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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신동X中귀화에이스 폭풍케미' 女탁구대표팀의 도쿄희망가[현장인터뷰]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6-29 17:10

수정 2021-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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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신동X中귀화에이스 폭풍케미' 女탁구대표팀의 도쿄희망가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여자탁구, 신유빈이 어디까지 가느냐가 이번 올림픽의 관전 포인트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지난 21일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 내 신승관에서 치러진 석정도시개발컵 가상실전, 후배들의 경기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아테네올림픽 챔피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도쿄올림픽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 치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다. "전지희가 아주 안정된 탁구를 치고 있고, 신유빈과 최효주는 한번 풀리기만 하면 무서운 탁구를 치는 선수들이다. 단체전에서 첫 복식만 잘 넘어가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도쿄올림픽에 도전하는 여자탁구 대표팀은 '탁구신동' 신유빈(17·대한항공)과 2명의 '중국 귀화 에이스'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 최효주(23·삼성생명) 등 3명으로 구성됐다. 이시온(25·삼성생명)이 부상, 돌발상황에 대비한 P카드로 함께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7~8년 이어져온 여자대표팀 라인업이 확 바뀌었다. 5년 전 리우올림픽을 경험한 이는 '맏언니'이자 주장인 '귀화 에이스' 전지희가 유일하다.

2004년생 '탁구신동' 신유빈이 지난 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언니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수원 청명중 졸업 직후인 지난해 고등학교 진학 대신 실업팀 대한항공 입단을 택했던 신유빈은 코로나로 세상이 멈춰선 지난 1년간 탁구도, 몸도. 마음도 폭풍성장했다. 최연소 국가대표(만 14세 11개월 16일), 최연소 종합선수권 결승행, 최연소 실업행, '최연소의 아이콘' 신유빈이 이번에도 만 17세, 최연소로 도쿄올림픽 무대에 도전하게 됐다.

'중국 귀화 왼손 에이스' 최효주 역시 생애 첫 올림픽의 기회를 잡았다. 2011년 한국에 온 지 무려 10년만에 올림픽의 꿈을 이뤘다. 도쿄 국대 3명 중 1명은 '탁구신동', 2명은 올림픽의 꿈 하나로 10년 넘게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견딘 중국 귀화 에이스다. 5년 전 리우에서 28년만의 노메달 수모를 감내해야 했던 한국 탁구의 새 도전이 시작된다. 여자탁구의 최우선 과제는 단체전 메달. 전지희는 이상수와 혼합복식에서 결승행, '금메달'을 목표 삼았다. 개인전엔 전지희와 신유빈이 나선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 2년 가까이 부산세계선수권은 물론, 투어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가 멈춰선 상황, 여자탁구 대표팀은 외출, 외박도 금지된 선수촌에서 오로지 훈련에 매진했다. 신유빈-전지희조는 지난 3월 WTT 스타컨텐더 도하 대회 여자복식에서 '세계랭킹 2위' 일본 에이스조 이시카와 가스미-히라노 미우조를 꺾고 깜짝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림픽이 코앞인 시점, 신유빈, 전지희, 최효주에게선 훈련에서 비롯된 담담한 자신감이 전해졌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올림픽의 꿈을 이야기하는 그녀들의 눈빛에선 희망의 기운이 감지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훈련일지에 '도쿄올림픽 출전'을 적어놨다는 신유빈은 "어릴 때부터 멀게만 느껴진 꿈이 이뤄졌다"고 했다. "너무 신기하고, 계속 노력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생긋 웃었다.

지난 2년 새 신유빈의 탁구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6월 가상실전에서도 언니들을 모두 이긴 중국 귀화선수 주천희, 남자 고교 최강 박규현을 돌려세우고 우승했다. 같은 연령, 남녀 대결에서의 승리는 주목할 만하다. 신유빈은 "올림픽이 연기된 덕분에 1년 전보다 준비가 잘 됐다. 준비한 만큼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같다"고 했다.

베테랑 전지희는 막내 신유빈의 상승세에 대해 "어디까지 갈지, 끝을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우리 팀이 모두 새 멤버로 바뀐 점은 이번 올림픽에서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일단 우리 전력 파악이 어렵고 부담감도 생길 것이다. 유빈이는 첫 올림픽이지만 제 생각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여자탁구 대표팀의 지상과제는 단체전 메달이다. 기선제압을 위해선 제1복식이 중요하다. 오른손의 신유빈은 상황에 따라 왼손의 전지희, 최효주 누구와도 짝을 이룰 수 있다. '유일한 올림픽 경험자' 전지희는 "단체전은 한 명이 잘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다같이 3점을 따내야 한다. 가지고 있는 걸 100% 다 쏟아야 한다. 일단 복식을 잡고 단식에서 각각 1명만 잡으면 된다. 해볼 만하다. 해내야 한다. 서로를 믿고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필승 전략을 전했다.

최효주 역시 단체전 메달 의지를 또렷히 밝혔다. "10년간 세계선수권에 나서지 못했고, 아시안게임 단체전도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의 꿈을 이뤘다. 첫 올림픽, 메달 목표를 마음에 깊이 새기고 있다. 좋은 경기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전지희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부터 한국대표로 2016년 리우올림픽,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모두 똑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뛰었다. 두 번째 올림픽도, 감사한 마음으로 기회를 주신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첫 올림픽' 최효주와 신유빈이 "우린 지희언니만 믿는다"고 하자, '베테랑' 전지희는 "나는 너희만 믿어"라며 활짝 웃었다. 2021년 여름, 한국 여자탁구의 희망과 미래가 이들의 손끝에 달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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