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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음식배달·편의점주문 서비스 통한 '생활금융 플랫폼' 변신 예고…기대와 우려는 반반

조민정 기자

입력 2021-12-29 09:18

수정 2021-12-29 10:29

주요 시중은행들이 전통적인 금융업에서 벗어나 배달과 같은 생활 서비스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빅테크(대형 IT업체)가 금융업 영역에 먼저 침범한 만큼, 이제는 은행권이 주요 빅테크 산업에 진출해 궁극적으로 '생활금융 플랫폼'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기존 금융권에 대해 업무범위 확대 등 신사업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은행권의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비롯해 금융·비금융 융합 서비스 추진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독자적 음식배달 서비스 앱 '??餠?를 공개하고 베타 서비스에 돌입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관악 등 6개 구를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서울 전역과 경기도 등에 약 8만개 가맹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땡겨요'는 신한은행의 기존 금융 플랫폼인 '쏠(SOL)'의 부대 서비스로 추가되는 것이 아닌, 독립된 별도의 앱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처럼 신한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며, 신한은행이 본격적으로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 진출에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맹점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용이 없고 중개 수수료도 공공 배달앱 수준으로 저렴하다는 게 강점"이라며 "신한은행의 마케팅 지원금을 통해 단골을 관리하고 영업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모바일뱅킹 앱 '우리WON뱅킹'에서 편의점 상품을 주문·배달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마이 편의점'을 출시했다. 앱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출시된 이 서비스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세븐일레븐 상품 1만5000원 이상을 주문하면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배달이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모바일뱅킹 '하나원큐'에서 '신차 견적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신차 구매 절차를 개선하고 합리적인 자동차 소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해당 서비스에 대해 설명했다.

국민은행 역시 자사 앱인 'KB스타뱅킹'에 배달앱 '요기요' 배너를 탑재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8월부터 모바일뱅킹 앱 '올원뱅크'에서 꽃배달 결제 서비스 '올원플라워'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한국화훼농협의 꽃다발과 화환, 난 등 화훼 상품을 등록된 농협 계좌와 카드로 구매하고 선물할 수 있다.

은행권이 앞다퉈 신사업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금융업에서 점차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토스와 같은 빅테크 업체에 자칫하면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위 역시 은행권의 이 같은 우려에 주목, 금융사가 다양한 사업모델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이러한 기조 아래 은행의 원활한 신사업 진출, 종합재산관리자 역할 강화 등을 위해 플랫폼사업 등 부수업무 범위 확대 검토, 신상버 규제샌드박스 활용 등을 지원한다. 금융 부문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화 촉진을 위한 인공지능 데이터 활용 촉진, 금융플랫폼 구축, 새로운 서비스 제공 등을 가능하게끔 하는 전략들을 수립하고 관련 제도 개선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와 관련,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기존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금융 전환과 생활형 금융서비스 제공 노력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정보공유, 업무 위수탁, 부수·겸영 업무, 핀테크 기업과 제휴, 슈퍼 원앱(Super One-app) 전략 등 이슈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이 얼마나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포진한 생활금융 서비스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선 데다가,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핀테크 업체들의 뒤만 좇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특히 대기업이 독과점한 배달 앱 시장의 경우 기존 앱에 이미 익숙한 소비자에게 어필이 될 만한 매력적인 유인 요소가 없다면 이른바 '지자체 공공 앱'과 같은 신세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란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된 것에 비해 은행권의 대응 속도는 비교적 느려 이들이 내놓는 서비스에 소비자들은 기시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업 관계자도 "은행의 배달 사업 진출의 경우 가맹점이나 라이더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노하우가 쌓이기까지 최소 수 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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