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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회사가 왜 빵을 만들까? 새까만 3만9천원짜리 케이크가 뭐길래 MZ세대는 열광하나

이미선 기자

입력 2021-05-2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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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회사가 왜 빵을 만들까? 새까만 3만9천원짜리 케이크가 뭐길래 MZ세…
◇'파격과 혁신'이라는 젠틀몬스터의 콘셉트를 담아낸 베이커리 제품들.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러운 오감체험의 즐거움을 전달한다. 하우스 도산 내 누데이크 매장. 사진제공=누데이크

검은색 페이스트리를 자르니, 용암이 솟구치듯 녹색 크림이 쏟아져 나온다. 이색적인 비주얼로 SNS 핫스타가 된 이 검은 케이크는 유명 아이웨어 브랜드인 젠틀몬스터의 히트제품이다. 왜 안경 회사가 빵을 만들까.



'공간'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요즘, 트렌드에 민감한 업체들은 고유의 DNA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F&B(Food and beverage·식음료)'를 택한다. 플래그십 스토어나 브랜드 뮤지엄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사고 관람을 하는 곳이 아니다. 느끼고 체험하고, 직접 맛 보면서 브랜드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체험한다.

SNS를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콘텐츠 역시 '인스타그래머블'한 것이 주목을 받게 된 가운데, MZ세대 사이에서 '힙'한 플레이스와 SNS 성지로 떠오른 곳들을 모아봤다.

▶파격-혁신 내세운 '젠틀몬스터', 디저트에서도 북유럽 감성 '아르켓'

젠틀몬스터는 지난 2011년 김한국 대표가 설립한 글로벌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다. 독특한 프레임의 안경이 특징인 젠틀몬스터는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브랜드로 통한다.

2013년 서울 논현동에 첫 매장을 선보인 젠틀몬스터는 2015년 실제 목욕탕을 개조한 쇼룸을 서울 계동에 열었고, 2016년에는 세탁소를 콘셉트로 한 쇼룸을 대구에 여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 왔다.

이 가운데 젠틀몬스터는 지난 2월 오픈한 '하우스 도산'에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를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미있는 콘텐츠로 가득찬 이곳에서 판매하는 시그니처 검은 케이크 '피크'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블랙 크루아상도 마찬가지다. '평일 두시인데도 품절이래요'라는 글이나 '마지막 케이크를 간신히 샀다'는 인증샷 등을 SNS에선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격도('피크'는 3만9000원, 흰색 케이크인 '파인콘'은 6만원) 만만치 않은데 말이다.

먹음직스러워보이는 색과는 거리가 먼, 새까만 케이크나 빵을 굳이 아이웨어 브랜드에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연 누데이크 브랜드 팀장은 "젠틀몬스터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아이웨어가 아닌 새로운 콘텐츠로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에는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젠틀몬스터가 생각해 낸 것은 '퓨처 리테일'이다. 공간에서 제품을 소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문화를 향유하는 행위가 될 수 있도록 공간의 배치, 소리, 미술 설치물 등 모든 요소를 디자인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

이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젠틀몬스터는 F&B가 지닌 가능성에 주목했다. 소비자가 보다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으면서, 젠틀몬스터의 '미학'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재연 팀장은 "누데이크의 시그니처 피크 역시 고객들에게 이전에 보지 못했던 판타지, 즉 차별화된 미각적,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6월에 재오픈하는 젠틀몬스터 스타필드 하남점 매장에도 누데이크가 들어선다"며 "계속해서 동일한 곳에 매장을 전개할 지 미정이나, 앞으로도 누데이크는 새로운 리테일 모델에 대한 시도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웨덴 의류 기업 H&M이 선보인 아르켓(ARKET)은 매장에서 페이스트리 등을 판매한다. 이는 전 세계 아르켓 매장에 모두 적용된다. 자연스럽게 북유럽의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

지난달 서울 가로수길에 오픈한 아르켓 플래그십 스토어는 아예 2층에 '아르켓 카페'를 만들었다. 아르켓 카페는 북유럽 일상의 음식 등을 소개, 인플루언서들의 SNS를 종종 장식하고 있다. 이 중 치아시드가 올라간 페이스트리 '테비아커스'는 실제 북유럽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란 평이 자자하다.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건강을 생각하며 만든 음식과 그에 따른 조리 방식은 아르켓의 목표와도 통한다.

아르켓 관계자는 "우리의 핵심가치는 '지속가능성'이다. 고객들이 오래 사용하고 사랑할 수 있는 일상의 물건들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지난해 전체 제품의 76%를 지속 가능한 소재로 만들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 목표를 카페 메뉴에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인증샷은 필수" 특별한 경험 선사에 친근감 있는 제품 출시로 브랜드 충성도 ↑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국내에서 독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프랑스 브랜드 메종키츠네는 '카페형 복합문화 공간' 등을 마련,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메종키츠네는 프랑스어로 '집'을 뜻하는 메종과 일본어로 '여우'를 뜻하는 키츠네의 합성어다.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의 매니저였던 길다 로에크와 일본인 건축가 마사야 구로키가 2002년 음반사를 시작으로 공동 창업했다. 이후 패션 브랜드와 함께 음반 레이블 및 카페를 혼합한 문화공간을 꾸준히 선보이며 메종키츠네의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감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메종키츠네가 지난 2018년 파리와 도쿄에 이어 세번째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종키츠네 플래그십 스토어에 오픈한 '카페키츠네'를 보면 알 수 있다. 총 4개 층(330㎡)으로 이뤄진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위치한 카페키츠네는 SNS 명소로 꼽힌다.

카페키츠네에서 판매 중인 메종키츠네의 상징 '여우' 모양의 쿠키는 3500원, 여우 로고가 새겨진 빵과 커피는 각각 5000원, 7000원.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여우 캐릭터에 매료된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특히 여우 모양의 쿠키를 커피에 얹어서 찍는 인증샷은 필수 코스다.

또 단순히 야외에 테이블과 의자만 놓인 것이 아닌, 대나무 숲과 조명으로 꾸며진 외관은 어줍잖은 브랜드들은 흉내내지 못 할 메종키츠네만의 유니크한 감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평.

한편 최근 개관한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의 음악 뮤지엄 '하이브 인사이트'는 유머 감각 넘치는 에그타르트를 통해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선사한다.

지난해 상표 출원한 하이브의 베이커리 브랜드 '뱅앤베이커스(Bang&Baker's)'와 식품기업 SPC 삼립이 협업해 내놓은 제품이다. 에그타르트 한 박스(4개)의 가격은 9800원. 기존에는 일일 500개 한정으로 판매했으며, 한 사람 당 두 박스까지만 구입할 수 있었다. 이후 에그타르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하이브는 지난 25일 한 사람 당 세박스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시판 제품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에그타르트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이브에서 판매하는 에그타르트를 팬들은 '방시혁 에그타르트'라 부른다. 에그타르트 위에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직접 그린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얼굴이 그려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처럼 기업 수장을 형상화한 제품을 내놓으며, 통상적인 무겁고 딱딱한 CEO 이미지가 아닌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어필한 것이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그타르트와 관련된 방시혁 의장의 일화도 '먹는 재미'를 더한다. 과거 하이브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접고 에그타르트 사업을 하려 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좋아하는 제품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스토리에 주목, 하나의 콘텐츠로 활용하고 즐기고 있다"면서 "F&B는 실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영역으로, 브랜드 역시 이를 활용해 어렵지않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또 SNS를 통한 입소문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공간은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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