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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 사태 '민원 폭탄 돌리기'?…전금법 개정 '급물살'

김소형 기자

입력 2021-08-22 10:06

수정 2021-08-22 10:08

서비스를 돌연 중단한 할인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의 민원이 폭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제한 20% 할인'을 내걸어 회원 100만 명을 끌어모았던 할인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의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지난 11일 밤 "올 4분기 서비스를 정상화하겠다"며 상품 판매를 갑자기 중단해 대규모 환불 사태를 촉발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정부의 다양한 민원 창구를 통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민원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분통이 터져 나오고 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실에 따르면, 이달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의 머지포인트 관련 소비자피해 상담 접수 건수는 13일 누적 기준 249건에서 일주일 뒤인 19일 누적 기준 992건으로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 20일 유 의원은 정무위 전체 회의에서 공정위를 향해 "문제가 터지면 기관 간 합동으로 뭘 한다든지 체계적인 대응능력을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하고 이 사태를 차분히 기다릴 것 아니냐"며 "이런 노력이 전혀 안 보이니까 밤새 줄 서 있는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 공직자가 왜 필요하냐"고 질타했다. 이에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소비자 정책의 주무 부처니까 정부가 이런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부처 간 공조가 가능하기 위한 제도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개선책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공정위 설명을 종합하면, 머지포인트 사태의 핵심은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이뤄진 영업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의 문제이므로 주관 부서인 금융위원회가 중심이 돼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18일 열린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도 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가 금융당국에 실태조사 등을 포함한 대책을 수립해 보고하라고 특별히 지시했다고 한다.

공정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전자상거래법과 약관법 위반 여부를 검토했지만, 제재가 필요한 지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산하 기관인 소비자원으로 쇄도하는 민원과 관련해선 분쟁 조정의 여지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으로 머지포인에서 피해자들에게 반환해줄 돈이 현실적으로 부족한 만큼 분쟁 조정보다는 민사소송을 통한 구제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정위는 당장의 사태 해결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지만, 향후 입법 논의 등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등록된 사업자인지 여부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되도록 하고, 불확실한 사업 방식을 마케팅에 마구 활용하는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통신판매업자가 판매와 관련한 허가·등록 사항을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발의돼 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도 통신판매중개업자가 통신판매업자의 사업 관련 신고·허가 등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머지포인트 사태'로 특히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전금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는 여론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11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선불충전금을 외부기관에 신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9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전금법 개정안은 선불충전금 보호를 위해 송금액 100%, 결제액의 50%를 외부 금융기관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한다. 이용자가 맡긴 선불충전금은 예금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음에도 현행법은 이를 외부기관에 보호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최근과 같은 '머지런'(뱅크런+머지) 사태가 발생하면 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또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당국에 등록된 선불업자 67개사의 발행 잔액은 2조4000억원에 달하고, 선불업 관련 서비스는 지속해서 느는 추세여서 피해를 예방하는 법적 장치의 필요성도 커진다.

다만 이는 등록 업체에 한해 강제력을 띠는 것이어서 머지플러스와 같은 미등록 업체로 인한 피해까지 예방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금융당국이 수사기관과 관련 범죄를 상시로 모니터링할 수사단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계에서도 현 체계에서는 제도권 밖 영업 행위까지 관리·감독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디지털금융을 감시하는 독립 기관의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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