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이 19일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방역복을 입고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지난 19일 도쿄올림픽 참가를 위해 출국한 '탁구신동' 신유빈(17·대한항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방호복 풀착장으로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올림픽 후원사가 아닌 방호복 브랜드를 가리기 위해 붙인 깜찍한 '어벤저스' 스티커도 화제가 됐다.
이날 탁구대표팀에서 방호복 차림으로 출국한 이는 신유빈과 조언래 여자대표팀 코치, 단 둘뿐이었다. 방호복, 고글 페이스마스크, 라텍스장갑을 착용한 신유빈을 향해 공항 출국장, 입국장에서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어머니 홍미선씨는 "유빈이가 한달전에 방호복 이야기를 해서 인터넷을 통해 주문해줬다"고 했다. "유빈이가 '다들 많이 입을 줄 알았는데, 나만 관종(관심받기를 즐기는 사람을 뜻하는 속어) 됐다'더니 '괜찮아, 안전하면 됐지'라며 웃더라"고 귀띔했다. "처음에 방호복을 입고 '좀 창피한데' 하더니 '아냐, 창피함은 잠깐이지, 이렇게 꽁꽁 다 감추면 아무도 못알아볼 거야' 하더라"며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감싼 '탁구신동' 신유빈을 모두가 알아봤다.
도쿄올림픽에 도전하는 국가대표 선수 1인당 23㎏ 캐리어 3개가 허용됐다. 신유빈은 노스페이스가 후원한 선수단 공인캐리어에 소녀 감성이 묻어나는 핑크빛 캐리어 2개를 준비했다.
첫 올림픽에 도전하는 '막내온탑' 신유빈의 목표는 24일 시작되는 여자단식 1라운드부터 8월 5일 끝나는 여자탁구 단체전 메달결정전까지 최대한 오래 도쿄에 머무는 것이다. 2주 넘는 긴 여정을 목표로, 엄마 홍미선씨와 함께 캐리어 3개를 빼곡히 채웠다.
최연소 여자탁구 국대, 꿈 많은 유빈이의 캐리어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훈련장, 경기장, 선수촌만 오가야 하는 '버블' 시스템 속에 신유빈을 비롯한 태극전사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아이템은 역시 '먹거리'다. 도쿄행을 앞두고 먹거리에 대한 우려가 컸던 데다, 힘겨운 전장에서 밥심처럼 위로가 되는 것은 없다. 간단한 요리를 위한 만능쿠커는 대다수 선수들의 필수품. 신유빈 역시 10대답게 가장 좋아하는 떡볶이와 즉석식품으로 나온 차돌된장찌개, 김치찌개, 컵라면, 즉석밥에 스팸, 김자반, 진미채 등 마른반찬, 볶음김치 등 밑반찬을 빠짐없이 챙겼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밥그릇도 챙겨갔다. 에너지바, 견과류, 곤약젤리 등 훈련 전후 먹을 간식과'최애 아이돌' BTS의 정국이 좋아한다는 콤부차도 챙겨넣었다. 누가 뭐래도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돌아올 때 입을 방호복 세트와 함께 경기장 물을 필터링해 받아먹을 휴대용 정수기, 샤워기 필터도 따로 챙겼다. 훈련장에 가지 못하는 시간들을 위해 실내 스트레칭을 위한 밴드, 요가폼 등 간단한 운동기구, 꿀잠을 보장하는 잠옷과 한여름 소중한 피부를 위한 마스크 팩도 잊지 않았다.
도쿄 훈련장에서 날아드는 사진 속 신유빈은 웃음이 넘친다. 어머니 홍미선씨는 "유빈이가 첫 올림픽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한다. 오륜기를 그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처음이라고 하더라"며 미소 지었다. "대한체육회에서 나눠주는 점심 도시락을 받으러 가는 당번을 돌아가면서 하는데, 그것도 즐거워한다. 선수촌 생활도 너무 재미있단다. 못왔으면 진짜 후회할 뻔했다더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MZ세대의 대표주자, '탁구신동'의 첫 올림픽, 부담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같은 건 없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탁구, 첫 도전을 마음껏 즐길 준비가 돼 있다. 출국 직전 인터뷰에서 신유빈은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려고 해요. 100일전엔 좀 긴장됐는데 이제 오히려 긴장은 안돼요. 준비는 후회없이 한 것같아요. 경기도 후회없이, 연습한 대로 잘하고 올게요"라고 약속했다. '신유빈 선생님' 김경아 여자탁구 대표팀 코치는 "유빈이가 준비한 대로 100% 한다면 괜찮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다. 만약 101%를 한다면? 분명히 사고를 칠 것"이라고 예언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