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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스톡옵션 형평성 논란…직원 갈등 확대, 성장세 발목 잡히나

김세형 기자

입력 2021-08-04 11:28

수정 2021-08-05 10:06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내홍을 겪고 있다. 임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부여하겠다고 밝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 발단이 됐다.



스톡옵션은 기업에서 임직원들에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일정 수량의 자사 주식을 미리 약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실적 확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당근책이다. 그런데 케이뱅크 직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임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는 게 대부분이다. 명확한 기준에 대한 설명도 없어 회사에 대한 서운함, 박탈감까지 든다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MZ세대(1980년~2000년 초반 출생)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스톡옵션 형평성 논란은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진 위주 집중, 직원 박탈감 키워

4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7월 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임직원 320명에게 보통주 210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일반적으로 스톡옵션이 부여되면 직원들의 사기 진작 효과가 발생한다. 기업 가치를 높일수록 향후 얻게 되는 수익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케이뱅크의 상황은 달라 보인다. 임원을 위한 잔치에서 들러리가 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이 골고루 부여될 것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사실상 임원을 위한 것으로 전체 중 일부만 직원에게 나눠주며 '선심 쓰는 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영업 시작 이후 수차례 위기 상황을 넘기며 현재의 케이뱅크를 지켜온 것은 최근 합류한 임원이 아닌 직원이라는 것이다. 임원의 책임이 직원보다 크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해도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에게 집중된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케이뱅크가 공시한 내용을 보면 스톡옵션 210만주 중 85만주가 이풍우 사내이사를 포함한 임원 9명에게 부여됐다. 대부분 임원 임기를 시작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다. 임원 1인당 부여된 평균 스톡옵션은 9만4000주를 웃돈다. 반면 일반 직원 311명이 받는 스톡옵션은 총 125만주다. 1인당 평균 4000주 남짓이다. 임원 1인당 평균 수치와 수십배 가량 차이를 보인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4월 서호성 은행장에게 90만주 스톡옵션을 제공했다. 서 행장에게 제공한 스톡옵션을 포함하면 전체 59%가량이 경영진 10명의 몫으로 돌아간 셈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움직임도 케이뱅크 직원의 박탈감을 키우는 데 한몫 거들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 임직원 144명에게 스톡옵션 510만 주를 부여했고, 이중 296만주가 직원에게 돌아갔다. 직원이 부여받은 주식은 평균 2만주다. 토스뱅크는 입사 1년 차 임직원 30명에게 68만 주를 나눠줬고, 이중 임원을 제외한 직원 28명에게 2만주가 부여됐다.

케이뱅크 내부에서는 직원에게 부여되는 스톡옵션 역시 특정인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스톡옵션 동의를 받기 위해 소속 임원이 직원들을 1대 1로 면담하며 사인을 하게끔 하고 있고, 배분 기준 등에 대한 질문을 원천 차단하고 동의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본격적인 성장의 길목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지난 5월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가를 통해 여신 여력을 확대했고, 실적 개선세를 일궜다. 무엇보다 누적 고객 수가 확대되고 있어 올해 첫 순이익 달성 가능성도 예상된다.

스톡옵션 형평성 논란은 향후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고, 성장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직원 위한 노력 지속, 다양한 성과 보상 준비"

케이뱅크는 스톡옵션 형평성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임원이라서 스톡옵션이 집중된 것이 아니라 영업 당시 인재 확보 차원에서 연봉에 포함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서 행장이 임직원 대상 컴퍼스데이 미팅을 통해 스톡옵션에 관련 소통을 하는 등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 행장은 예정됐던 100만주의 스톡옵션 중 10만주를 포기하며 직원들의 몫으로 내놓았고, 직원을 위한 우리사주매수 선택권 정관을 변경하는 등 보상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임원은 계약직으로 스톡옵션 행사 조건인 의무 복무 기간 2년 재직, 자기자본 2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 달성 등 조건을 채우는 게 일반 직원들에 비해 쉽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올해 스톡옵션은 그간의 성과보상이 아닌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췄다"며 "다양한 성과 보상 시스템을 마련해 최대한 많은 임직원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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