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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는 김민재 없이 포르투갈 잡았다, 수비조차 '해줘 축구' 클린스만호의 민낯[아시안컵]

박찬준 기자

입력 2024-02-07 13:30

수정 2024-02-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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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는 김민재 없이 포르투갈 잡았다, 수비조차 '해줘 축구' 클린스만호…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경기. 경기에서 패한 대한민국 클린스만 감독, 손흥민, 차두리 코치가 아쉬워하고 있다. 알라이얀(카타르)=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2.06/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요르단전을 통해 '해줘 축구'의 민낯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알려진대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식 축구의 핵심은 '자유'다. 역대 최강의 멤버를 적극 활용, 이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줬다. 성과도 있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턴), 한국축구가 자랑하는 '빅3'가 동반 폭발했다. 팬들이 그토록 원하던 손흥민-이강인 공존이 현실화됐다. 갈수록 이강인의 창의성에 의존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탄탄한 전술로 유명한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도 파이널서드에서는 선수들의 자율성에 맡기는만큼,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은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한다.

문제는 조직력이 필요한 수비에서 조차 '자유'로웠다는 점이다. 요르단전의 포인트는 '괴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 였다. 김민재는 호주와의 8강전에서 경고를 받으며, 누적 경고로 4강전에 나서지 못했다. 김민재는 의심할 여지없는 수비의 핵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매경기 실점하고 있지만, 김민재만은 제 몫을 했다. 원맨쇼에 가까울 정도의 수비를 펼치며 한국 수비진을 이끌었다.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상대 에이스 알마타리를 꽁꽁 묶었다.

김민재가 빠진 수비진에 대한 클린스만 감독의 해법은 '팀 울산'이었다. 골키퍼부터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울산 출신 선수들을 투입했다. 중앙에는 정승현을 투입해, 김영권과 호흡을 맞추게 했다. 골키퍼 조현우와 왼쪽 풀백 설영우(이상 울산 HD)가 현재 울산에서 뛰고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과 오른쪽 풀백 김태환(전북 현대)도 지난 시즌까지 울산에서 뛰었다. 오랜 기간 맞춘 호흡으로 김민재의 공백을 메우려고 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이날 한국 수비는 대단히 불안했다. 김영권과 정승현은 상대 에이스 알마타리, 알나이마트의 1대1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허수아비로 보일 정도로 무기력했다. 호흡조차 좋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는 실수를 연발했다. 결국 후반 8분 치명적인 백패스 미스로 결국 선제골을 내줬다. 좌우의 설영우와 김태환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조직적인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상대 역습 한번에 형태가 완전히 무너졌다. 지공 상황에서 조차 그랬다. 조현우의 선방쇼가 아니었더라면, 더 많은 골을 내줄 뻔 했다.

수비 뿐만이 아니었다. 공격에서도 김민재의 공백이 느껴졌다. 불안한 빌드업으로 공격의 맥을 끊었다. 정교한 패스를 자랑하는 김영권 마저 패스미스를 연발했다. 과감하고 정확한 전진패스와 폭발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힘을 실어주던 김민재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뒤에서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으니 공격이 될리가 없었다.

물론 '월드클래스'로 불리는 김민재의 공백을 메우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 기량 보다는 조직적 역량이 중요한 수비에서는 준비 여하에 따라 결과를 바꿀 수 있다. 1+1이 3이 될 수도 있는게 축구다. 불과 1년 전이었던 지난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당시 부상으로 빠진 김민재 없이 포르투갈을 잡았던 한국 축구였다.

하지만 클린스만호에 조직은 없었다. 김민재 한명 빠졌을 뿐인데, 브라질도 아닌 요르단에 완전히 무너졌다. 애초에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이나 시스템이 보이지 않았다. 요르단전을 통해 그간 김민재에 의존한 '해줘 축구'로 버텼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빌드업을 바라는 것은 사치였다. 그나마 위기마다 혼자 힘으로 해결하던 전방의 슈퍼스타들도 체력이 방전되자, 수비의 조직 부재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런 축구로는 절대 세계와 경쟁할 수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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