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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일수록 대출 받기 더 어려워진다…가계대출 증가율 목표 4.5%

이미선 기자

입력 2021-12-16 09:42

수정 2021-12-16 13:05

고신용자일수록 내년에는 올해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은행권이 지켜야 할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가 올해보다 까다로워지면서 대출 규제가 고소득·고신용자에게 집중되고, 중·저신용자의 가계대출 문은 넓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내년 가계대출을 평균 4.5%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지침을 각 주요 시중은행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5대 주요 시중은행 중 세 곳은 4.5%, 두 곳은 약 5%를 내년 증가율 목표로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당국이 내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로 제시한 4.5%는 올해 증가율 목표 5%보다도 낮다는 점이다. 연초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의 증가율 목표치를 5~6%대로 제시했었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전년 12월 말 대비)은 11월 말 현재 KB국민은행 5.43%, 신한은행 6.3%, 하나은행 4.7%, 우리은행 5.4%, NH농협은행 7.10% 수준이다.

이번달 말에 이르면 5대 은행의 단순 평균 증가율이 6%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 증가율을 이보다 1.5%포인트(p)나 낮은 4.5% 범위에서 더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차주(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신청액 포함) 2억원을 초과하면 차주별 DSR 40%를 적용한다. DSR 산정시 신용대출의 상환 만기도 7년에서 5년으로 짧아져 대출자 입장에서는 대출 여력이 더 줄어들게 된다.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만 웃돌아도 DSR 규제를 받는다.

당국과 은행권은 대출 실수요자 대책 중 하나로 다음 달부터 결혼·장례 등 특수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 연 소득을 넘는 신용대출도 허용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DSR 산정 대상에는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대출 한도 증액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은행권의 분석이 나온다.

내년부터 전세자금대출도 은행 가계부채 총량 관리 대상에 포함돼, 은행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이후 당국과 은행권이 강하게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실수요 세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당국은 "올해 4분기 신규 전세자금대출은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달 1일부터는 한시적 조치가 끝나게 되고, 다시 전세자금대출도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은 10월 말보다 3조원 늘었다. 이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이 67%인 2조원을 차지했다. 올해 전체 평균으로 봐도 5대 은행에서 늘어난 가계대출의 절반가량은 전세자금대출이었다.

따라서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4.5% 안에서 맞추는 일은 은행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대출 한파 속에서도 중·저신용자의 가계대출 기회는 내년에 다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고소득·고신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대출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서 최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대출 중단이 없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정책서민금융을) 대출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인센티브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금융권과 협의를 거쳐 이번 달 내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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