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구덕→아시아드' 부산 '진퇴양난'…전용구장 없는 부산의 비애

최만식 기자

입력 2021-12-27 15:22

수정 2021-12-28 06:01

'구덕→아시아드' 부산 '진퇴양난'…전용구장 없는 부산의 비애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진퇴양난.'



부산 아이파크가 홈 경기장 고민에 빠졌다. 말로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고 하지만 전용구장 하나 없는 부산의 비애이기도 하다.

부산 구단은 2022시즌 1년 동안 홈 경기장을 아시아드주경기장(이하 아시아드)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지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2016년부터 사용해 온 구덕운동장이 개·보수 공사에 들어가는 데 따른 임시 조치다. 부산시는 구덕운동장의 그라운드 잔디를 전면 교체하고 전기시설, 관중석, 부대시설 등 노후화된 환경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얼핏 보면 국내에서 가장 열악한 축구장이었던 구덕운동장이 개선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구단은 '어게인 아시아드!'를 내걸고 추억의 사직동 아시아드 축구장으로 반갑게 '컴백홈'하는 분위기를 강조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진퇴양난'이다. 일시적이지만 한 시즌 동안 사용해야 할 아시아드가 당장 문제다. 6년 전 부산 구단이 아시아드를 떠나올 때 명분은 자명했다. 머나 먼 관중석, 접근성 등 그러잖아도 인기 하락세인 K리그 경기를 하기에는 너무 열악한 환경 때문이었다. 당시 문제점이 개선되기는 커녕 더 악화된 상태에서 아시아드를 사용해야 한다.

잔디 상태와 전광판, 관중석은 그대로여서 경기는 치를 수 있을 정도다. 2020년 9월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경기장 지붕막 9장이 크게 파손됐는데 아직 그대로다. 관중석과 그라운드가 너무 먼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도입했던 가변좌석은 철거됐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으로 만들어진 아시아드 특성상 가변좌석마저 없으면 '손님 오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아시아드는 아시아 최대 한류 축제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등 각종 대형행사의 단골 개최지다. 이들 행사가 열리면 구덕운동장을 임시 사용했지만 내년엔 공사중이어서 그럴 수도 없고 아직 '대안'도 없는 상태다. 겹겹이 난제 속에서 아시아드 관중 유치 계획을 짜야 하는 부산 구단은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지난 6년간 애써 가꿔 온 '추억의 구덕' 축구붐에 제동이 걸리는 것도 문제다. 구덕운동장으로 옮긴 이후 부산은 시즌 평균 관중 4000여명을 유치해 K리그2 관중 순위 1∼2위의 흥행팀으로 만들었다.

구덕의 향수를 자극한 데다,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 해소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이제 터를 잡는가 싶었는데, 다시 비워둬야 하니 공든 탑이 무너질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다면 숙원사업인 축구전용구장이라도 진척이 있다면 위안이 될텐데, 그렇지도 않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6월 간담회를 갖고 "부산 시민들을 위해 축구전용구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부산의 스포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지역 축구인과 시민들이 대대적 서명운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시에서는 이렇다 할 추가 움직임이 없다.

구단 관계자는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한다. 아시아드에서 더 좋은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