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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대규모 상장폐지 후폭풍…코인 개발사와 소송전까지 예고

이미선 기자

입력 2021-06-23 07:16

수정 2021-06-24 07:44

국내 최대 디지털 자산(암호화페) 거래소 업비트의 대규모 상장 폐지와 관련해 후폭풍이 거세다.



최근 업비트는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암호화폐 25개 중 24개를 상장 폐지하고, 1개는 유의종목 지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유례없던 무더기 코인 상장 폐지로 가격이 급락하자 이용자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업비트의 불투명한 가상화폐 상장 심사 과정이 꾸준히 지적을 받아온 가운데, 이번 상장 폐지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장 폐지 결정이 내려진 프로젝트(화폐 발행 주체) 역시 업비트가 제시한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소송을 예고하는 등 업비트를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코인 상장폐지한 업비트, '상장도 상폐도 제멋대로' 지적 나와

업비트는 지난 18일 오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오는 28일 12시부로 피카 프로젝트 등 24개 코인에 대한 거래 지원을 종료하고, 베이직에 대해선 유의종목 지정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업비트는 지난 11일 이들 코인(총 25종)을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프로젝트에 일주일간의 소명 과정을 진행했다. 같은 날 업비트는 페이코인(PCI), 퀴즈톡(QTCON) 등 5개 코인에 대해 원화마켓 페어 제거를 알렸다. 원화마켓 페어 제거로 원화 마켓에선 거래가 중단되지만 비트코인이나 테더 마켓에선 코인 거래를 계속할 수 있다.

'거래 지원 종료' 등 표현은 상이하나 사실상 상장 폐지 수순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당초 업비트가 24개 종목과 관련해 내세운 상장 폐지 이유에 대해서 동일한 사유를 밝혀 논란이 일었다. 업비트는 '팀 역량 및 사업, 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역량, 글로벌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부 기준에 미달'이라는 이유만 내세우며 자세한 사유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업비트는 상장 폐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 이전보다 비교적 구체적인 상장 폐지 이유를 내놓았다. '익명 전송에 대한 업계 및 관계 기관의 인식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음', '프로젝트의 사업적 성과 및 블록체인 네트워크상 활동 등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 등이다.

이와 같은 업비트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업비트가 다소 체계적이지 않은 상장 심사 과정을 거친 후 문제가 발생하자 뒤늦게 상장 폐지를 단행,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해선 '나몰라라' 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

원화마켓 페어 제거 대상이 된 퀴즈톡 역시 자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업비트 측이 합당한 사유 없이 단행한 원화 페어 삭제에 대해 엄중한 항의를 하는 바이며, 본 사안과 관련해 보다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을 통해 투자자들의 권익과 목소리를 대변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업비트 관계자는 "안전한 디지털 자산만이 거래될 수 있는 건강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 및 노력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심사숙고하여 유의종목 지정을 결정하게 됐다. 또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지원 및 거래지원 유지를 위한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운영하고 있고, 해당 정책은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상장 폐지 건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디지털 자산의 마켓 거래 지원이 종료되더라도, 공지 게시 시점으로부터 30일간 출금을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상폐 문제 놓고 코인 개발사와 소송전 번져

업비트의 무더기 상장 폐지 여파가 일부 프로젝트와의 소송전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특히 상장 피(대가)를 받았다는 의혹을 두고 피카 프로젝트와의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업비트는 "이상거래 감지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유통 및 시장 매도 등이 확인된 바 있으며, 이에 대한 소명 과정을 진행하였으나 당사의 강화된 판단 기준에 의거, 해당 행위는 회복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로 최종 판단했다"며 피카 프로젝트의 상장 폐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피카 프로젝트 측은 17일부터 블로그를 통해 수일에 걸쳐 "폐지 사유로 유통물량이 거론되고 있는데, 모든 물량은 스케줄에 맞춰 유통되었다"면서 "업비트 측의 요구에 따라 상장 하기 전 이벤트 물량으로 코인 500만 개를 전송했다. 이것이 상장 피 명목으로 이용됐다"며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업비트 측이 에어드롭 물량으로 500만 개를 요구해 보냈는데, 이 중 극히 일부만 에어드롭으로 사용됐으며 나머지는 업비트가 매도로 수익을 봤다는 주장이다. 거래소가 신규 가상화폐를 상장할 때 투자자들에게 일부를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를 하는데, 이를 에어드롭이라 한다.

"상장폐지 결정 전에 어떤 부분을 개선하거나 해명해야 하는지 업비트가 '구체적으로' 안내해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피카 프로젝트는 법무법인 은율과 손을 잡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업비트는 21일 공지사항을 통해 "에어드롭 이벤트에 사용되고 남은 디지털 자산은 별도 보관하고 있다가 프로젝트 팀과의 협의에 따라 추후 다른 이벤트에 사용하거나 반환한다. 이는 피카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피카 프로젝트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한편 오는 9월 24일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적용 유예기간 만료일을 앞두고 거래소들은 앞다퉈 '코인 정리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실한 코인이 많을수록 은행들이 실명 계좌 발급을 내어줄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금법에 따라 은행 실명계좌 발급 제휴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거래소와 프로젝트 간 갈등은 앞으로 계속해서 확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투자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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