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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성수동에서 제일 핫하다는 이곳, 뭐때문에 두시간이나 줄을 서지?

이정혁 기자

입력 2021-07-15 13:01

수정 2021-07-1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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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성수동에서 제일 핫하다는 이곳, 뭐때문에 두시간이나 줄을 서지?
MZ세대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동 '도원'은 스트리트 카 컬처 기반 콘텐츠를 전개하는 브랜드 '피치스(Peaches)'가 지난 4월 말 오픈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메인 공간을 차지한 슈퍼카 '부가티 시론 스포츠 110 ANS 부가티' 차량과 벽면 스크린의 감각적인 영상이 한데 어우러져 공간의 '힙'함을 배가시킨다.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익숙한 듯 이질적이다. 컨테이너 스타일의 메인 건물은 한때 자동차 공업사의 메카였던 성수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여기에 반전을 노리듯, 강렬한 핑크빛 외관이 호기심을 부추긴다.



요즘 힙한 성수동에서도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도원'. '피치스(Peaches)'가 지난 4월 말 오픈한 700평 규모의 자동차 복합 문화 공간으로, 평일 2000여 명이 줄을 선다. 주말 방문객은 7000여명, 평균 대기시간만 2시간이다.

2018년 설립된 피치스는 '스트리트 카 컬처' 기반 콘텐츠, 영상, 패션, 음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한국타이어, 신세계 등의 투자를 받았으며, 나이키·아모레퍼시픽·LG전자·BMW 등 내로라하는 곳들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다.

무엇이 콧대 높은 대기업들을 움직인 것일까? 도원이라는 공간을 '미디어' 삼아, 자신들의 스토리를 스스로 전달하는 피치스 식 소통법, 그리고 이들이 주목하는 요즘 소비자들 이야기를 들어보자.

▶'찐'팬들의 진짜 팬덤을 만들다, '도원'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나눠요

뉴욕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의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는 처음 매장을 열면서 뉴욕 뒷골목의 스케이트 보더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일부 매장엔 의류 전시공간보다 더 큰 스케이트보드장을 만들었다. 진짜로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슈프림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뉴욕 뒷골목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곳이 됐다. 브랜드 팬덤을 만드는 핵심 요소로, '팬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란 마케팅 공식에 어찌 보면 가장 충실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도원'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에 열광하는 기존 피치스의 핵심 팬층을 위해 차량을 멋지게 스타일링 할 수 있는 개러지에서부터 차량 전시, 공연, 브랜드 행사 등 문화를 직접 즐기는 갤러리, 위스키 바, 피치스가 전개하는 의류 판매 공간 등으로 꾸며져 있다. 한쪽 벽면을 크게 차지한 전광판엔 피치스가 만든 자동차 관련 영상과 이에 어울리는 빠른 비트 음악이 쉴새없이 흘러나오면서 '찐'팬들의 흥을 돋운다. 여기에 기존의 강한 팬덤에 대중성을 가미하기 위한 시도로 '노티드 도넛', '다운타우너 버거' 등을 입점시켰다.

전체적으로 가변성과 한정판을 강조한 점이 특징적이다. 실외는 물론 실내 메인 공간 상당 부분이 모두 변경 가능하다. 버거 매장의 경우 성수 도원만의 인테리어를 강조. 은밀한 공간에 배치했다. 창고로 향하는 듯한 문을 열면 매장이 '깜짝' 등장하는 식이다. 마치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의 비밀 아지트' 느낌을 살린 것. 성수점 자체만의 포스터로 벽면을 장식해 인스타그래머블한 콘텐츠까지 제공한다.

피치스의 여인택 대표는 "이 달 말 루프탑에 스케이트 보드 파크를 연다. 우리가 주목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면서 그들을 커뮤니티화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는 다 피치스의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영'해지고 싶은 기업들, 피치스가 주목하는 '2030 영앤리치'로 시선을 돌리다

MZ세대가 온라인에 갇혀있다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편견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누리고, 나누고 싶어한다.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큰 손'들이 넘쳐난다는 이야기다.

특히 피치스는 현재의 삶에 충실한 소비 패러다임을 주도하면서 고가의 슈퍼카, 드림카 구매를 망설이지 않는 영앤리치(Young & Rich)에 주목한다. 코로나19로 공유경제 개념에도 타격이 가해지면서 자신만의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이들 영앤리치 그룹의 폭이 더 넓어졌다는 것.

여 대표는 "서핑과 스케이트 보딩을 즐기던 이들이 세월이 흘러 자동차를 구매하고, 이들이 보드를 꾸몄던 것처럼 자동차도 꾸미게 되리란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 피치스"라고 언급했다.

기업들 또한 향후 중요한 소비 주체가 될 MZ세대가 변함 없이 자신들의 제품을 찾고, 지속적인 성장성을 보장받기 위해 2030 영앤리치들이 현재 열광하는 브랜드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중·장년층 타깃이던 기존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젊은 층의 구미를 당기기 어렵다고 판단, 새로운 방식의 소통법에 익숙한 피치스에 너도나도 손을 내밀고 있다.

여 대표는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스케이드보드 파크는 LG의 OLED 패널로 꾸며진 계단으로 방문할 수 있고, 노티드와 협업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생긴다. 본관 건물 옆 부지 일부에는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이 전개하는 오프라인 공간이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GS칼텍스와 손을 잡고 새로운 형태의 주유소를 선보일 계획이며, 신개념 편의점 '나이스웨더'와의 협업도 준비중이다. 여 대표는 "향후 자체 제작 음악만을 모아 단독 레이블을 만드는 일도 고민 중"이라며 "피치스 팬들을 위한 모든 콘텐츠나 기획에 무한한 도전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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