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등산 동료들에게 "인사 한번 하고 가자"고 말하고는 수원팬들이 있는 곳으로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엔 선글라스를 낀 중년 남성의 등장에 적잖이 당황하던 커플은 몇 초 후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이가 김 감독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젊은 남성은 옆에 있는 여성에게 "제주 감독님이셔"라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친근한 어투로 "염원하러 왔구나?"라고 물었고, 남성팬은 "기도하려고 왔다"고 맞장구쳤다. 김 감독은 "이렇게 염원하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남성팬이 수원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자, 김 감독은 흔쾌히 "괜찮다"고 말했다.
덕담도 잊지 않았다. 한라산 정상에서 '기도'하는 두 수원팬을 향해 엄지를 들어보인 김 감독은 "당신들 때문에라도 꼭 올라갈거야"라고 말했다. 비록 2부로 강등된 수원과 제주가 2024시즌 같은 리그에서 만나지 않지만, 이렇게 특정 구단의 감독이 타 구단을 응원하는 건 드문 일이다. 성남, 강원, 광주 등을 맡아 수없이 수원을 적으로 상대했던 김 감독은 진심으로 팬들의 염원이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 닿기를 바랐다.
김 감독은 한라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을 그라운드에서도 느끼기 위해선 강인한 체력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동계 전지훈련 중 선수들 체력 증진에 힘썼다. 제주 연고지인 서귀포에서 1차 전훈을 실시한 제주는 지난 6일부터 경주로 옮겨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했다. 2023시즌 9위에 그친 제주의 새 시즌 1차 목표는 상위스플릿 복귀다. 또 그 동안 홈 승률이 유독 좋지 않았던 K리그 유일한 섬팀 제주를 '원정팀의 무덤'으로 만드는 것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