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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에 뛰어든 시중은행…구단 운영 대신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는 이유는?

김소형 기자

입력 2021-06-03 07:07

최근 시중은행들이 e스포츠계의 '큰 손'으로 나서며 MZ세대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e스포츠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나 구단 네이밍 스폰서 등으로 친밀도를 높이고 있는 것. MZ세대가 오프라인 은행 지점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금융을 접하는 만큼,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생애 첫 은행' 타이틀을 내주지 않기 위한 견제의 의미도 강하다. 이와 함께 '글로벌 광고 효과'도 매력적인 포인트다.

특히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원격수업 등으로 게임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면서 이러한 트렌드는 가속화됐다.

지난 1월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우리은행은 LCK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지난 2019년부터 LCK 타이틀 스폰서로 LCK를 후원해 온 우리은행은 올해부터는 '파트너'로 더욱 다양한 마케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LCK 인기 아이템 증정 등의 이벤트를 통해 MZ세대와 소통하고 미래고객 유치에 기여할 방침"이라며, "LCK경기가 전 세계로 중계돼 글로벌 홍보 채널을 활용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섰던 KB국민은행은 네이밍 스폰서십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지난 21일 e스포츠 프로 게임단 샌드박스 게이밍과 카트라이더팀·FIFA온라인팀 네이밍 스폰서십을 추가 체결한 것. 지난해 12월 계약한 LOL(리그 오브 레전드)팀 뿐 아니라 샌드박스 게이밍이 운영하는 게임단이 보유한 e스포츠팀 전체가 '리브 샌드박스(Liiv SANDBOX)'라는 공식 명칭으로 활동하게 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충성도 높은 '찐 팬'에 주목해 리그 후원 대신 네이밍 스폰서를 선택하게 됐다"면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소통'이 중요한 만큼, LOL에 이어 보다 어린 층이 많은 카트라이더와 축구팬 중심의 FIFA온라인으로 접점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은행들이 신남방 정책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도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의 경우, '자산관리 모델'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넷마블과 혁신적 디지털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하고, 이를 통해 MZ세대를 대상으로 금융과 게임을 결합한 디지털 혁신 금융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넷마블의 게임과 접목시켜 신규 자산관리 서비스를 개발해 게임 기반의 투자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또한 지난해부터 SK텔레콤 e스포츠 전문기업 T1 소속 선수를 위한 자산관리 전담팀을 운영해, 또래보다 소득 창출이 빠른 e스포츠 선수들을 위해 전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1년 수입이 약 50억원에 달하는 국내 프로스포츠 연봉 1위 선수 페이커 등의 '금융 집사'를 자처하며, 소득 생애가 짧은 대신 고연봉을 얻는 프로게이머 맞춤형 자산관리를 선보여 MZ세대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12월 넥슨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신한은행은 금융과 게임의 융합을 통한 혁신사업 공동 추진에 나섰다. 이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지난 2월 온라인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의 e스포츠 대회 타이틀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2021 신한은행 헤이 영(Hey Young)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로 명명된 리그를 통해 MZ세대 전용 서비스인 '신한 헤이 영' 브랜드를 적극 알리고 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3월 아프리카TV와 '2021 NH농협은행 BJ멸망전 시즌1' 후원 협약을 체결하며 MZ세대와의 소통에 나섰다. 아프리카TV 인기 게임 BJ들이 참여하는 캐주얼 e스포츠 리그인 BJ멸망전 중 'LOL', '배틀그라운드', '스타크래프트' 종목에 대한 후원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e스포츠에 대한 은행들의 '투자'가 직접적인 구단 운영이 아닌 '후원'에 그치는 이유는 뭘까.

은행법상의 한계 때문이다. 은행업 이외의 부수적인 행위로는 수익 창출이 제한된다. 은행들이 프로스포츠단을 운영할 수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 구단을 운영할 수는 없지만, 디지털과 MZ세대를 아우르는 e스포츠는 은행들에게 놓칠 수 없는 마케팅 카드"라며, "단기적 고객 증가 효과 보다는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해 소통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력적 콘텐츠를 만들어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 은행들의 목표다"고 전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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