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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업계, 1분기 실적 양극화…현대차·기아만 '봄날'

이정혁 기자

입력 2021-04-05 12:50

국내 완성차업계의 1분기 판매 실적이 극과 극의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올리는 등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개선세를 이어갔다. 반면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는 침체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완성차업계 내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외국계 3사는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도 국내 판매량 순위에서 벤츠와 BMW에게 밀려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이 현대차·기아·벤츠·BMW의 4강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기아, 미 시장에서 역대 최대 월 판매 등 국내외 실적 '굿'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은 말 그대로 '봄날'이다.

최근 한달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6곳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4608억원이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69.11%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 추정치 평균은 26조546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85% 늘어날 전망이다.

기아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5.94% 급증한 1조932억원의 1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액도 16조1874억원으로 11.1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에 국내 18만5413대, 해외 81만2469대 등 총 99만7882대를 판매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국내는 16.6%, 해외는 9.2% 증가한 수준이다. 글로벌 전체적으로는 10.5% 늘었다.

기아의 1분기 글로벌 판매는 작년 1분기보다 6.1% 늘어난 68만8409대(국내 13만75대, 해외 55만8334대)로 집계됐다. 국내는 11.4%, 해외는 5.0% 증가했다.

특히 양사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달 14만4932대(현대차 7만8409대, 기아 6만6523대)를 판매하며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역대 최대 월 판매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이 1만5744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아반떼(1만2453대)와 싼타페(1만1538대)가 뒤를 이었다. 기아차는 K3가 1만459대, 스포티지가 9471대, K5가 8717대 순이었다. 셀토스(6497대)는 역대 최다 월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체급의 SUV 라인업을 미국 시장에 내 놓은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강화할 계획이며 미국 경제 회복과 함께 더 큰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직격탄을 맞은 데 있다. 포드, 도요타, 폭스바겐, 혼다 등 주요 자동차 회사가 잇따라 일부 공장을 닫거나 감산한 데 이어 현대차도 7∼14일 코나와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을 휴업하기로 했으며, 기아도 미국 조지아 공장의 가동을 이번주 이틀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자동차 반도체 수급 이슈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진 근본적 이유는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반등했기 때문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SUV 등 고수익 차종 중심의 생산이 이뤄지며 오히려 수익성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계 완성차 3사, 신모델 출시 기근까지 겹치며 '울상'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올해 1분기 국내 판매 실적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올해 1분기 내수 판매는 총 4만3109대로 작년 같은 기간(5만6550대)보다 2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년 1분기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외환위기였던 1998년(3만1848대) 이후 23년만에 최소이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1분기(4만7045대)보다도 적다.

우선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법정관리행이 유력해진 쌍용차는 올해 1분기 총 1만2627대를 판매해 작년 같은 기간(1만7517대)보다 27.9% 감소했다.

지난 2월에는 협력사의 납품 거부로 사흘밖에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3000대를 밑도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달은 2월보다 61.1% 증가한 4306대를 판매했지만, 1분기를 통틀어서는 코란도(2212대)와 렉스턴 스포츠(4391대)가 각각 42.5%, 37.2% 감소하는 등 모든 차종의 판매가 작년보다 줄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고 있는 한국지엠은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1만7353대를 판매하며 작년 동기(1만944대) 대비 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레일블레이저(4604대)와 이쿼녹스(500대)가 각각 21.3%와 79.9% 증가했지만 스파크와 말리부, 트랙스 등의 판매가 모두 감소하며 전체 판매 실적을 끌어내렸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1분기 1만3129대를 판매하며 작년 같은 기간(1만9988대)에 비해 34.3% 감소했다. QM6는 지난해 11월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지만 작년 동기 대비 33.7% 감소한 7409대가 판매됐고, XM3는 27.4% 감소한 4094대가 판매됐다. 작년 8월 출시한 전기차 르노 조에는 150대에 그쳤고, 지난해 5월 출시한 소형 SUV 르노 캡처는 399대가 팔렸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당분간 뚜렷한 신차 계획이 없는 탓에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올해 본사로부터 신차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QM6 부분변경 모델과 XM3를 선보였지만 올해는 기대할 만한 신차가 없다. 한국지엠은 전기차인 볼트 EUV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타호 등을 미국에서 수입해 선보일 예정이지만, 대량 판매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3사는 신모델 출시 소식이 없는데다 경영난이 계속되면서 한국 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우려까지 작용해 연초부터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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