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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닥터 이수찬 대표원장 인터뷰] 3년간 2만5000㎞ '왕진'…"농사일 힘들지만 시즌4 손꼽아 기다려"

장종호 기자

입력 2021-05-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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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간 2만5000㎞ '왕진'…"농사일 힘들지만 시즌4 손꼽아 기다려"
◇지난해 1월 방송된 내고향 닥터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편에 출연한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이 허리가 굽은 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연의 주인공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캡처=KBS 1TV

KBS 1TV 인기 프로그램인 '6시 내고향'의 '떴다! 내고향 닥터' 시즌 3이 최근 긴 여정을 마쳤다.



'떴다! 내고향 닥터'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시골 어르신들에게 무료 진료를 해주는 코너로, 다양한 감동 사연들이 전해져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내고향 닥터'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으로부터 최근 방송을 마친 소감 등을 들어봤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내고향 닥터' 시즌 3을 마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농협중앙회, 지역농협과 함께 농어촌 의료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던 차에 KBS 6시 내고향의 '떴다 내고향 닥터' 코너를 기존 한방병원에서 1년 동안 진행하다가 그만둔다는 얘기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코너가 끝나는게 아쉬워 참여하게 되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기쁩니다.

의료봉사와 농촌프로그램을 접목해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농어촌 어르신들의 질환을 치료하고, 농사일도 거들어드리는 공익적 프로그램이라 촬영하는 내내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시골마을 어르신 댁을 방문해 아픈 곳을 살피고, 직접 농사일도 거들다보니 어르신들이 왜 이곳저곳이 아픈지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비록 서툴지만 몸이 아프신 어르신들을 대신해 일손을 보태니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되돌아보면 내고향 닥터 촬영을 하며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내고향 닥터' 활동 기간과 그동안 새 삶을 드린 환자는 몇 분 인지요? 또한 대략 이동거리가 얼마나 되는지요?

▶2018년부터 내고향닥터 주치의로 참여해 전국 곳곳을 다니며 방송 사례자분들과 그 가족까지 총 41분에게 관절, 척추 건강을 찾아드렸습니다. 실제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신청했던 분들 중에도 사연이 안타까웠던 분들은 따로 치료를 해드려서 50분 넘게 치료를 해드렸습니다. 제주도를 비롯해, 오지, 섬마을 등 의료사각지대에 계신 고향 어르신들을 찾아뵙다보니 오간 거리가 약 2만5000㎞정도 됩니다.

-방송 기간 동안 많은 환자들이 기억나시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분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모든 분들이 다 제 기억에 남아 있지만 지난해 1월 '사랑하는 어머니에게'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모자의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경북 성주군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를 걱정해 경기도 용인의 한 병원에 있는 전신마비 아들이 '허리가 ㄱ자로 굽은 채 혼자 일하는 어머니가 걱정된다'는 사연을 보내왔습니다. 1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아 병상에 누워있는 아들이 숟가락을 입에 물고 핸드폰 자판을 하나하나 꾹꾹 눌러 보낸 애틋한 사연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병간호를 위해 자신의 몸은 돌볼 틈이 없이 일하며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했습니다. 아들을 지켜내자며 남편과 의지하며 버텨왔지만 남편마저 췌장암 선고를 받고 투병 끝에 끝내 가족의 곁을 떠났습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아들을 지켜오는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는 옆에서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와서 허리시술을 해드려 굽었던 허리를 쭉 펴고 걷는 모습을 본 아들이 침상에서 기뻐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여러 에피소드가 있으셨을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는지요?

▶2018년 여름은 한낮 기온이 40도까지 치솟은 사상 최대의 무더위였습니다. 농사일이라고는 생전 처음 해보는 제가 그 무더운 여름날 고추를 심고, 따고, 고춧대를 뽑는 일까지 하게 됐는데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농사일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차려주시는 밥상이 진수성찬이 아닌데도 정말 꿀맛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병원으로 돌아오면 허리도, 무릎도 아파 매번 물리치료를 받곤 했지만 또 다시 가고 싶었던 건 바로 책임감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어르신들께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내고향닥터 주치의로 찾아 뵈었던 어르신들은 대부분 가족분들이 불의의 사고나 질환으로 아파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삶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고 사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무릎이며, 허리며 온 몸이 성한 곳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진통제로 버티며 가족들을 위해 하루를 밭에서 보냅니다.

"아픈 가족 곁에 하루라도 더 머물기 위해 건강을 되찾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을 위해 수술이 정말 힘들었던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이 머리를 맞대고 치료법을 고민하고 결정했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내고향 닥터' 촬영 기간 뿌듯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요?

▶사연의 대부분이 무릎, 허리가 아픈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처음으로 고관절이 아픈 분을 촬영하게 되었는데 정작 어르신은 고관절 질환인 줄 모르고 허리와 다리 통증으로 진통제를 달고 사시면서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도 없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걷지 못해 휠체어 생활을 하시는 남편분이 그런 아내를 보고 사연을 신청해와 경북 김천으로 내려갔습니다. 증상을 살펴보고 고관절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드리자 노부부는 뜻밖이라며 놀랐습니다. 치료를 하지 않고 오래도록 방치한 고관절 질환으로 양쪽 다리의 균형이 맞지 않아 지팡이에 의지해 절뚝이며 걷다가 인공고관절 수술 후에 혼자 힘으로 반듯하게 걸으며 환하게 웃던 어르신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방송이 나간 후에 고관절 질환에 대한 사연 신청이 부쩍 늘었다고 우연히 전해 들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방송을 통해 고관절 질환에 대해 잘 모르던 분들이 '내 통증이 허리나 무릎이 아니라 고관절의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정보를 드린 것 같아 내심 뿌듯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국에서 사연이 오지만 내고향닥터라는 방송 취지상 주로 의료사각지대인 농어촌을 찾아가게 됩니다. 도시에 거주하시면서도 병원을 찾기 어려운 분들도 사연을 많이 보내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시즌 3가 막 끝났는데 시즌 4에도 '내고향 닥터'로 활약하실 계획인가요?

▶지금도 사연 신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 등으로 부득이하게 잠시 쉬게 되었지만 조만간 내고향닥터 주치의로 다시 고향 어르신들을 찾아뵐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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