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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에 뿔난 투자자들…"공시 개편·서비스 장애 피해 나몰라라"

이미선 기자

입력 2021-04-16 07:31

전세계적인 비트코인 투자 열풍에 국내에서도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가 급증한 가운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고객 보호 미흡 논란'에 휩싸였다.



공시제도를 '자율공시'로 전환 예고한 것을 비롯 잦은 서버 점검과 거래 지연에 따른 손해를 주장하는 이용자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체적 피해 보상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지지 않자 투자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것.

업비트는 거래액 및 거래량 기준 '국내 1위 거래소'다. 지난 7일 업비트의 일일 거래량은 25조원을 돌파, 코스피 일일 거래량 14조원과 코스닥 11조원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만큼, 업비트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4일 공시에 따르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4배나 늘었다.

▶'자율 공시' 전환 업비트…허위 공시로 인한 책임은 투자자 몫?

최근 업비트가 공시제도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허위 정보에 노출되는 피해를 투자자들이 떠안게 됐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업비트는 공시제도 운영형태를 '자율공시'로 전환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이같은 조치에는 '고머니2 허위 공시 이슈'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업비트는 암호화폐 프로젝트(화폐 발행 주체) 측의 요청에 따라 대외공지 링크를 제공해왔다. 프로젝트의 중요한 정보를 모든 회원이 제공받도록 해 공정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러한 공시제도 운영 원칙을 악용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업비트는 지난달 16일 "고머니2가 5조원 규모의 북미 펀드 셀시우스네트워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고머니2의 가격은 급등했으나, 곧 허위 공시로 밝혀지면서 급락해 공시만을 믿고 투자했던 고객들은 피해를 입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업비트는 지난달 19일 고머니2의 거래 지원을 종료했지만, 업비트의 공시 검증 절차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업비트는 "유사한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공시제도를 악용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경고 및 추후 공시 불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 이후 '자율공시'로 전환을 예고하자,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허위 정보도 많아지고 있는데, 업비트가 이를 제재할 최소한의 제도마저 없앴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가격과 거래에 영향을 주는 중요사항에 대해 정보를 알리도록 공시 의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업비트가 허위 공시를 검열할 책임과 이에 따른 피해를 투자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업권법(영업·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근거가 되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허위 공시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다른 국내 거래소들이 가상화폐 공시 플랫폼 '쟁글'을 활용하고 있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업비트도 고객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공시의 진위나 적정성 여부를 알 수 있는 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비트 측은 "자사가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범위나 권한, 내용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후 조치를 강화하는 것으로 개편 적용할 예정"이라면서 "기본적으로 공시의 책임은 개별 프로젝트에 있다. 다만 자사에 올라가는 공시이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이상거래탐지시스템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등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으며 그 연장선에서 공시 제도를 개편하게 됐다"고 전했다.



▶입출금 서비스 중단에 불만 ↑…업비트 "서버 아닌 입출금 서비스 제공 업체 요청에 의한 것"

'공시 개편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용자들은 업비트 앱 이용과 관련해서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잦은 서비스 장애 발생과 거래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회원수 68만명이 넘는 네이버 카페 비트맨 등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업비트 앱에서 매수·매도하려 했으나 오류로 거래가 불가능했다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하락장에 매도를 시도했으나 주문이 체결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밖에 로그인 지연과 자동 로그아웃 발생 등 앱 문제와 고객 응대 지연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식간에 가격이 급등락하는 암호화폐 특성상, 1분 1초가 아쉬운 투자자들에게 거래 지연은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7일에는 업비트의 원화 입출금 및 원화계좌 등록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이에 업비트는 "서버 문제가 아닌 입출금 서비스 제공 업체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입출금 서비스가 문제가 됐던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업비트가 보상 등과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듯한 태도가 문제"라며 비난했다.

14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공시한 연결재무제표(종속회사 포함)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866억원으로 2019년 422억원 대비 약 2배로 불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402억원에서 1767억원으로 26% 증가했고, 순이익도 117억원에서 약 4배인 477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실적 전망은 더 밝다.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달 앱 이용자는 320만명이다. 올해 1월(119만명)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업비트의 월간 이용자는 2월(204만명)과 3월을 거치면서 매달 100만명 가까이 급증했다.

이처럼 이용자 수가 급증하고, 막대한 금액이 오고가는 거래소 특성상 자칫 대형 금융사고로 번지기 전에 피해를 막아야한다는 비난이 거센데도 적극적으로 보상안을 내놓지 않는 업비트에 투자자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업비트 관계자는 "연초 대비 5배 이상 서버를 확대했으나 이를 뛰어넘는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할 경우 서버에 지연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바로 공지하는 등 빠른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오류에 따른 보상은 이용자의 상황이 달라 고객별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량 증가로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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