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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불란,땀 믿으면 흔들림 없다" '백전노장'신치용 촌장의 도쿄행 메시지[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7-06 16:52

수정 2021-07-07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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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불란,땀 믿으면 흔들림 없다" '백전노장'신치용 촌장의 도쿄행 메시…
사진제공=대한체육회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신한불란(信汗不亂, 땀을 믿으면 흔들림이 없다)."



도쿄올림픽이 보름여 앞으로 성큼 다가온 진천국가대표선수촌, '대한민국 명장' 신치용 촌장(66)의 메시지에는 한치 흔들림이 없었다. 2014년 삼성화재 배구단 사령탑 시절, 프로스포츠 사상 첫 7연패 위업을 달성한 신 촌장이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우승의 비결로 공개했던 명언, 이후 수많은 선수들이 가슴에 새긴, 필생의 좌우명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 함께 땀 흘려온 우리 선수단에게 '땀을 믿으면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땀을 믿고 최선을 다한 후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받아들이라(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23일 개막한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29개 종목 232명 선수가 도쿄행을 확정지었다. 양궁, 태권도, 야구, 골프, 펜싱, 유도 등에서 금메달 7개, 종합성적 10위를 목표 삼고 있다.

신 촌장은 도쿄올림픽을 1년 반 앞둔 2019년 2월 진천선수촌장으로 선임됐다. 예기치 못한 난세, 코로나로 인해 올림픽이 연기되고, 스포츠가 송두리째 흔들리던 시기에 '백전노장' 신 촌장의 존재는 다행이었다.

올림픽이 코앞에 닥친 시점,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신 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고 답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열리는 이 올림픽이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집중적인 훈련을 한 나라는 일본, 우리나라 등 많지 않다"고 했다. "최고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훈련은 물론 음식, 휴식, 모든 디테일을 경기일에 철저히 맞춰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적정 불안 수준이 유지돼야 한다. 떨어져도 넘쳐도 안된다"고 했다. "남은 보름 동안 기술이 크게 늘 건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기술, 주특기를 가장 자신 있게 해낼 수 있는 몸과 정신을 만들고 자신감을 다질 시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도자들에게도 마지막 순간까지 선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결국 경기는 선수가 한다. 지도자의 생각을 무대에서 표현하는 사람은 선수다. 지도자는 언제나 나보다 선수를 더 아껴야 하고 더 공들여야 한다. 늘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말해야 한다. 그래야 통한다. 지도자가 머리 굴리면 선수도 머리를 굴린다"는 코칭철학을 전했다. "세상이 제아무리 바뀌었다 해도 선수도 지도자도 성적으로 말한다. 내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늘 당당해야 한다. 지도자의 숙명"이라고 했다. "스포츠를 괴물 보듯하고 재단하고 매도하는 세상에서도 절대 겁먹을 필요 없다. 정정당당하게 오직 선수들을 위해서만 할일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팀의 선장으로서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신 촌장은 "선수들에게 외출, 외박을 못주고 훈련만 시키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훈련은 집중력 있게 하고, 화끈한 휴식과 보상을 주는 것이 내 스타일인데, 선수안전을 위해 악역을 해야 했다. 속으로 눈치도 많이 봤다"고 했다. "선수촌에서 확진자 1명만 나와도 셔터를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풀어주지 못한 점이 제일 미안하고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절대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단 1명의 확진자도 나와선 안된다. 진짜 조심해야 한다. 메달이고 뭐고, 다 물거품이 된다"며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베테랑 촌장님은 선수들의 얼굴만 봐도 훈련 상황, 몸 상태를 짐작한다. 1년 365일 아침 저녁으로 각 훈련장을 끊임없이 살핀 촌장님에게 도쿄올림픽 다크호스를 물었다. "근대5종, 자전거, 다이빙"을 꼽더니 "여자복싱 오연지가 참 훈련을 열심히 하더라"며 미소 지었다. "열정을 쏟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메달 딸 것같다. 기대가 된다"고 했다.

모든 올림픽 현장엔 언제나 예기지 않은 돌발상황이 불거진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 치러지는 도쿄올림픽,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 신 촌장은 철저한 교육을 강조했다. "선수단 교육 매뉴얼을 제작했다. 판정 문제가 생겼을 때 항의 절차, 인터뷰하는 법, 시상식 세리머니에서 주의할 점 등을 도핑 교육과 함께 2~3차례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충동적 세리머니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응원단은 갈 수 없고, 일본 현지 응원단만 들어오는 상황에서 일방적 분위기 속에 감정이 올라올 수 있다.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선수들을 철저히 교육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치른 신 촌장에게 2021년 여름, 도쿄올림픽은 어떤 의미일까. "선수, 코치, 감독, 촌장까지 현장서만 55년째다. 50여 년 전인 중1때 제48회 전국체전에 첫 출전했다. 오래 했다. 현장 체육인, 지도자로서 도쿄올림픽은 내게 마지막 승부"라고 힘주어 말했다. "잘 마무리하고 싶다.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지 않지만 진정한 내 마지막 승부"라고 했다.

신 촌장은 외롭고 힘든 시대, 올림픽 무대에 도전하는 국가대표선수들을 향한 국민적 응원과 관심을 거듭 당부했다. "국가대표의 힘은 국민들의 성원에서 나옵니다. 도쿄에서 결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품격 있고 자랑스러운 국가대표가 되겠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성원해 주시고 함께 해주십시오. 꼭 좋은 에너지로 보답드리겠습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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