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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닥터스의 발건강 톡] 당뇨발 조기 발견과 관리가 최선의 치료법

장종호 기자

입력 2021-07-22 14:14

수정 2021-07-29 07:14

 당뇨발 조기 발견과 관리가 최선의 치료법
 ◇부평힘찬병원 김유근 원장(왼쪽)과 서동현 병원장.

70대 후반 남자 환자가 발이 아프지는 않은데, 양말을 벗을 때 진물이 묻어나온다며 내원했다. 문진 차트를 보니 당뇨병을 앓은 지 20년쯤 되는 분이었다. 혹시 당뇨의 대표적인 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발'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 걱정이 앞섰다.



당뇨를 오래 앓으신 분들은 말초 혈관 및 신경이 점차 손상되기 때문에 다리를 지나 발까지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말초 혈관이 분포된 발가락까지 혈액이 도달하지 못하면 결국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는데, 이러한 병을 '당뇨발'이라 부른다. 그런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당뇨를 오래 앓으면 말초신경이 망가져 통증을 느끼지 못해 병을 키우는 분들이 많다.

정확한 상태를 알기 위해 환자분께 양말을 벗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환자는 주저하며 양말을 벗지 않았다. 연유를 물어보니 "발에서 냄새가 많이 나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실 발이 아파 내원하는 환자들 중에는 환자분처럼 양말을 벗기 어려워하거나 증상을 말하기를 꺼려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진찰을 받으려면 신발과 양말을 벗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냄새가 날 수도 있고, 발에 있는 각질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환자들이 무척 민망해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민망하다고 병원을 찾지 않고 혼자 견디다 정확한 진단이 더 늦어지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렵게 양말을 벗은 환자의 발을 살펴보니 진물이 나고 약간 피가 나긴 해도 다행스럽게 발가락이 썩는 단계는 아니었다. 적절한 소독과 항생제 치료를 하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치료를 마치고 환자에게 신신당부했다.

"어르신, 항상 식사하시고 난 후 양말을 벗고 발을 살피셔야 해요. 상처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피가 나는 곳은 없는지 세심하게 관찰하셔야 해요."

그렇게 매일 관찰하다 발에서 냄새가 더 심하게 나거나 양말에 진물이 묻어나올 때는 가급적 빨리 가까운 정형외과에 내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뇨발 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근거 없는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주변 지인 분들의 말만 듣고 식초나 빙초산에 발을 담그면서 자가로 소독하는 분들도 있고, 심지어 된장을 발에 바르는 분들도 있다. 당연히 상태는 나빠질 수밖에 없고 적절한 치료 시기만 놓쳐 최악의 경우 발을 절단하는 불행한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당뇨발은 한번 병변이 생기면 쉽게 좋아지기가 힘들다. 그래서 치료하는 의사와 치료받는 환자 모두 몸과 마음이 힘든 병이다. 수년 동안 치료를 했음에도 결국은 절단해야 하는 의사는 수술 후 한동안 마음이 좋지 않다. 환자 못지않게 의사도 상실감으로 한동안 우울해지기도 한다.

실제 20대 후반의 젊은 소아당뇨 환자의 다리를 절단한 적이 있다. 소아당뇨는 선천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잘 관리가 안 돼 당뇨발이 생겼고, 최선을 다해 치료했음에도 병변이 더 악화돼 어쩔 수 없이 절단해야 했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의 발을 지켜주지 못한 상실감은 수개월 동안 지속되었고 환자가 외래를 내원할 때마다 환자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당뇨발이 악화돼 다리를 절단하는 불행을 막으려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적절한 혈당관리다. 정상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을 병행하고, 식후 꼭 발의 병변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당뇨발을 예방할 수 있고, 행여 당뇨발이 생겨도 조기에 발견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말=부평힘찬병원 김유근 원장·서동현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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