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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보름전 가락中 펜싱부 해체 위기...남현희 "아이들의 꿈 지켜주세요!"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7-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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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보름전 가락中 펜싱부 해체 위기...남현희 "아이들의 꿈 지켜…


"학생선수들의 꿈을 지켜주세요."



지난 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학생선수들의 꿈을 지켜주세요. 짓밟지 말아주세요'라는 한 학부모의 절박한 호소문이 올라왔다. '학생선수로서 공부와 운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가락중 2학년 펜싱선수 **이'의 어머니라고 자처한 학부모는 소년체전 출전기간 중 학교장이 강행한 펜싱팀 해체 절차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학업, 인권, 청렴, 공정 등 어느 것 하나 어김이 없고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중부 사브르 단체전에서 피땀으로 금메달을 일궈낸 어린 학생선수들의 꿈을 박살내고자 학교장님께서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몰래, 졸속으로 학교운동부 해단의 건을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에 상정해 7월8일 학생들의 꿈을 짓밟는 망치질을 강행하려고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방면의 끼와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대한민국의 중학교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청원을 올립니다. 펜싱을 통해 최선을 다하는게 뭔지,작은 숭리가 무슨 의미인지, 스포츠를 통해 협동 책임 배려 양보 등 인성까지 배워가는 우리 가락중 어린 학생선수들의 꿈을 지켜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서울 가락중 펜싱부는 지난달 제50회 전국소년체전을 겸해 열린 회장배 남녀종별 펜싱선수권 여중부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학교측의 반대로 1학년 학생의 출전이 좌절된 가운데, 3명의 선수가 하나로 똘똘 뭉쳐 이뤄낸 우승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8일 오후 3시 학운위 결정에 따라 펜싱부의 존폐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

학교측이 해단 계획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해단 사유는 '지속적인 학생수 감소로 운동부 자원 부족, 지도 감독할 운동부 전문 지도교사의 부재, 담임교사, 업무담당 교사 자원 부족, 학생수 감소에 따른 지속적인 학교 예산 삭감으로 운동부 예산 확보 어려움, 운동부 학생에 대한 예산 지원(550만원)이 일반학생의 교육비에 비해 형평성에 크게 벗어남' 등이다.

학부모들은 운동부 자원 부족이라는 사유에 대해 오히려 "올해 4월부터 펜싱부 입단을 원하는 1학년을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소년체전 참가도 불허해 청소년이 체육활동에 참여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학생 대비 예산 형평 문제에 대해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펜싱을 하기 위해 입학한 진로와 꿈의 터전인 만큼 학교 예산을 소비하지 않도록 100% 수익자 부담 조치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마음으로, 전체 학생들을 위한 300만원의 학교발전기금을 기탁했다. 그러나 학교측의 해단 절차는 일사천리 진행중이다. 2021년 4월 교육지원청 장학사와 상의 후 해단 계획을 수립했고 5~6월 운동부 담당교사, 코치, 학부모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안내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학부모와 학생선수들은 '공정하고 행복한 2020학년도 서울학교운동부 운영매뉴얼'에 있는 해단 절차를 무시하고 학생선수, 학부모의 동의, 학생선수관리위원회의 협의 절차 없이 교장이 일방적으로 해단 건을 학운위에 상정했다는 입장이다.

청원 직후 '펜싱소녀들'의 꿈을 지켜내자는 현장 체육인들의 참여와 관심이 뜨겁다. 단톡방으로 해당 청원을 퍼나르며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이틀만에 2000명 이상이 동의와 공감의 뜻을 표했다.

2005년 창단된 가락중 펜싱부는 서울 시내 유일한 중학생 사브르팀이다. 15년째 면면히 명맥을 이어왔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사브르 국가대표 서지연도 가락중 출신이다. 박천구(국민체육진흥공단)황승민, 김동인 이효빈, 이도훈, 이주은(이상 한체대), 송승헌(동의대) 등 대학, 실업 에이스들도 줄줄이 배출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열악한 인프라와 엷은 선수층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세계속의 '펜싱코리아' 쾌거를 이어온 펜싱계가 느닷없는 중학교 팀 해체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펜싱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협회를 통해 대책을 수립중이다. 학교장 면담도 요청하려고 한다. 팀이나 선수들은 문제가 없다. 모든 면에서 잘해왔다고 한다. 결국 학교장의 의지 문제"라고 바라봤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펜싱인들이 사기 진작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정말 답답하고 힘빠지는 소식"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체육인은 "슬프고 화난다. 아이들의 꿈 하나도 지켜줄 수 없는데 올림픽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펜싱 은메달리스트, '레전드' 남현희(대한체육회 이사) 역시 "서울시 유일의 중학교 사브르팀이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며 학교측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어른들은 늘 말한다. 포기하지 말라고…. 중학교 꿈나무 친구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소년체전이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하며 더 큰 꿈을 향해 계속 나아가려할 것이다. 어리지만 이 친구들도 분명히 안다. 이 길이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면서도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 어린 친구들이 포기하기도 전에 어른들이 그 길을 막아서는 상황은 부디 만들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를 꿈꾸는 우리 아이들이 외롭고 힘들지 않도록, 갈곳이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도록 속도를 맞춰서 함께 걸어주시고 응원하며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해체 위기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좋아하는 운동에만 마음껏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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