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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人도쿄]태극마크만 14년, 핸드볼 캡틴 "꼭 메달 따고 싶어요"

김가을 기자

입력 2021-07-06 09:37

수정 2021-07-0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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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만 14년, 핸드볼 캡틴 "꼭 메달 따고 싶어요"
사진제공=대한핸드볼협회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마지막 올림픽일 수도 있잖아요. 메달 꼭 따고 싶어요."



2008년 고등학교 1학년이던 앳된 막내. 그는 대한민국을 이끄는 캡틴으로 훌쩍 성장했다. 국가대표 경력만 무려 14년. 류은희(31)의 핸드볼 스토리는 길고도 길다.

"저 사실 축구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다니던 학교에는 핸드볼 팀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엄마가 '축구 말고 핸드볼 해'라고 하셨죠. 제가 금방 포기할 줄 알고 시키셨던 것 같아요. 제가 전지훈련이라도 가면 엄마가 아버지께 '수련회 갔어'라고 말씀 하셨대요. 그렇게 1년을 했어요. 그만두지 않고 버티니까 정식으로 시켜주셨죠. 그게 초등학교 4학년 때에요."

그저 '공 놀이'가 좋아서 시작했던 핸드볼. 재능이 남달랐다. 장신(1m80), 왼손잡이. 한국에서 흔치 않은 피지컬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빠른 습득력과 성실함까지 묶어 단박에 '한국 핸드볼의 미래'로 꼽혔다.

"왼손잡이다보니 어릴 때부터 기회를 많이 잡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A대표팀에 갔어요. 그때는 워낙 잘하는 언니들이 많아서 훈련만 같이 했어요. 중요한 대회 때는 잠깐 집에 갔다가, 다시 대표팀 합류하는 식으로요."

막내는 무럭무럭 성장했다. 2008년 성인 무대 데뷔 후 에이스로 성장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8년 만의 정상 탈환에 앞장섰다. 2019년 7월에는 프랑스 파리92에 합류, 유럽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기쁨보다 아픔의 기억이 더 크다. 2012년 런던에서는 4강 신화를 썼지만, 2016년 리우에서는 사상 첫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언니들 세대부터 지금까지 다 경험했어요. 좋은 기억도 있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많았어요. 돌아보면 '욕 먹는 현장'에는 다 있었던 것 같아요."

태극마크를 달고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한 류은희. 그는 도쿄올림픽에서 캡틴으로 팀을 이끈다.

"주장을 했던 기억이 거의 없어요. 주니어 때 해봤고요…. 아, 예전에 주축으로 뛰던 언니들이 다 빠져서 한-일전 때 딱 한 번 주장해봤어요. 이렇게 시작부터 '네가 주장이야' 했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주장을 해본 적이 없어서 버거울 것 같았어요.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그래서 계속 거부했는데, 감독님께서 너무 단호하게 밀어붙이셔서 하게 됐어요.(웃음)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는 것은 매우 감사해요. 그런데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중간 역할을 해야 해서 확실히 어려운 부분이 있네요."

한층 무거워진 책임감. 류은희 역시 자신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훈련하는 부분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어요. 리그가 끝난 지 꽤 됐기에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도 있고요. 게다가 우리와 붙는 팀이 만만치 않아요. 최근 막을 내린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노르웨이 클럽팀이 우승했어요.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죠. 힘든 여정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고생했는데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도쿄올림픽 A조에서 노르웨이, 몬테네그로, 네덜란드, 일본, 앙골라와 격돌한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올림픽.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더 간절하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일 수도 있잖아요.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메달을 꼭 따고 싶어요. 돌아보면 항상 힘든 상황 속에서 뭔가 성과를 계속 거둔 것 같아요. 음, 도쿄올림픽을 가기 위해 정말 많은 선수들이 노력했어요. 올림픽 예선 때부터 함께한 선수들이요. 하지만 올림픽 명단은 한정돼 있어서 모두가 함께하지 못해요. 제가 그 선수들 몫까지 잘 하는 게 최우선인 것 같아요."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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