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매각 앞둔 대우건설 '내우외환'…연임 성공 김형 사장 '산 넘어 산'

김세형 기자

입력 2021-05-25 07:49

대우건설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는 모습이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가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주인찾기에 탄력을 받은 것이란 전망이다. 2018년 초 매각 무산 이후 체질개선에 성공하며 '지금이 적기'라는 분위기다. 대우건설의 1분기 매출액은 1조9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가 줄었다. 영업이익은 2294억원으로 89.7% 증가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직전 분기(지난해 4분기)에 이어 연속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호실적과 함께 인수의향을 밝히고 있는 곳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건설 매각작업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회사 안팎에서 벌써부터 잡음이 새어 나오는 등 매각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크게 외부(안전경영)와 내부(직원관리), 두 가지로 나뉜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인천 연수구 송도 내 모 아파트 단지의 석면 검출 문제가 발생, 환경·시민단체(환경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인천환경운동연합,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지난 13일 석면조경석 문제와 관련하여 대우건설, 신생중상이용사촌, 환경부 등 아파트 건설사, 조경석 공급업체, 석면안전관리법 감독기관 등 관계기관을 서울지방경찰청 중부경찰서에 형사고발 했다.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도 피고발인에 포함됐다.

문제가 된 아파트는 대우건설이 2013년 준공한 곳으로 단지 내 160여개 조경석 중 시료 조사를 한 10개에서 석면이 검출됐고, 131개 조경석은 석면조경석으로 의심이 된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석면은 석면폐증, 폐암 및 소화기암, 중피종을 일으킬 수 있는 1급 발암물질로 2009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환경단체들은 해당 아파트 단지 내 조경석이 2010년 제천 폐석면 광산 인근 채석장에서 공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천 폐석면 광산은 당시 정부에서 오염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환경단체는 대우건설이 석면 관련 조경석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현재 조경석 폐기 대신 비닐만 씌운 채 방치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발암물질 관련 문제는 경영상 안전관리 문제에 해당한다. 기업 가치 및 브랜드 가치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 대우건설이 석면 관련 문제가 제기된 지난 4월 이후 적극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조경석을 회수할 계획"이라며 "입주자들과 보상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폐기 대신 비닐만 씌운 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석면 철거를 하려면 인허가청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7월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일단 직접당사자인 입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경석 전량 수거와 합의 방안 마련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환경단체의 고발이 이뤄진 만큼 조경석 설치 관련 문제에 대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비난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안전불감증 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은 안전사고가 잦은 곳이란 오명을 받는 탓이다.

줄어들지 않는 안전사고도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우건설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안전관리 예방을 강조하고 있지만 올해에도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근 10년 기준 100대 건설사중 사망사고가 연평균 5건 이상 발생한 건설사는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28일부터 3일간 대우건설 본사와 소속 현장을 대상으로 특별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진행했다. 안전사고는 건설사의 운영에 있어 주요 변수로 부각된 요소다. 내년부터 중대재해법이 도입되면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재계 전반에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안전관리 체제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내부적인 문제는 더욱 크다. 대우건설 노조가 산업은행의 매각 관련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서를 통해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의 본분을 망각한 채 밀실매각을 통해 투기성 자본인 사모펀드에 대우건설을 매각해 또 다시 흑역사를 반복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모펀드와 매각을 막기 위해선 단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내부 임직원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매각을 위한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한 것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며 노사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김형 대표이사 사장을 사업대표로 재선임하고, 정항기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관리대표로 선임한다고 지난달 23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가 현장을 등한시한 채 매각만을 위한 재무제표의 숫자를 좋게 만드는 데 치중하고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노조는 "임시 주총이 열리는 6월 7일 이전까지 각자 대표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각자 대표가 대우건설을 사모펀드 등으로 매각만을 위한 매각을 추진한다면 퇴진투쟁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대우건설은 매각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각자 대표 체제는 회사 매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라면서도 "외부에서 매각 관련 얘기가 한창이지만 내부적으로 시기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