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손연재 의자라며 인지도 높인 '커블체어', 매출은 급성장했는데 광고 문구 오류가 '실수'?

조민정 기자

입력 2021-05-26 11:13

손연재 의자라며 인지도 높인 '커블체어', 매출은 급성장했는데 광고 문구…
에이블루가 온라인 채용 사이트에 업로드한 회사 설명서 일부. 문구만을 확인했을 때 판매중인 제품이 FDA '인증'을 받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사진=온라인 채용 홈페이지 캡처.

앉는 자세를 바르게 교정해준다며 대대적인 홍보로 인지도를 높인 '손연재 의자', 에이블루의 '커블체어'가 소비자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제품 인지도가 한창 높아지는 가운데 기한이 지난 인증 내용을 광고에 그대로 사용한 것이 뒤늦게 알려진 것. 효과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 또한 엇갈리는 가운데, 회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제품 사용법 등을 알리고 기타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표시광고법' 위반 사항인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 위반으로 볼 수 있는 사안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에는 정정 광고 등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 행정조치 또는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분에 해당하는 벌칙이 내려질 수 있다.

▶FDA 등록 유효기한 말소됐는데…광고에 버젓이 사용했다가 뒤늦게 삭제

'손연재가 광고하는 의자'로 큰 인기를 끈 커블체어는 2013년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던 이명욱 대표가 설립한 에이블루가 멀티탭 박스에 이어 내놓은 두 번째 제품이다. 스포츠계 빅 스타인 손연재를 모델로 기용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면서 제품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커블체어는 지난해부터 이달 초까지 등록 유효기간이 말소된 미국 식품의약처(FDA) 등록 사실을 홍보 마케팅에 그대로 이용해 논란이 됐다.

FDA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식품이나 의약품, 화장품, 일부 수입·수출품의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3가지 등급(CLASS 1~3)으로 분류된다. 에이블루는 이 가운데 '인증-승인' 과정의 가장 낮은 단계인 1등급 등록을 마쳤다.

커블체어가 FDA 등록에 나선 시점은 지난 2019년이었다. 등록 유효기간은 지난해 12월 만료됐다. 그러나 회사는 유효기간이 만료된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2021년 광고에도 'FDA' 문구를 넣어 각종 포털 사이트와 공식 홈페이지에서 버젓이 광고를 진행했다.

더욱이 커블체어는 까다롭고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FDA 3등급 인증'이 아닌 1등급의 단순한 '등록' 절차만을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온라인 광고에 'FDA-우수특허 수상'이라는 애애모호한 문구를 사용한 것도 문제로 보인다. 마치 'FDA의 검증 과정을 힘들게 통과하고 수상까지 했다'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온라인 속 일부 회사 소개서 등에는 아직 FDA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이미지가 그대로 노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자사 제품은 의료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FDA 승인 대상은 아니다"라며 "미국 수출 목적으로 FDA에 제품 등록을 했으나 코로나19로 이를 유보했으며, 최근 재등록을 마쳤다. 관련 광고는 내부 실수로 인해 노출된 것으로 현재는 삭제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광고 문구의 경우 정해진 글자 내에서 최대한의 광고 효과를 끌어내기 위한 차원에서 기획됐으나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검수 및 제품 브랜딩 관련 인력 충원으로 광고 진행과 같은 과정을 더 면밀히 살펴 이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교정 의자' 라더니, 일반 공산품? 경쟁 제품도 쏟아져…장기적 관점 사업유지 가능할까

2019년 70억원 수준이던 에이블루의 매출액은 커블체어의 인기 증가세에 힘입어 2020년 1100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2018년 5월 출시 이후 누적된 커블체어 판매량은 750만개나 된다.

그러나 급상승한 회사 규모와 달리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에이블루 측에 따르면 커블체어는 '착석 시 바른 자세 유도와 안락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의자'로 특허청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이외에 커블체어가 받은 테스트 및 인증은 제품 생산 시 사용한 성분과 최대 압축 하중 테스트뿐이다. 현재까지는 일반 소비자들이 믿을 만한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한 명확한 검증을 받지는 못한 것이다.

회사 측은 "자세교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내부 결과에 따라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고 줄곧 밝혔으나, 내부 결과와 관련한 본지의 질의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한 특허 등록이 자세 교정에 대한 명확한 효과를 증명할 만한 것은 아니란 의견을 내놓는다. 이와 관련, 자신을 재활의학과 의사라고 밝힌 유튜버 '닥터고은'은 자신의 채널에서 "커블체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디스크를 압박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에이블루 관계자는 "커블체어는 의료기기가 아닌 일상에서 바른 습관을 서포트하는 제품"이라며 "유튜브 콘텐츠를 통한 바른 제품 이용 자세 등 안내를 이어갈 계획이며 제품 불량 시 1년간 무상 교환 서비스 등을 지원 중이다. '자세 교정 효과'를 뒷받침해 줄 일부 기관에 제품 의뢰도 해 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세교정 의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아진 관심 탓에 경쟁 제품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점도 문제다. 특히 탄탄한 자본력을 앞세운 한샘, 로이첸 등 대형 브랜드들이 내놓은 자세교정 의자 제품의 경우 구매 단가를 대대적으로 낮춰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관련 업계는 에이블루가 커블체어로 회사 규모를 성장시킨 데에는 일단 성공했으나 해당 제품군에서 지속적인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아직까지 커블체어 열풍을 이을 만한 강력한 제품을 찾기 힘들다는 사실 역시 장기적인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제품 홍보나 마케팅에 더 섬세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