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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챌린지 조기종료 후폭풍…"IT공룡답지 않은 주먹구구식 대응"

이미선 기자

입력 2021-05-21 09:43

네이버, 챌린지 조기종료 후폭풍…"IT공룡답지 않은 주먹구구식 대응"
◇박용진 의원 페이스북 글 발췌

네이버의 '오늘일기 챌린지' 조기종료 논란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최근 네이버는 매일 2주간 블로그에 일기를 기록하면 총 1만6000원의 네이버페이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가 3일 만에 종료했다. 논란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네이버는 사과와 함께 챌린지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개되는 챌린지를 안내하면서 발표한 기준 또한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4991억원, 영업이익 2888억원을 냈다. 'IT 공룡' 네이버의 규모에 걸맞지 않은 주먹구구식 대응을 두고, 참여자들은 강한 불만감을 드러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약속 안 지키는 네이버 혼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등장했으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네이버의 무책임한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는 글들이 대거 올라왔다.

▶'챌린지 조기 종료 논란' 네이버, 블로그 살리려고 문제 생기니 참여자 탓만?

챌린지 참여를 위해선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을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한 후, 정해진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면 됐다. 네이버 역시 챌린지를 홍보하며 '오늘을 기록할 수 있는 사진과 단 한 줄의 문장이라도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등 많은 이용자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네이버가 공식 블로그 공지사항을 통해 급작스럽게 챌린지 조기 종료를 알리자, 1일차부터 꾸준히 참여해오던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작심삼일, 노노!'라는 문구까지 써가며 꾸준한 일기 작성을 독려하던 네이버가 정작 '작심삼일 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 이후 만들어진 '오늘일기 3일만에 종료는 너무했다' 카페에는 삽시간에 1800여 명이 가입하는 등 이용자들은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참여한 사람만 거르면 될 것을 무작정 챌린지를 종료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네이버가 동네 구멍 가게도 아니고, 대응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네이버가 행사 종료를 일방적으로 알리면서, 내세운 이유 또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네이버는 어뷰징 형태의 참여가 많아 챌린지를 일찍 종료했다고 말했다. 마치 참여자들이 문제라는 듯한 무성의한 태도다", "블로그와 네이버 페이 활성화만 생각하고, 막상 참여자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이벤트를 진행한 듯하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이벤트 참여인원이 많아 네이버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감당하지 못해 조기 종료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네이버는 "단순한 동어 반복 등 오늘의 일상을 남기자는 이벤트 취지와는 다소 맞지 않는 패턴들이 발견돼 부득이하게 챌린지를 종료하게 된 것"이라 말하며 해당 주장에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같은 네이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네이버는 지난 4일 '뒤늦게' 공식 블로그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네이버는 "좀 더 세심하게 준비하고, 안내를 잘 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자사의 잘못"이라며 "챌린지 재정비를 한 뒤 다시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박용진 의원 네이버에 "이용자를 늘리는 이득만 챙기고, 정보만 빼갔다" 강력 비난

네이버가 사과문을 게재한 당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네이버페이에 가입하고, 블로그를 개설하거나 휴면 중이던 블로그를 활성화했다"며 "그런데 네이버는 이용자를 늘리는 이득만 챙기고, 정보만 빼갔다. 이는 약속했던 보상은 회피하며 소비자를 우롱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네이버는 이벤트를 종료하면서 이용자들의 어뷰징 문제 등을 언급하는 등 책임을 이용자에게 떠넘겼다"며 "뒤늦게 이벤트 설계를 세심하게 못했다면서 회사의 잘못이라고 사과를 했지만, 약속했던 첫 리워드만 지급하면 충분했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고객의 취향과 연령대, 거주지, 구매 이력 등을 확보해 충성고객으로 만들려는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네이버가 고객들의 데이터만을 수집하고, 목적을 달성하자 핑계를 대며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측은 "3일차에 해당하는 1000페이 포인트 지급은 모두 완료됐다. 보상 회피나 사용자 기만 등의 목적과 의도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편 챌린지 조기 종료 논란으로 역풍을 맞은 네이버는 챌린지가 끝난 지 2주가 지나서야 챌린지 재개에 대한 사전 안내를 했다. 17일 네이버는 공식 블로그에 "재개되는 챌린지는 5월 24일부터 6월 3일까지 총 11일간 진행된다"고 공지했으나, 여론은 싸늘하다.

더욱이 이번에 이벤트를 재개하면서 내건 조건 역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네이버는 '앞선 챌린지에서 3일 간 참여를 완료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으며, '일기 취지에 맞는 글로 작성하지 않으면 혜택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따라서 '일기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기준은, 재개되는 챌린지에서도 네이버가 '문제가 생기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재개되는 챌린지 관련 이용자들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챌린지를 안내할 때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이용자들이 취지에 맞게 참여를 해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소동을 둘러싸고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작은 행사 하나에 불과한데, 사후 처리 등을 잘못하면서 이용자들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면서 "1분기에만 매출 1조를 기록한 대기업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챌린지 조기 종료는 네이버의 꼼수라고 지적했던 박용진 의원 역시 "소비자와의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며 "재개되는 챌린지 관련해서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4991억원, 영업이익 2888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 줄었는데, 직원들의 스톡옵션 대거 행사와 인건비 부담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반면 또 다른 IT공룡 카카오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2580억원, 영업이익 157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5%, 79% 늘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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