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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닥터의 솔직한 관절톡] 툭 튀어나온 엄지발가락이 보기 싫다면…

장종호 기자

입력 2021-04-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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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 튀어나온 엄지발가락이 보기 싫다면…
 ◇양쪽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으로 휘어져있는 무지외반증 엑스레이 사진.

50대 후반 어머니와 30대 초반 따님이 함께 내원했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아파 내원한 줄 알았는데, 진료를 받을 사람은 딸이었다.

"제가 평생을 엄지발가락이 툭 불거져 예쁜 신발 한 번 못 신고 살았어요. 그런데 제 딸도 저랑 발이 똑같아 너무 속상해요.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딸의 발을 살펴보니 엄지발가락이 눈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휜 상태였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휘어져서 엄지발가락 관절이 안쪽으로 돌출되어 있었다. 이를 의학적으로는 '무지외반증'이라고 부른다.

무지외반증은 주로 앞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신는 사람에게 잘 발생한다. 그래서 하이힐을 많이 신는 여성에게서 발생할 확률이 높지만 하이힐을 안 신는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어 남성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고, 평발이거나 발볼이 넓은 경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은 딸은 유전적인 요인에 후천적인 요인이 더해져 무지외반증이 생긴 것으로 보였다. 어머니가 무지외반증인데다 20대 때부터 하이힐을 즐겨 신는 습관이 무지외반증을 가속화시켰던 것 같다.

"보기 싫어서 그렇지 특별히 불편한 데는 없어요."

엄지발가락이 튀어나와 불편하지 않는지 물으니 딸은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을 예쁘게 성형할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보였다.

젊었을 때는 딸의 경우처럼 건강상의 문제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지외반증이 있으면 발가락이 휘어지고 관절이 안쪽으로 돌출되어 서 있거나 걸을 때 자극을 받아 돌출된 부분이 빨개진다. 더 진행되면 굳은살이 생기거나 염증과 통증이 발생한다. 또한 걸을 때 신체를 지지하고 추진력을 주어야 하는 엄지발가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의 다른 부위에도 통증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무지외반증이 심해지면 발 모양이 변형되고 허리 통증이 생기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초기에는 증상을 조절하고 진행을 늦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지외반증의 경우 볼이 넓고 부드러운 신발을 신거나 깔창이나 보형물을 이용해 교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지외반증이 많이 진행돼 발이 심하게 변형된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교정해야 한다. 엄지발가락이 튀어나온 뼈를 깎고 인대와 연부 조직의 길이를 조절하는 수술을 하면 많이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발의 변형 정도가 초기인지 진행이 많이 된 것인지 알기 어려울 때는 엑스레이 검사를 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 변형 정도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엑스레이 검사만으로도 발가락의 휘어진 정도나 동반된 관절염 소견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정확한 본인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지외반증은 단지 미용적으로 보기 싫은 병이 아니라 진행하면 발이 더 변형되고 발은 물론 허리까지 아플 수 있으니 늦기 전에 가까운 정형외과를 찾아 엑스레이를 찍어볼 것을 권한다. 그래야 내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도움말=목동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진호선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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