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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글로벌, '한중문화타운 재검토'에도 논란… 갈피 못 잡는 듯한 태도에 혼란만 가중

이미선 기자

입력 2021-05-07 09:02

코오롱글로벌이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에서의 '한중문화타운' 조성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와 관련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에 따르면 한중문화타운 사업은 코오롱글로벌과 강원도 등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로 한국 관광을 활성화 시켜보자는 취지에서 계획됐다.

그러나 최근 반(反)중 정서가 확산되면서,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가운데 코오롱글로벌은 뒤늦게 강원도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이번 사안에 대해 효율적인 대응을 하는데 실패, 아쉬움을 남겼다.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자칫 잘못하면 그룹 전체 이미지에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입장 표현 등 이슈 관리에 미숙한 모습을 보여준 것.

윤창운 대표가 이끄는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윤 대표가 한중문화타운을 둘러싼 잡음을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중 정서' 암초 만난 한중문화타운, 이슈 관리 실패로 혼란 가중

한중문화타운은 코오롱글로벌이 라비에벨 관광단지에서 골프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구상이다.

라비에벨 관광단지는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 및 홍천군 북방면 전치곡리 일원에 위치해있다. 총 484만㎡(약 146만평)인 이 부지는 지난 2009년 관광단지로 지정됐다. 당시 시공사로 참여했던 코오롱글로벌은 시행사가 부도로 사업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되자, 2013년 사업을 인수했다.

현재 전체 부지 중 일부는 라비에벨CC라는 이름의 골프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외 부지에는 원래대로라면 코오롱글로벌이 계획했던 한중문화타운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2018년 12월 강원도와 코오롱글로벌 등은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사업' 설명회를 갖고 MOU를 체결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이를 통해 중국 전통 거리, 미디어아트, 한류영상 테마파크, 중국 8대 음식과 명주를 접할 수 있는 푸드존 등을 조성해 국내뿐만 아니라 중화권을 포함한 전 세계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다양한 공연과 체험공간을 계획하여 세계적인 문화타운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었다.

이후 2019년 12월 코오롱글로벌은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의 언론포털 인민망의 초청으로 인민망 본사에서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사업 론칭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는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사업의 1단계 프로젝트를 공식 선포하고 투자자 등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이후 지난해 1월에는 자본금 50억원 규모로 코오롱글로벌, 인민망 한국지사, 내외주건, 대한우슈협회 등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이 설립되었다. 올해 초에는 중국자본 투입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사업명을 중국복합문화타운에서 한중문화타운으로 변경했다.

그러다 최근 한중문화타운 건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지난 3월 말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총 66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왜 우리나라 땅에서 중국의 문화체험 빌미를 제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한중문화타운 철회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최근 중국의 역사왜곡 등으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서 높아진 '반중 정서'가 영향을 미쳤다. 통상적으로 이런 곳에는 재외국민들이 많이 거주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이유로 강원도에 '중국인 집단 정착촌'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 것.

이와 관련 코오롱글로벌은 지난달 말 강원도에 전달한 입장문 등을 통해 "한중문화타운 사업은 집단주거시설로서의 '차이나타운' 조성사업이 절대 아니다"라며 "한중문화타운은 골프장 외 부지 개발 사업 후보 중 하나였으며, 중국관광객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려보려는 강원도와 뜻이 맞아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업의 기본계획 구상 단계에서 투자 유치활동을 벌여왔을 뿐, 연내 착공을 목표로 건설이 진행 중이라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뒤늦은 입장 발표에 대응까지 애매모호…'철회' 인지 '재검토'인지 갈피 못 잡는 듯한 태도 보여

코오롱글로벌 측은 "사실관계의 객관성 판단과는 별개로 국민청원에 참여한 국민들의 마음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계획했던 관광단지는 해외 관광객 못지않게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소중한 고객이고, 수요자라는 생각을 한시도 안 한 적이 없다"고도 전했다.

아울러 "그동안의 시간적·비용적 투입에 대한 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오랜 시간 함께 사업을 구상하고 협력해 온 기관들과도 협의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코오롱글로벌이 '사업 재검토'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또 코오롱글로벌의 한중문화타운 사업 담당자는 '철회'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4일 4개 단체 이름으로 '한중문화타운 사업에 대해 알려드립니다'라는 입장문을 전격 발표하는 일이 벌어졌다. 입장문에 참여한 단체는 코오롱글로벌과 인민망 한국지사, 내외주건, 대한우슈협회로 입장문은 사실상 사업 진행 불가로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한중문화타운 조성 사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도 청산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코오롱글로벌은 계속해서 "협력기관들과 재검토 중이다. 절대 사업 자체를 접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명확치 않은 태도로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코오롱글로벌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9283억원, 영업이익 176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2.7%, 40.5% 증가한 금액이다.

업계에선 "좋은 취지의 사업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는 등 타이밍을 놓친 점도 그렇지만, 다시 불필요한 논란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기업 사이즈에 걸맞게 시스템적으로 효율적 대응을 했어야 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이슈 관리에 미흡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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