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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이형 '콩콩콩'은 신세계 빅픽처?…미 유통업 공략 본격화 나서나

김세형 기자

입력 2021-11-22 21:42

수정 2021-11-25 09:28

"뭔가 공산당 같은 느낌인데 ㅠㅠ 오해마시기 바랍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15일 붉은색 모자를 쓴 남성과 붉은색 카드 지갑을 든 사진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남긴 글이다.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해시태그도 덧붙였다. 평소 SNS를 통해 대중과 격 없이 소통하며 72만명 가량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정 부회장. '정용진=신세계'로 인식되는 만큼 게시물은 큰 화제가 됐다. 정치적 해석의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으나, 정 부회장은 말 그대로 '노빠꾸'였다. 오히려 '이슈 메이커'가 됐음을 즐기는 듯 연속 글을 올리고 있다. 17일과 18일에 SNS를 통해 각각 '난 콩이 상당히 싫다', '난 콩이 상당히 싫습니다'와 해시태그를 활용해 '노빠꾸'라고 했다. 19일에는 일부 네티즌의 중국 관광객의 신세계 면세점 불매운동 가능성 등 주주 피해 및 소비자 반감 우려에 대해 '콩콩 그래도 콩콩콩'이란 글을 게시했다. 공산당이 싫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는 것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신세계 "단순 해프닝", 업계 '숨은 의도' 전망

개인 SNS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만 정 부회장과 같은 대기업 오너나 유명인들의 경우는 다르다.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해석에 따라 이슈와 논란으로 확대되기 마련이다. 정 부회장은 이런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 6월 SNS상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조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그가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논란의 발단이 된 15일 사진은 정 부회장이 직접 이마트 자체 식품 브랜드(PB)인 '피코크'의 잭슨피자를 홍보하기 위해 찍은 것이다. 한 손에는 빨간색 로고가 새겨진 '잭슨 피자' 상자를 다른 손에는 빨간 카드지갑을 들고 있다. 피코크 잭슨 피자는 신세계가 이태원 유명 피지맛집인 잭슨피자와 함께 2019년부터 판매하고 있는 냉동피자다.

신세계는 정 부회장의 게시물에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강조한다. 사진 촬영 당시 빨간 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이 공산당 당대회에서 동의를 표하는 빨간 수첩을 드는 것과 흡사해 농담 식으로 주고받던 내용을 자연스레 옮겨 적은 것 같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통업계 일각에선 정 부회장의 게시물에는 숨은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일주일 사이 여러 차례 공산당이 싫다는 말을 쓴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유통 관련 대기업이 중국과 동남아시아보다 정부 당국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신세계의 미국 사업 확대를 위한 큰 그림 그리기 차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지 사업 진출 과정에서 지자체 등과 규제 관련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 및 이슈 만들기 등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수년간 무역분쟁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자국 투자기업의 인센티브 확대, 관세 인하 정책을 제시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 유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유통과 식품업의 해외 시장 진출은 현지 문화와 트렌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산업 특성상 현지인들에게 이질감을 주거나, 정서적인 교감이 없다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신세계는 2018년 12월 이마트를 통해 굿푸드홀딩스를 인수, 미국 내 식품 유통업에 진출한 바 있다. 진출 2년 만에 매출 1조원을 기록했고, 인수 당시 24개였던 매장 수는 올해 3분기 기준 51개로 늘었다. 규제 없이 무한경쟁을 펼칠 수 있는 지역 중심의 사업 확대 전략이 적중했다.



▶규제 피해 중국·동남아 대신 선진 시장 공략 박차

정 부회장은 미국 내 자체 매장인 PK마켓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PK마켓은 식료품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신개념의 그로서란트(식료품점+레스토랑 합성어)다. 구입한 식재료를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식문화 공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당초 2019년 출점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등과 맞물려 연기, 올해 말이나 내년 중에는 매장 운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PK마켓을 중심으로 K-푸드와 아시안 식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PK마켓 오픈을 위해 LA다운타운 7가의 6층 건물도 매입했고, 정 부회장은 현지 경영을 위해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비버리힐스에 저택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동남아지역이 아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진출을 통한 사업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신세계는 2017년 중국 사업을 철수했고, 베트남 사업의 경우 확대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정 부회장은 트렌드를 이끄는 개척형 CEO다. SNS를 통한 적극적인 고객과 소통은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 팬덤을 활용해 자사 제품의 홍보와 새로운 사업 진출 등 성공 사례를 만들어 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SNS 소통을 바탕으로 인지도를 높인 부캐 '제이릴라'를 사업화 했고, 추석을 앞두고 이마트 PB상품을 모은 'YJ박스'를 상품화 하는 등 기존 오너가와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며 "신규 사업 확대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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