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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44초대 기록을 보고 엄청나게 놀랐다."
'18세 수영괴물' 황선우(서울체고)가 16일 제주종합경기장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2021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세계주니어 신기록을 다시 쓴 직후 밝힌 소감이다.
터치패드를 찍은 직후 전광판에서 자신의 기록을 확인한 순간, 황선우는 입을 벌리고 깜짝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분44초96.
11년 전 스물한 살의 에이스 박태환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를 때 세운 한국신기록 1분44초80에 불과 0.16초 뒤진 호기록. 지난해 11월 경영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세운 본인의 세계주니어 신기록 1분45초92를 불과 6개월만에 0.96초 단축시킨 경이로운 기록이었다. 올 시즌 세계랭킹 4위 기록이자, 한국 수영사에서 남자 자유형 200m 1분 44초대는 '레전드' 박태환 그리고 황선우, 2명뿐이다.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200m 은메달 때 기록이 1분44초85, 2012년 런던올림픽 자유형 200m에서 쑨양과 공동 은메달 때 기록이 1분44초93였다. 4년 전인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쑨양이 아시아 선수 최초의 금메달을 따낼 때의 기록이 1분44초65, 은메달리스트 채드 르클로스(남아공)이 1분45초20, 동메달리스트 코너 드와이어(미국)가 1분45초23였다.
자유형 200m에서 1분 44초대란 8명이 진출하는 결승 그 이상, 메달권을 의미하는 기록이다. 2003년 5월 21일생 황선우가 18세 생일을 불과 닷새 남긴 이날 주니어 커리어 마지막 기록 경신에 도전했고, '메달권' 시니어들을 위협하는 세계주니어 신기록으로 존재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수영 동영상 보기'가 취미인 천생 수영선수 황선우 역시 이 기록이 뜻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다. '44초대 기록'에 스스로 엄청나게 놀란 것은 이 때문이다. 레이스 후 기자회견에서 "좋은 기록이 나오겠다 싶었는데 전광판을 보고 너무 기뻤다. '내 기록만 경신하자' 하고 경기에 들어갔다. 44초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면서 "올림픽 메달이 그저 꿈의 메달이 아닌 도전할 수 있는 메달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훈 국가대표 총감독 역시 황선우의 끝간 데 없는 상승세에 대해 "무섭다. 기세는 절대 못막는다"고 했다. "특히 막판 스퍼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물을 잘 타는 유선형, 저항 없는 체형을 가졌고, 박태환 선수가 그러하듯 킥이 대단히 좋다. 1m87의 신체조건에 유연성도 뛰어나고, 머리가 영리하다. 훈련도 훈련이지만 본인 스스로 레이스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리우올림픽 4관왕' 케이티 러데키 등 미국 에이스들이 구사하는 '엇박자' 로핑 영법(loping, 한쪽 팔에 힘을 더 싣는 비대칭 스트로크)으로 매대회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는 폭풍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데 대해 이 감독은 "로핑 영법을 하려면 어깨 힘이 어마어마하게 강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선우는 수영을 정말 좋아하는 선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체중을 2kg 정도 불린 것도 도움이 됐다. 초등학교, 중학교 코치였던 독특한 영법도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할지 알고 있는 선수이고 지도자로서 선수의 생각을 존중하고 있다"며 계속되는 기록행진의 이유를 귀띔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국제대회 실전 경험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지만 선우는 멘탈이 강한 선수다. 이번 대회에도 예선전에서 100%를 쏟게끔 주문했는데 예선, 결승에서 계속 기록을 단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남은 기간 동안 연맹과 잘 의논해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해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