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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가전,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코로나 바람 타고 가정 필수품으로 부상

김세형 기자

입력 2021-06-08 12:59

틈새가전의 인기가 뜨겁다. 그동안 있으면 편리하지만 없어도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다는 이유로 가전업계의 비주류로 분류됐던 것과 달리 최근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고가의 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고 있다면 자기 만족도를 추구하는 소비자 지갑은 손쉽게 열린다.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비대면' 트렌드 확산 이후 관련 제품 판매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와인셀러와 수제 맥주 제조기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사회적 거리의 영향을 받아 주류 소비량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집에서 편하게 술을 즐기는 '홈(Home)술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홈술족은 저도주를 즐기는 성향을 보인다.

와인 판매가 늘어난 이유다. 와인은 보관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제대로 된 와인 보관은 쉽지가 않다. 와인셀러는 누구나 손쉽게 데일리 와인부터 고가 와인을 전문가 관리를 받는 것처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LG전자의 디오스 대용량 와인셀러는 올해 들어 판매량이 작년과 비교해 약 3배로 성장했다. 최대 71∼89병의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대용량이 특히 인기다. 데일리 와인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위니아딤채는 늘어난 홈술족에 대비해 프리미엄 와인셀러와 냉장고가 하나로 결합된 '위니아 보르도 냉장고'를 최근 출시했다.

와인과 함께 저도주의 대표인 맥주의 경우 보관을 위한 냉장고가 아닌 맥주 제조기 판매량이 늘었다. 고가의 제품에도 불구, 수제 맥주 제조기를 활용해 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맛과 향을 갖춘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LG전자가 수제 맥주 수요를 겨냥해 출시한 '홈브루'도 비대면 특수를 타고 판매량이 작년보다 3배 가량 늘었다.

LG 홈브루는 캡슐형 맥주 원료 패키지와 물을 넣은 후 간단한 조작만으로 발효부터 숙성, 보관까지 복잡하고 어려운 맥주제조 과정을 자동으로 진행한다. 상황에 따라 컴프레서의 동작을 조절하는 인버터 기술과 발효·숙성·보관에 필요한 온도와 압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홈브루가 제공하는 맥주는 페일에일, 인디아 페일에일, 흑맥주, 밀맥주, 필스너 등 5종류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맥주를 제조할 수 있는 것도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선보인 소형냉장고 '비스포크 큐브'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와인, 맥주, 화장품 등을 다양하게 보관할 수 있어 젊은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채로운 컬러를 선택할 수 있어 집안 인테리어 제품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최근 캠핑 열풍을 타고 인기몰이에 나선 제품도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초 출시한 'LG 룸앤TV'는 지난해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올해초부터 판매량이 급증했다. LG 룸앤TV는 TV와 모니터를 겸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기로, 당초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가전용 TV보다 캠핑용TV로 안성맞춤이라는 입소문을 바탕으로 올해 들어 제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스탠드형이 대세를 이뤘던 에어컨 시장은 창문형·이동형 에어컨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파세코 등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이 시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위니아딤채까지 가세하면서 판매 경쟁에 불을 지폈다. '집콕'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방마다 에어컨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을 겨냥했다. 설치·해체 부담 없이 창틀에 달았다가 편리하게 떼어갈 수 있어 1인 가구·임차인 등에도 유용하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윈도우 핏(Window Fit)'과 위니아딤채의 창문형 에어컨은 실외기와 실내기가 하나로 합쳐진 일체형 에어컨으로 창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 LG전자의 이동식 에어컨은 기존 모델과 비교해 나사가 필요 없고 창문을 조금 열어 설치 키트를 끼운 뒤 더운 바람을 내보내는 배관을 연결하면 돼 '셀프 설치'가 가능하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에어컨이 사계절 가전으로 떠오르며 연초부터 제품 구매 및 설치 관련 소비자 문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하반기에는 고급 신발관리기가 틈새가전의 인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의류관리에 이어 신발도 살균 등의 기능으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요구가 늘면서 삼성·LG 등 대기업이 뛰어들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출시한 '비스포크 슈드레서'는 냄새 탈취·건조·살균 기능을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요자의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LG전자도 하반기에 습기와 냄새 원인 물질 제거에 탁월한 신발관리기 '슈 스타일러'를 출시하기로 하고 최근 관련 상표 출원을 마쳤다.

틈새가전인 동시에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한 이색 가전 시장도 커지고 있다. 탈모관리기를 넘어 잔디깎이 로봇, 식물재배기 등 분야도 다양해졌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틈새가전의 인기는 가전업체 매출 확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다"며 "주거형태 변화와 가치 소비에 대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 가치 소비 위주의 틈새가전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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