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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X황선우 쩔어!' 2000년대생들의 '찐'올림픽이 시작된다[도쿄G-30]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6-22 16:56

수정 2021-06-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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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X황선우 쩔어!' 2000년대생들의 '찐'올림픽이 시작된다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도쿄 가서 들을 노래를 정했어요. 'BTS(방탄소년단)의 쩔어!' 올림픽에서 '쩌는' 활약 보여드릴게요."



'BTS의 열혈팬' 탁구신동 신유빈(17·대한항공)이 21일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 내 신승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가상 실전 중 생긋 웃으며 말했다. '쩔어'란 '끝내준다. 죽여준다'는 뜻의 젊은 층이 즐겨쓰는 속어다. 신유빈은 "'쩔어'를 들으면 '나 좀 쩐다'는 느낌이 들면서 긴장이 풀린다. 자신감이 절로 생긴다. 이번 올림픽에서 '쩌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수원 청명중 졸업 후 좋아하는 탁구에 전념하고자 고등학교 진학 대신 대한항공 입단을 택한 '최연소 국대' 신유빈은 지난 2월 도쿄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언니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매대회 '최연소' 역사를 쓰고 있는 신유빈은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두고 "최연소 메달도 좋겠지만 대한민국 대표로 책임감을 갖고 자신 있게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충분히 사고 칠 수 있다. (신)유빈이가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는 일이 즐거운 관전포인트"라고 했다.

신유빈을 비롯해, 종목마다 '쩌는' 활약을 예고하는 2000년대생 신성들이 대거 포진했다. 수영엔 주니어 세계기록 보유자, '18세 괴물' 황선우(서울체고)가 있다. 황선우는 지난달 16일 국가대표 선발전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96을 찍었다. 터치패드를 찍은 후 전광판을 보고 본인도 깜짝 놀라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해 11월 자신이 세운 세계주니어 신기록 1분45초92를 6개월만에 0.96초나 줄였다. 박태환의 한국최고기록 1분44초80에 불과 0.16초 뒤진 호기록. '44초대'는 올림픽 메달권을 의미하는 숫자이자, 4년전 리우올림픽 은메달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황선우는 "44초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올림픽 메달이 그저 꿈의 메달이 아닌 도전할 수 있는 메달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끝간데 없는 상승세로 첫 올림픽 물살을 가른다.

'19세 체조 신성' 류성현(한체대)은 지난 13일 형들을 모두 제치고 올림픽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다. 2019년 주니어세계선수권 마루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될성부른' 에이스다. 현장 체조인들은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재능"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비범한 재능에 부단한 노력, 강인한 멘탈까지 갖췄다. 마루 종목 전체 난도를 합산하면 출전선수 중 가장 높다. '애틀란타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막내딸 '도마공주' 2002년생 여서정(19·수원시청)도 첫 올림픽에 도전한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도마 금메달을 획득한 여서정은 올림픽의 해, 고심 끝에 대학 진학을 미뤘다.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 하고 싶은 체조에만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 수원시청에 입단했다.

전통적 효자종목 양궁대표팀에도 걸출한 '고교 궁사'가 있다. 올림픽 개막일 기준 만 17세 3개월인 김제덕(경북일고)은 형들과 메달을 따낼 경우 한국 남자양궁 사상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된다. 남자 태권도 58㎏급에선 세계랭킹 1위 장 준(21·한체대)이 나선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간판스타 선배 김태훈을 꺾고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배드민턴 최연소 국대 '셔틀콕 천재소녀' 안세영(19), 이미 2년전 리드 종목 세계 1위에 오른 '스포츠클라이밍 신성' 서채현(18)도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선다.

'막내온탑' 2000년대생들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희망이자 일찍이 보지 못했던 신인류다. 시켜서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운동, 그늘은 찾아볼 수 없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 내달린다. 큰무대도 즐길 줄 알고, 띠동갑 선배 앞에서도 기죽는 법이 없다. 대차게 할 말 다하고, 당차게 뛰어오르고, 매순간 거침없이 도전한다. 목표는 언제나 금메달이지만, 최선을 다했다면 은메달, 동메달도 괜찮다. 메달이 아니어도 스스로 행복하면 된다는 긍정 마인드로 무장했다.

'밤새 일했지 everyday…/네가 클럽에서 놀 때 yeah(중략)/난 좀 쩔어. 쩔어 쩔어 쩔어… /하루의 절반을 작업에 쩔어. 작업실에 쩔어 살어/청춘은 썩어가도 덕분에 모로 가도 달리는 성공가도… 쩔어… (중략)/절대 마 포기, 잠든 청춘을 깨워!'(BTS의 '쩔어' 중)

남들 놀 때 작업실에서 '열일'한 덕분에 세계를 제패한 청춘, 방탄소년단처럼 코로나 속에 선수촌에서 훈련에 매진해온 '월드클래스' 태극소년단이 도쿄 땅에서 세계를 향해 날아오를 날을 고대하고 있다. 단언컨대 이 눈부신 어린 재능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일은 30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도쿄올림픽 최고, 최대의 관전포인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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