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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 '국부 유출' 논란 재점화…'지역재투자 평가' 2년 연속 최하위 '불명예'도

김소형 기자

입력 2021-08-23 12:13

수정 2021-08-23 13:26

최근 SC제일은행이 800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한데 대해 노동조합이 강도높은 비판을 하면서, '국부 유출 논란'이 재점화됐다.



지난 1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SC제일은행지부는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2005년 이후 SC제일은행에서 가져간 3조6000억원을 '국부 유출'로 규정하고, 배당을 국내 투자로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이러한 노조의 주장은 최근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선언으로 인한 외국계 은행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맞물려 '국부 유출'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특히 SC제일은행은 같은 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지역재투자 평가'에서도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며, '국내 투자에 인색하다'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제일은행 인수 이후 15년간 3조6000억원 모그룹으로…인수 금액 넘어서

SC제일은행 노조는 지난 19일 'SC 치하 15년, 3조6000억원 국부 유출, 식민지식 착취경영 규탄한다'라는 성명을 내고, 은행 측이 모그룹에 대한 배당에만 치우쳐 국내 투자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내놨다.

노조가 성명에 첨부한 SC제일은행의 배당 현황에 따르면,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2005년 이후 그룹에 보낸 금액은 3조6000억원으로 제일은행 인수금액인 3조4000억원을 넘는 액수다. 배당에 약 2조6000억원, 해외 용역 수수료·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약 1조원이 넘어갔다.

이같은 노조의 비판은 지난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SC제일은행이 총 800억원 규모의 중간 배당을 결의한 것이 직접적 배경이다. SC제일은행의 배당금 전액은 SC제일은행의 대주주인 스탠다드차타드 NEA에 지급된다.

SC제일은행은 "회계결산 결과에 따른 일상적인 경영 관점에서 이번 배당이 결정됐으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 건전성 유지 측면과 국제 기준, 국내 가이드라인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에서는 "은행에 투자돼야 할 금액이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형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통상 20∼30%인 다른 은행의 배당성향에 비해, SC제일은행은 2019년 6500억원을 배당해 208%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면서, "2014년에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1500억원을 배당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3월 14일 SC제일은행 이사회에서 통과된 결산 배당 490억원은 배당성향 19.06%로, 금융당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권고한 20% 선을 밑돌았다. 그러나 12일 결정된 중간배당 800억원(배당성향 31.12%)은 지난 6월말 금융당국이 자본관리 권고를 해제하자마자 고배당이 추진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 상반기 순이익 1.5% 늘었는데, 은행장 보수는 8% 넘게 올라

SC제일은행 노조는 배당 뿐 아니라 점포 축소와 경영진 보수 등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배당은 통 크게 결정하고, 점포는 폐쇄하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등한시하면서도, 경영진 보수는 여지없이 올랐다"며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낸 것.

노조는 지난 17일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 등을 만나 SC제일은행과 SC그룹의 경영행태에 대해 엄격한 검사와 감독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실제 지난 17일 SC제일은행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 순이익은 184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820억원 보다 1.5%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의 보수는 8억6300만원(급여 3억1200만원, 상여 5억5100만원)으로 지난해의 7억9700만원보다 8.3%나 늘었다.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점포 축소도 계속됐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9일 발표한 올해 6월 말 기준 유인점포 영업현황에 따르면, SC제일은행 점포 수는 196개로 1년전인 2020년 6월 말 기준 211개에서 15개 줄었다.

국내 투자에 인색한 은행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노조는 "다른 은행은 앞다퉈 전산 투자에 막대한 재원과 역량을 쏟아붓는 지금, SC제일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낙후된 전산시스템으로 운영되며 고객에게 외면받고 있다"며, "기술금융 실적 또한 모든 은행이 올랐지만, SC제일은행만 곤두박질쳤는데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공헌에 무관심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9일 발표된 금융위의 지역재투자 평가에서도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역 예금을 받는 금융사가 지역경제 성장을 돕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지역재투자 평가는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시·도에서 지역 내 자금공급, 중소기업 지원, 서민대출 지원, 점포 수 등 인프라 등의 항목의 점수를 매긴다. 특히 이번 평가는 코로나19 금융지원 노력을 반영하고 은행권역의 점포 폐쇄 수를 감점하는 등 평가항목을 개편해 진행됐다. SC제일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가장 낮은 등급인 '미흡' 평가를 받았고, '우수' 항목은 단 하나도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에서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의 고배당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국내 은행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포용적 금융'으로 고통 분담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논란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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