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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스며들다…인스타그래머블 '원픽' 일상비일상의틈은 진화 중

김세형 기자

입력 2021-07-29 21:16

수정 2021-08-0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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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스며들다…인스타그래머블 '원픽' 일상비일상의틈은 진화 중
일상비일상의틈은 겉모습 보다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입장을 위해선 앱을 다운 받아 회원가입 절차만 완료하면 이용 통신사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 할 수 있다. 사진은 1층 입구 모습.

딱, 인스타그램 감성이다. SNS에 올리기만 하면 '구독', '좋아요'가 꾹꾹 눌린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일상비일상의틈(이하 틈). 최근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것)한 플레이스로 꼽힌다. 화려한 강남에 위치해 있으니 '돈 값'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외형만 보면 틈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물이다. 요란스럽지도, 그렇다고 눈에 띌 만한 것도 하나 없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그저 그런 건물. 그런데도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틈의 매력은 내부 공간에 있다.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갖추고 있는 복합공간인 동시에 쉴 수 있는 공간의 결합이다. 공간 간 결합은 문화를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틈은 쉼을 단순한 휴식이 아닌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불특정 다수와의 교류를 통해 관심을 받는 시간으로 바꿔놓는다. 최근 소비 주역으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취향 저격이다. MZ세대의 관심이 높다 보니 현대차 등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협업 제안이 쏟아졌다. 협업을 제안하거나 함께 협업에 나선 업체 중에는 콧대 높기로 유명한 곳도 있다.

▶LG유플러스 운영, 자연스러운 '팬덤' 만들기 초점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게 있다. 틈의 운영 주체다. 틈은 LG유플러스에서 운영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이익을 쫓는 기업, 그것도 이동통신 3사 중 만년 '꼴찌'인 LG유플러스 입장에선 틈을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 이용할 만 하다.

그런데 LG유플러스는 오히려 틈과 거리를 둔다.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고, 내부 공간도 LG유플러스를 떠올릴 만한 것들을 최대한 배제했다. 1층부터 지상 6층, 420평 규모의 틈 공간에는 서점, 카페, 사진스튜디오 등 LG유플러스와 관련이 없는 브랜드와 콘텐츠로 채웠다.

1층은 활용성을 앞세운 이벤트 공간, 2층은 글라스하우스(카페), 3층은 스토리지북앤필름(책방), 4층은 시현하다(사진관)와 컬러룸으로 구성됐다. LG유플러스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체험하는 공간은 5층까지 올라야만 볼 수 있다. 독립영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오락실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배치해 서비스 이용 공간이라기 보다는 플레이 그라운드 성격이 강하다. 가장 높은 층은 루프탑으로 구성, 자연을 느낄 수 있고 다양한 이색 체험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틈에서 가장 신경을 쓴 공간은 2층에 위치한 글라스하우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라스하우스는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카페로 최근 몇 년 전부터 젊은 서퍼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곳이다. 특별함을 내세우지 않지만 젊은 서퍼들의 팬덤이 대단하다. 단순 카페를 넘어 다양한 소품과 정보 교류를 위한 소통 공간 등을 갖추고 있어 서퍼를 위한 문화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팬덤 형성이라는 점에서 흡사 틈의 롤 모델에 가깝다. 바닷가 주변의 많은 카페나, 국내에서 유명하다는 카페가 아닌 글라스하우스가 틈에 자리잡은 것도 이 때문인 듯 보인다.

허지철 틈 팀장은 "고객들이 새로운 경험에 접근하는 가장 쉽고 부담없는 방법이 신상 카페일 것"이라며 "카페는 더 이상 카페인을 섭취하는 공간이 아닌, 트렌드와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이 되고 있고, 통신사로서 연결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글라스하우스와 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적으로 멀리 있지만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이러한 카페 중 MZ세대들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곳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틈에 위치한 글라스하우스 강남점에서는 강원도 바다를 LG유플러스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대형 미디어월이 있어, 강남 한복판에서 해당 시간의 바다의 파도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경험이 가능하다.

틈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오픈 공간이다. LG유플러스가 운영하지만 전체 내방객 중 타사 이용 고객 비율은 78%에 달한다. MZ세대 비율은 77%, 이중 여성 비율 68%로 높게 나타났다. MZ세대와 여성은 최근 국내 소비 주축으로 떠오르는 키워드다. 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매출 상승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도 올라간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알뜰폰 시장에서 순증 가입자의 비율이 높고, 매출 성장률이 경쟁사 대비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의 놀이터…"타 업체 협업 제안 많아"

틈은 처음부터 MZ세대가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기업의 팝업스토어나 마케팅 장소가 아닌 이용자 휴식과 팬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LG유플러스가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꺼낸 맞춤형 소통법이다.

허지철 틈 팀장은 "LG유플러스가 타깃으로 관계를 맺고자 하는 고객은 MZ세대"라며 "이들은 누구보다 정보를 찾는데 능숙하고 새로 생기는 공간이나 브랜드에 대한 해석이 빠르다"고 말했다. 초기 기획부터 회사 차원에서 말하고 싶은 것만을 강조하는 순간 외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장의 효과가 아닌 장기적으로 고객과 함께 하는 좋은 공간, 공간에서 접한 브랜드에 대한 자연스러운 팬덤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9월 오픈 이후 별다른 홍보 없이 두 달여 만에 방문객 수는 3만5000명에 달했다. 이후 방문객 집계는 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방문객 수는 확인 할 수 없지만 최소 50만명은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틈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자체적으로 MZ세대의 특성을 파악, 분석해 공간으로 표현한 것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자연스러운 팬덤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한 점도 한몫 거들었다. 타 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이다.

틈은 이제 단순한 복합문화공간이 아닌 자연스러운 팬덤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팬덤을 거느린 브랜드는 그 자체로 큰 힘을 갖게 된다. 테슬라, 애플 등의 성장 배경도 팬덤이 자리잡고 있다. 팬덤은 기업이 말하고 싶은 것만 강조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먼저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팬덤의 시작이 된다. 자연스러운 팬덤을 만들어 내다 보니 기업들의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1층에선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26일까지 현대차와 콜라보를 통해 친환경 전기차 아이오닉5의 팝업 전시를 진행했고, 6일만에 5600여명의 고객이 체험을 했다. 최근에는 LG전자가 새롭게 선보인 무선 프라이빗 스크린 TV 'LG스탠바이미'와 콜라보 전시를 통해 이국적인 인디언 콘셉트의 고객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MZ세대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류소임 틈 책임(공간기획 담당자)은 "MZ세대를 완전히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자체적인 분석에 의해 세대의 특징을 '복잡한 세상에 치이고 지치지만 나만의 취향을 발견해가며 자신만의 안식처를 적극적으로 찾아 가는 세대' 라고 정의했다"며 "그들만의 방법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전제로 공간기획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MZ세대에게 쉼이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나의 취향을 발견하고 영감을 받을 때 얻는 '정서적 쉼'으로 봤다고 강조했다. 고객이 정서적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목표 하에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구성하니 자연스럽게 고객이 먼저 찾는 공간, 또 오는 공간이 됐다는 설명이다.

장준영 LG유플러스 CX 마케팅담당은 "틈은 수익이 아닌 고객경험 브랜드로써 브랜드적 성장, 더 나아가 LG유플러스가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일상을 바꾸는' 브랜드로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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