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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광은 선수들에게!" '평창 울보캡틴'한민수,감독 데뷔전 감격승하던 날[파라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6-20 12:33

수정 2021-06-2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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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광은 선수들에게!" '평창 울보캡틴'한민수,감독 데뷔전 감격승하…


"우리 선수들이 첫 경기를 너무 잘해줬다. 데뷔전 승리를 선물해줘 고맙다. 하지만 모든 영광은 선수들의 것이다."



'평창패럴림픽 레전드' 한민수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51)이 베이징패럴림픽을 향한 첫 단추, 체코전 승리 후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한민수호는 19일 오후 7시(한국시각)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펼쳐진 파라아이스하키세계선수권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난적 체코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2대0 완승을 거뒀다. 감독 부임 후 첫 국제대회, 적지에서 이뤄낸 짜릿한 데뷔전 승리. 한 감독은 모든 공을 후배 선수들에게 돌렸다.

1970년생 한 감독은 대한민국 장애인아이스하키 1세대다. 평창패럴림픽에서 캡틴으로 선수단을 이끌며 사상 첫 동메달을 따낸 후 은퇴를 선언했다. 미국에서 코칭 연수를 받으며 지도자의 길을 준비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그는 꿈을 향해 쉼없이 달려왔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고, 선수들을 멘토링하는 전문위원으로 활약하면서 평창기념재단 반다비캠프, 초중고 강연 등 장애인식 개선과 동계스포츠 보급, 파라아이스하키에 관심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방방곡곡, 어디든 달려갔다. 패션모델로 런웨이를 누비고, 보디빌더 대회에 출전하는 등 주어진 모든 기회에 열린 자세로 도전하며 스스로 길을 만들었다. 지난해 10월엔 장애인선수, 모델 등을 지원하기 위한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도 만들었다.

지난 4월, 그토록 기다렸던 소식이 들려왔다.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가 2022년 베이징패럴림픽을 앞두고 한민수 감독을 국가대표 사령탑에 임명했다. '캡틴'이 '감독님'이 돼 빙판 위에 다시 섰다. 21년만에 장애인 선수 출신 최초의 사령탑이 탄생했다. 5월 3일 '평창 성지' 강릉하키센터에 첫 소집한 한민수호는 지난 한달 반동안 2차례의 집중 전지훈련을 마치고 13일 베이징패럴림픽 티켓이 걸린 결전지 체코 오스트라바로 떠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년간 국제대회를 한번도 치르지 못했다. 코로나를 뚫고 수차례 경유끝에 하루반을 꼬박 걸려 체코 현지에 도착한 선수단은 시차, 컨디션, 부상 악재 속에 홈팀 체코를 물리쳤다. 1피리어드 류지현의 선제골, 2피리어드 정승환의 쐐기골과 수문장 이재웅의 폭풍선방쇼에 힘입어 체코의 파상공세를 이겨내고 첫승에 성공했다. 평창패럴림픽의 사상 첫 동메달이 결코 기적이나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상위 5위까지 출전권이 주어진다. 6~8위 팀은 추후 다시 예선 토너먼트를 통해 티켓을 가려야 한다. 세계랭킹 3위, 한국은 '세계 최강' 미국, 캐나다, 체코와 함께 상위 시드 A풀에 속했다. A풀 1-2위는 준결승 직행, 3-4위는 노르웨이, 이탈리아, 러시아, 슬로바키아가 속한 하위시드 B풀 1-2위팀과 준결승행을 다퉈야 한다. A풀 1-2위는 '최강' 미국, 캐나다가 유력한 상황. 준결승 플레이오프에서 B조 1위 가능성이 높은 강호 러시아를 피하기 위해선 이날 체코를 꺾고 조3위로 올라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한국은 체코전 첫승으로 사실상 조3위를 확보했고, B풀 2위와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베이징패럴림픽 티켓 획득, 상위 5위 내 진입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한국은 20일 오후 6시30분(이하 한국시각) 캐나다와 2차전에 이어 23일 오전 2시30분 최강 미국과 잇달아 맞붙는다.

한민수 감독은 "체코전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약체인 슬로바키아와 연습경기를 했는데 뜻밖에 졌다. 로테이션을 가동한 탓도 있지만 선수들이 엄청 자존심 상해 했다. 연습경기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몸도 안 풀린 상태에서 2년만의 국제경기, 시차까지 겹쳐 이래저래 힘든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오늘 경기장에서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나오는데 3년전 평창 동메달 순간처럼 또 가슴이 뭉클해지더라"며 감격을 전했다.

평창 동메달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포옹한 채 펑펑 눈물을 쏟아 '울보캡틴'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한 감독은 "감독이 되고 나니 눈물도 참게 되더라"며 웃었다. '형님 리더십'의 승리라는 말에 한 감독은 "오늘 승리의 주역은 우리 선수들이다. 모든 영광을 우리 선수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했다. "나는 동료이자 선배이자 감독으로서 우리 팀을 누구보다 잘 안다. 선수들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분위기를 좋게 끌어올리는데만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좌청용 우백호' 김태호, 김정호 코치, 누구보다 헌신적인 트레이너들, 강릉하키센터 밥차 영양사님 등 모두의 팀워크가 하나로 맞아떨어지면서 선수단 사기가 올라갔다"며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한 감독은 데뷔전 첫승에 들뜨지 않았다. 베이징까지 갈 길이 멀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절대 자만해선 안된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계 최강, 미국전도 절대 진다는 생각으로 들어가진 않을 것이다. 1피리어드, 최정예 멤버로 승부를 볼 것"이라고 했다. "우리 선수들은 세계 최강을 상대로 늘 이기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 맞짱 뜰 준비를 하겠다"며 도전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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