과의 약속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장 준(21)이 지난 4월 14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G-100 미디어데이' 때 취재진 앞에서 한 말이었다. '반드시 선수단 1호 금메달을 따겠다'는 약속. 목표를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스스로의 각오를 다지려는 듯 보였다. 그만큼 장 준은 이번 도쿄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각오가 컸다.

금메달을 목표로 하지 않은 선수가 어디 있겠냐마는 장 준의 각오는 다른 이유로 좀 더 특별했다. 그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 철 모르던 10대 시절, 훈련 도중 '잠깐의 일탈'을 감행해 큰 곤욕을 치른 것. 장 준은 고교 3학년 때인 지난 2018년 동료 선수 몇 명과 진천 선수촌을 몰래 벗어나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선수촌 기강해이' 문제로 지적됐다. 장 준은 다른 선수들과 함께 대한민국태권도협회로부터 2개월의 자격 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이 사건은 장 준을 좀 더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가 '선수단 첫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세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잘못으로 선수촌 전체가 비판의 중심에 섰던 '마음의 빚'을 '1호 금메달'로 조금이나마 갚으려는 각오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 준의 금메달 획득을 예상했다. 그는 남자 58㎏급 세계랭킹 1위다. 3년 전부터 줄곧 세계 정상을 지켰다. 부담없이 자신의 실력만 발휘하면 '금빛 약속'을 지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장 준은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벌어진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준결승전서 튀니지 신예 젠두비(19)에 19대25로 졌다. 결국 동메달 결정전까지 밀리고 말았다. 목표했던 메달의 색깔은 아니었지만, 장 준은 실망감을 딛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헝가리의 오마르 살림을 46대16의 압도적인 스코어 차이로 이기며 동메달을 따냈다. '금빛'은 아니지만, '메달 획득'의 약속은 지켰다고 볼 수 있다.

장 준은 2018년 초반까지는 김태훈의 그늘에 가려진 '2인자'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도 김태훈에게 패하며 대표팀 탈락의 고배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마치 비온 뒤 대나무가 자라듯 '10대의 성장 속도'는 무서웠다. 장 준은 그 해 5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지는 법을 잊었다. 국제 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올림픽 랭킹도 수직 상승해 이전까지는 '언감생심'이었던 '올림픽 대표'의 꿈도 키워나갔다.

결국 2020년 1월 김태훈과 '리턴매치'를 펼쳐 당당히 태극마크를 따냈다. 선수 커리어의 '최정점'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음주 파문'과 코로나19로 인한 올림픽 연기는 장 준에게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자숙의 시간'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는 다시 일어서 채찍처럼 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끝에 열린 올림픽 무대에서 장 준은 또 다시 좌절을 맛봤다. 지나친 긴장감과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으로 인한 체력 및 경기감각 유지 실패가 패인으로 분석된다. 그래도 장 준은 동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를 계기로 다시 일어설 것이다. 다음 올림픽도 장 준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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