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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신세계 등 대기업, 여성복 플랫폼 공략 가속…지그재그·W컨셉, 무신사 넘어설까

이정혁 기자

입력 2021-04-21 13:02

카카오, 신세계 등 대기업이 잇달아 유명 여성복 플랫폼과 손을 잡으면서 온라인 패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2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여성복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하기로 했다. 합병 법인은 오는 7월 1일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된다. 인수대금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인수 협상에서 지그재그는 1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크로키닷컴이 2015년 출시한 지그재그는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서 보여주는 플랫폼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특화돼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지그재그는 20대 여성이 패션 앱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다. 10대와 30대에서도 각각 3위와 2위에 올랐다.

지그재그 월 사용자는 300만 명이고 최근에는 패션 앱 최초로 누적 다운로드 3000만 건을 돌파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크로키닷컴은 매출 400억원을 기록했고 전년 대비 36.4% 증가했다.

지그재그의 특징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신규 이용자가 지그재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코디 스타일 사진 가운데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선택하면 그에 따라 추천된 쇼핑몰과 상품이 정렬된다. 특정 상품을 길게 클릭하면 그와 가장 비슷한 유형의 상품 100개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70대 배우 윤여정을 광고 모델로 선정하는 등 카카오 편입에 맞춰 인지도 제고와 고객 연령층 확장에 나서고 있다.

관심은 카카오가 이베이 대신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왜 품었느냐에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조원으로 추산되는 이베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보다 젊은 여성을 카카오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플랫폼에 더 매력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며 "패션 사업이 없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지그재그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일에는 여성복 플랫폼 더블유컨셉코리아(W컨셉)가 신세계그룹 통합 쇼핑몰인 SSG닷컴에 인수됐다. 인수 금액은 2000억원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2008년 문을 연 W컨셉은 현재 입점 브랜드 4700여 곳, 회원 500만 명을 보유하고 있어 여성복 플랫폼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매출은 710억원으로 전년보다 36.3% 늘었다.

온라인 남성복 업계에서 무신사가 독주하고 있다면, 여성복에서는 W컨셉이 중심에 있다. W컨셉의 입점 업체는 주로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로, 대중적으로 생소한 경우가 많지만, 인기 아이돌과 배우 등 연예인 협찬을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W컨셉의 자체브랜드(PB)인 프론트로우도 배우 김태리, 이성경 등을 모델로 기용해 이름을 알렸다.

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지그재그와 달리 W컨셉은 '백화점 의류와 비슷한 품질'이라는 이미지를 표방한다. 제품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아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여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가 W컨셉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W컨셉 인수는 온라인 부문 유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용진 이마트 부회장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분석된다"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의류 판매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세계가 W컨셉이 보유한 고객층을 확보해 기존 패션 뿐만 아니라 생활 등 판매 영역을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다른 여성복 플랫폼인 브랜디는 지난해 9월 네이버, 지난 16일에는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각각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1호 투자 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최근에는 여성 패션 플랫폼 2위 기업인 '29CM'가 매물로 나와 CJ오쇼핑과 무신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기업이 '여성복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패션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의류 플랫폼은 단순 판매를 뛰어넘어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과 MZ세대의 높은 충성도가 매력으로 꼽힌다. MZ세대는 트렌드에 민감해 신제품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미래의 충성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패션 시장을 쿠팡이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도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로 꼽힌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그재그, W컨셉 등은 '여성복' 쇼핑몰이라는 걸 떠나 유행 자체를 선도하는 플랫폼"이라며 "기업에서 별도의 브랜드를 키우는 것보다 이런 플랫폼을 인수하는 것이 사업 확장과 글로벌 진출에 더 용이하다"고 말했다.

한편 유명 여성복 플랫폼들이 대기업과 손을 잡은 가운데 이들이 온라인 패션몰의 절대 강자인 무신사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신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3319억원으로, W컨셉보다도 4.5배가량 많다. 현재 입점 브랜드와 회원 수는 각각 6000곳, 840만 명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신세계 등 대기업의 유통 노하우와 기술력이 온라인 플랫폼의 빅데이터와 만나면서 공격적인 시장 확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패션 업계에서 남성복보다 여성복 시장의 수요가 활발하다는 것도 이점이다.

다만 온라인 유행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하는 패션 플랫폼이 대기업 영향권 아래 들어가면 이전처럼 신속한 시장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션 시장은 차별화된 이미지로 먹고산다는 점에서 젊고 독특한 감성을 지니고 있던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전통적인 대기업 이미지에 가려지면 본래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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