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한 감독과 선수가 웃으며 나눈 짧은 담소에서 김주성의 몸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태국 후아힌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김 감독은 김주성을 비롯해 같은 달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된 레프트백 이태석, 공격수 강성진 등의 시즌 준비를 걱정했다. 김 감독은 "당장 대표팀에 뽑혀 2주간 바짝 체력 훈련을 하면 실전에서 뛸 체력을 만드는 게 어렵지 않다"면서도, 장장 9개월에 달하는 장기 레이스를 소화하기 위해선 동계 전지훈련지에서 체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1차 동계전지훈련 기간에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은 체력 준비없이 시즌에 돌입하기 때문에 여름쯤 탈이 날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김주성은 2023시즌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팀에 차출돼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고, 카타르 현장에선 실전 경기없이 훈련만 소화하다 돌아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대회 전 강도높은 체력 훈련을 통해 대회에서 쓸 체력을 끌어올렸지만, 대회 기간 중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의 체력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게 GPS에 수치로 나타났다. 김주성은 대회 기간 중 김영권(울산) 등과 함께 개인 훈련에 임했지만, '지옥 훈련'을 견뎌낸 소속팀 선수들과 컨디션 차이가 난 상태로 3월 개막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비단 서울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표팀에 차출된 필드 플레이어 중 센터백 김영권, 풀백 설영우(이상 울산) 김태환(전북)을 제외한 다수의 K리거는 백업 자원으로 짧은 시간 출전하거나, 아예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겨울, 광주에서 대전하나로 이적한 이순민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새 소속팀에 합류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이 과연 애초부터 이순민 문선민 김주성 등을 활용할 생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구단 관계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기제(수원) 문선민(전북) 등은 대회 중 부상까지 입었다. 많이 뛴 선수도 문제다. 6경기에서 로테이션 없이 70㎞ 이상을 달린 설영우는 녹초가 된 상태로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몸도 몸이지만,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로 돌아왔다. 선수들은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는 절망감을 느꼈다. 베테랑 레프트백 김진수(전북)는 조별리그 기간 중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토너먼트에서 투입되지 않았다고 말해 팬들을 황당케 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을 치르는 팀, K리그 개막에 맞춘 팀들 할 것 없이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은 당연히 소속팀에서도 주력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