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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메니얼'·'그래니룩'…MZ세대 취향저격한 할머니 간식과 옷장

김소형 기자

입력 2021-11-04 09:45

수정 2021-11-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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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메니얼'·'그래니룩'…MZ세대 취향저격한 할머니 간식과 옷장
 ◇신세계푸드는 '가수저라' 출시를 기념해 옛 감성을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패션 한복 브랜드 '단하'와 협업을 통해 '단하 티룸' 콘셉트 스토어를 운영했다. 사진제공=신세계푸드

벽장 속 할머니 간식과 장롱 속 할머니 옷들이 MZ세대를 사로잡았다.



'복고=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날식 먹거리와 편안한 스타일링에 2030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할머니 입맛과 패션에 열광하는 밀레니얼 세대 '할메니얼' 열풍이 이어지자, 식음료·패션 업계도 맞춤형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위메프는 'K-할매입맛 식품'과 'K-할매스타일 상품' 중 인기 아이템을 모아 MZ세대를 겨냥한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맵짠'·'단짠' 대신 담백·구수한 유혹…'건강한 맛'에 '재미 양념'까지

'옛 것'이 품은 건강한 맛은 코로나19 이후 '몸에 좋은 것'을 찾아나선 젊은이들의 입맛을 저격했다. '맵고 짜고 단' 자극적인 맛 대신 담백하고 구수한 간식들이 대세가 됐다. 전통적 먹거리에 가미된 '위트있는' 현대적 재해석도 MZ세대의 관심사다.

스타벅스가 올해 초 선보인 시즌 음료 '홀 그레인 오트 라떼'와 '홀 그레인 오트 블렌디드'는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2030은 현미, 흑임자 등 국내산 통곡물이 들어간 '다소 생소한 음료' 고객의 70%를 차지했다. GS25의 올해 상반기 식혜 구매 고객 중 2030 비율도 60%에 달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통 식재료가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이같은 식품을 접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을 맛보는 셈"이라면서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전통 재료 간식 인증샷이 재치있는 해시태그와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SNS를 통해 '할매 입맛'을 인증하는 2030의 '할밍아웃'(할머니+커밍아웃)이 늘면서, 흑임자·인절미·팥·쑥 등을 활용한 디저트와 음료가 대거 등장했다. 농심켈로그는 지난해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첵스 파맛'에 이어 '첵스 팥맛'을 내놓으면서, 광고모델로 '오징어게임'과 '갯마을 차차차'에 출연한 '국민 할머니' 배우 김영옥을 낙점했다. 지난 9월 전통 간식 꽈배기를 도넛으로 재해석한 '흑임자 꽈배기', '인절미 츄이 먼치킨' 등을 선보인 던킨은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를 모델로 내세웠다. 같은 달 배스킨라빈스는 인절미와 흑임자 볼이 들어간 아이스크림 '찰떡콩떡'을 선보였다. 엔제리너스도 10월 한정판 신메뉴로 '고소한 인절미 라떼'와 '블랙흑임자라떼'를 선보이며 '할매 입맛' 유혹에 동참했다.

이같은 '할메니얼' 트렌드는 전통적 식재료는 물론 전통적 조리방식 또한 아우른다.

지난 10월 31일 신세계푸드가 선보인 '가수저라'가 단적인 예다. 조선시대 처음 들어온 양과자 카스텔라를 한자로 음차한 '가수저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통 레시피 그대로 팽창제·계량제·유화제 등 혼합제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설탕 대신 꿀을 넣어 전통 가마방식으로 구워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레트로 열풍을 타고 옛 정취를 담은 콘텐츠들이 현실 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으려는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전통의 의미를 강조하되 현대적 감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아이템들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 편안한 스타일링에 세련된 '그래니 시크'까지…'신선한 멋'으로 어필

새로움을 추구하는 MZ세대 사이에 '그래니룩(Granny look)'으로 불리는 할머니 패션은 오히려 '힙'하다. 4일 현재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그래니룩'으로 2만6000여개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찬바람이 불면서, 헐렁한 니트 베스트와 카디건이 옷장을 박차고 나왔다.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에서도 화려한 패턴과 강렬한 색상의 니트 제품이 인기다.

W컨셉의 10월 니트웨어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정도 성장했다. 안지수 W컨셉 KAM팀 팀장은 "과감한 스타일링을 즐기는 MZ세대에게 빈티지함을 기반으로 비비드한 컬러감과 소재, 유니크한 디테일이 포함된 아이템이 반응이 좋은 편"이라면서, "그래니룩의 대표적인 상품군인 니트 상품 중에는 수작업으로 작업된 플라워 패턴 자수 패턴의 아이템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스타일 지그재그 관계자는 "그래니룩 관련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으로 색조 화장 대신 강렬한 색상의 옷으로 포인트를 주는 트렌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포인트 컬러를 주는 트렌드도 그래니룩 키워드와 잘 매칭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그재그에 따르면, 상반기 니트 베스트 검색량은 전년 대비 219% 증가했고, 진주목걸이는 277%, 트위드 카디건은 100%, 플리츠치마는 74%의 검색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그재그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70대 패셔니스타' 윤여정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여정은 남다른 패션 센스로 '세련된 할머니 스타일'을 뜻하는 '그래니 시크(Granny Chic)'의 대명사가 됐다.

MZ세대의 '패션 롤모델'로 떠오른 '밀라노 할머니' 유튜버 밀라논나도 '그래니 시크'의 대표주자다. '밀라논나' 장명숙씨는 MZ세대의 패션 멘토에서 인생 멘토로 영역을 확장했다. 90만명의 구독자 '아미치'를 위한 고민 상담이 패션팁 이상의 화제다. 지난 8월 펴낸 에세이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는 10월에도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톱10을 지키며 울림을 주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랜 연륜과 경험이 녹아든 할머니들의 멋과 맛, 라이프스타일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퍽퍽한 삶을 살아가는 MZ세대에게 푸근한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면서 "옛스런 을지로 골목이 '힙지로'(힙스터+을지로)로 재탄생한 것처럼, '할메니얼' 트렌드 역시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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