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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맥주-소주-위스키 업계는 울고, 와인 업계는 웃음

이정혁 기자

입력 2021-04-14 13:17

맥주-소주-위스키 울고, 와인 웃고.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외식과 모임이 줄면서 맥주 소주 위스키 회사들은 대부분 영업이익 하락을 기록했다. 반면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어나면서 와인 수입사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2조1620억원으로 전년보다 7.7% 줄었다. 영업이익은 972억원으로 10.8%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 등의 음료와 함께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클라우드' 등의 주류를 판매한다.

맥주 '카스'를 판매하는 오비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1조3529억원으로 12.3%, 영업이익은 2945억원으로 28.0% 감소했다.

위스키 업체들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판매처인 유흥업소 영업이 수시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국내 토종 위스키 회사인 골든블루의 지난해 매출은 1270억원으로 24.8%, 영업이익은 202억원으로 5.2% 감소했다. 위스키 '윈저'와 '조니워커'를 보유한 디아지오코리아의 매출은 2004억원으로 32.6%, 영업이익은 200억원으로 59.4% 급감했다. 또 위스키 '임페리얼',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을 보유한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매출은 916억원으로 11.7% 줄었다.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실적은 2019회계연도(2019년 7월~2020년 6월) 기준이다.

소주 업체들도 실적 부진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소주 '좋은데이'의 무학의 지난해 매출은 13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대선주조는 712억원으로 17.0%, 한라산은 189억원으로 11.7% 각각 줄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술과 혼술이 늘었다고 하지만 외식시장 타격이 워낙 커 전체 주류 판매는 줄었다"며 "지난해 가정시장의 술 소비가 8~9% 정도 늘었다면 외식시장에선 20~30%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회사 중에는 하이트진로가 유일하게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매출은 2조493억원으로 12.0%, 영업이익은 1808억원으로 125.2% 증가했다.

2019년 내놓은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의 서브 브랜드 '진로이즈백'의 꾸준한 인기 덕분으로 보인다.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은 최근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 65%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22만4580병의 소주를 판매, 전년 대비 9.6% 늘어났다.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판매 수량이 1억병을 돌파했고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13억병을 넘었다.

한편, '홈술' 열풍 덕에 대부분의 와인 수입업체들은 좋은 실적을 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수입액은 3억3002만달러(약 3713억원)로 전년 수입액 2억5926만달러(약 2917억원) 대비 27% 늘었다. 와인수입량도 전년에 비해 24% 증가한 55만4127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요 와인 수입사들의 실적도 개선됐다.

신세계엘앤비는 지난해 약 14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6%, 영업이익은 221%이나 신장한 수치다.

금양인터내셔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9억원으로 전년보다 359% 증가했고, 신동와인의 지난해 매출은 325억1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2%, 영업이익(38억2300만원)은 75% 늘었다.

레뱅드매일 역시 매출은 322억5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0% 오른 수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27억7800만원)은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와인 시장의 급성장을 이끈 소비자들은 주로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을 주도하고 있는 MZ세대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전까진 홈술이나 혼술하면 맥주가 대표주자였으나, 소셜미디어(SNS) 인증사진 등을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MZ세대가 사진찍기 좋은 와인을 찾으면서 시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와인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가성비' 좋은 와인을 구입할 수 있는 매장도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다양화되는 추세다.

특히 편의점 업계는 주류 특화 매장을 확대해가는 가운데, 모바일앱을 통한 예약·결제 서비스까지 갖추며 와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마트24는 현재 전체 점포의 절반이 넘는 2600여개 매장을 주류특화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반 점포는 보통 4∼5종의 와인을 취급하지만 특화매장에서는 수십 종의 와인을 판매한다. 이마트24이 와인 단골 고객 확보를 위해 모바일 앱에서 와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와인클럽'도 론칭 1년여만에 가입자수가 3만명을 넘어섰다. 또한 와인 바이어가 매월 와인을 추천해주는 '이달의 와인'은 이마트24의 대표적인 행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이달의 와인에 선정된 '푸나무 쇼비뇽블랑', '안티구아스 리제르바 까베네쇼비뇽' 등은 와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이외에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지난달 문을 열기 시작한 와인특화매장 수가 1400개까지 늘었으며, 세븐일레븐은 롯데칠성음료 온라인 공식몰 '칠성몰'과 손잡고 와인 픽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와인 픽업 서비스는 '칠성몰'에서 원하는 와인을 예약 결제한 뒤 지정된 날짜에 가까운 세븐일레븐을 방문해 상품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칠성몰 와인 픽업 서비스 외에 세븐일레븐 모바일앱을 통한 '와인 당일 배송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세븐앱'에서 오전 8시까지 와인을 예약하면 당일 18시에 점포에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로 현재는 수도권에 한해 이용 가능하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구색 맞추기 수준이었던 와인이 이제는 고객들의 편의점 방문 이유가 됐다"며 "특히 접근성에 있어 유리하다는 장점을 살려, 향후 고객 편의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진화된 온오프라인 결합형 와인 판매 서비스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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