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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꼰대라는 말 싫어" 3개월 축구여행 마친 김학범 감독 "아르헨축구에서 해답을 찾는다"

노주환 기자

입력 2021-12-29 11:15

수정 2021-12-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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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라는 말 싫어" 3개월 축구여행 마친 김학범 감독 "아르헨축구에서 …
불가리아 루도고레 관계자들과 함께 한 김학범 감독 사진제공=김학범 감독

[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나이 먹었다고 가만 있으면 '꼰대' 소리듣는다. 젊은 친구들 보다 더 많이 보고 알아야 한다."



'공부하는 지도자' 김학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61)이 약 3개월간의 축구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남미를 시작으로 유럽을 찍고 귀국, 열흘 간의 자가격리를 끝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브라질→아르헨티나→독일→벨기에→루마니아→불가리아→그리스→세르비아 등을 돌았다.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오미크론)도 김 감독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그는 "우리가 영상이나 뉴스로 접하는 정보와 현장에서 보고 직접 느끼는 건 많이 다르다. 코로나를 핑계로 계획했던 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밀어붙였다. 힘든 축구여행이었지만 아프지 않고 잘 마쳤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9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여정이 자신의 축구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요약했다. 그는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2020년 도쿄올림픽 남자축구에서 8강에 올랐다. 화끈한 공격축구로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바로 멕시코를 맞아 수비라인이 붕괴되면서 3대6 완패하며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그는 "여행 내내 여러 클럽과 리그의 경기를 보면서 나의 축구를 되돌아봤다. '내 축구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를 생각했다. 나는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을 추구했다. 그 과정에서 상대 역습에 수비가 무너지는 약점을 노출했다. 이걸 어떤 식으로 보완할 지를 계속 내 자신에게 묻고 답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번 여행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K리그 지도자로 일했을 때에도 스토브리그에 시간을 내 유럽과 남미, 북중미까지 찾아가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몇해 전부터 아르헨티나 축구에서 영감을 찾고 있다. 메시(PSG)의 나라 아르헨티나 축구는 매우 공격적이고, 전방 압박이 강하며 선수들의 활동량도 많다. 손흥민의 옛 스승 포체티노 감독(PSG),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메오네 감독, 리즈의 비엘사 감독 등 아르헨티나 출신 지도자들이 유럽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감독은 아르헨티나 1부 클럽 데펜사(현재 2위)를 집중 탐구했다. 1주일 넘게 이 클럽의 경기와 훈련 과정을 지켜봤다. 베카세세 감독(아르헨티나 출신)과 친분을 쌓았다. 그는 "나는 아르헨티나가 요즘 축구하는 스타일에서 우리나라 축구의 해답을 찾고 있다. 현장에서 본 아르헨티나 축구는 더 강렬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브라질 축구는 오히려 속도감이 더 떨어지는 흐름이다. 현장에서 본 브라질리그의 경쟁력은 생각 보다 더 떨어졌다. 이미 기량이 좋은 선수들은 젊은 나이에도 유럽으로 팔려나갔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여러 변수가 있지만 아르헨티나 출신 외국인 선수를 K리그로 영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사안이라고 했다. K리그는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들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번 김 감독의 여행에서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백신 접종 1~2차를 마쳤고 마스크를 늘 착용하고 현지 사람을 만났다. 경기장과 구단을 방문할 때는 백신 접종과 음성 확인서를 보여주면 가능했다. 자기격리도 별도로 없었다. 단 한번, 그리스 입국 과정에서 갑자기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요구해 일정에 하루 차질이 있었다. 그는 "남미와 유럽의 축구장은 이미 '위드 코로나'로 간 분위기다. 인기 클럽들의 경기장엔 축구팬들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라도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유럽으로 향했다. 독일과 벨기에를 찍고 동유럽 축구를 파고들었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리그 등의 정보는 이미 많은 부분이 노출돼 있다. 반면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스 세르비아 같은 유럽 변방 축구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보는 게 가장 좋다. 김 감독은 "우리가 국제대회에서 동유럽 나라들을 만나 싸워야 할 때가 있다. 이들 리그 경쟁력과 선수 수준을 알아야 하며, 또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현장에서 본 결과, 동유럽 클럽들은 상하위권의 수준차가 너무 컸다. 유럽클럽대항전(유럽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에 나가는 상위권 팀들의 수준은 높았다. 불가리아 리그 1위를 달리는 루도고레의 경우 여러 면에서 수준이 높았다. 루마니아와 그리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스 리그도 최강팀 올림피아코스가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되는 구단들은 빼어난 외국인 선수들로 차원이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세르비아 리그에선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젊은 인재들이 수두룩했다고 한다. 김 감독에 따르면 빅리그의 러브콜을 받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모든 걸 쏟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당분간 휴식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그는 "이번 여행에서 얻은 정보들을 정리할 것이다. 많은 영상을 받았고, 내가 받은 느낌도 있다"면서 "현장 복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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