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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매각 vs 통매각 vs 단계적 폐지'…소매금융 철수 씨티은행 '출구전략'은?

김소형 기자

입력 2021-04-18 10:29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개인 소비자 대상 대출, 예금, 신용카드 등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발표한 후, 씨티그룹의 '소비자금융 사업 출구전략'이 금융권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씨티그룹은 지난 15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아시아, 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자금융사업을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한국을 포함한 해당 지역 내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발표에서는 한국,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바레인까지 총 13개 국가별 '출구전략'의 추진 방식이나 목표 시한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매각 여부 등 향방에 따라 기존 개인 대출, 예금,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온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 때문에, '국내 소비자금융 사업의 출구 전략을 언제, 어떤 식으로 실행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의 '출구전략'으로 분리매각, 통매각, 단계적 업무 폐지 등 3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선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 사업의 각 부문을 분리해서 별도로 매각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이번에 씨티그룹이 한국과 함께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결정한 호주에서 이런 방식의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금융 사업을 통째 매각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2014년 씨티그룹이 일본씨티은행의 개인금융 부문을 매각할 당시 일본 내 9개 은행에 개인금융 분야의 양도를 타진했고 그중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이를 인수한 사례가 있다.

매각이 어려울 경우에는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는 수순을 밟는 방식이 거론된다. HSBC은행이 2013년 국내에서 개인금융 업무 폐지 절차를 밟은 전례가 있다.

이 가운데 어떤 방식의 출구전략을 추진할지가 먼저 정해져야 당국과의 협의 절차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큰 그림'만 나온 상황에서 이러한 과정에 아주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니 국가별로 '출구전략'이 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소매금융에 대한 '출구전략 추진(pursue exits)'만 밝혔지, 철수인지 매각인지 아무것도 결정이 안 된 상황으로, 나라마다 금융당국 상황도 있고 이사회 협의도 해야 하므로 세부 계획은 나온 게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씨티그룹에서 글로벌 전략으로 발표한 거라 13개국 사정에 따라 씨티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이제부터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며, '출구전략 추진'이 몇 년 걸릴 수도 있다고 하더라"며 "방향이 어떻게 될지는 씨티 쪽에서 내부적으로 마련해 당국에 전달해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국내 소매금융 철수 발표 이후에도 일단 기존의 예금, 대출 등 서비스는 그대로 제공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고객들 문의가 평소보다 25% 정도 늘었다"며 "고객들께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변함없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또 "노조에서 주장하는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은 전혀 사실과 다르며, 은행의 수신고는 평소 변동 범위 내에 있다"며 "신규 대출도 중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6일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예치한 자산을 걱정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지점마다 수백억원의 뱅크런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수십 년간 거래한 로열티 높은 고객들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씨티그룹의 한국 소매금융 철수 결정에 대해,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와 '경쟁력 상실'이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국의 대출 규제, 배당 간섭 등 과도한 개입과 규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과 "한국 금융시장의 수익성이 다른 아시아 시장과 비교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결정"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

한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진 데다 저성장, 저금리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져서 기본적으로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에서 많이 빠져나가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규제 환경이나 은행업을 산업이 아닌 도구로 보는 시선 등에 대해서도 한 번쯤 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16일 보도참고자료에서 "씨티그룹이 소매금융 출구전략 추진과 관련해 특정 국가에서의 실적이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수익 개선이 가능한 사업 부문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소매 금융의 개척자이자 소비자 금융과 대면 영업의 절대 강자였는데 국내 은행들의 인터넷뱅킹 도입,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디지털 쪽의 비대면화가 진전되다 보니 경쟁력을 잃어 한국에서 버티지 못한 것 같다"며, "경쟁력을 상실한 씨티은행이 돈 되는 기업금융은 남기고 소매금융만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개인·소매금융의 자산 규모는 17조원으로 전체 은행권 소매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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